"작은 생각이 났죠. 아무렇지가 않지 않죠.
바람에도 스쳐 갈 마음인 것처럼 오늘 하루도 지나가죠." 
- 온수 '작은 생각' 중에서.


스물다섯, 싱어송라이터 온수(ONSU)가 지난 11월 7일 첫 EP <작은 생각>을 발표했다. 통기타, 피아노 선율을 타고 흐르는 '후에', '새벽밤', 'Girl', '작은 생각'은 스물둘, 스물셋 온수의 마음이 담겼다.

"지금이 아니면 감정과 마음을 다해서 이 노래들을 부르지 못할 것 같았어요. 22살 후반부터 23살까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는데, 그 시간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이번 앨범을 만들었어요."

온수의 목소리이지만 그는 듣는 사람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자유롭게 들어주길 바랐다. 멜로디 사이마다 마침표가 아닌 줄임표가 있는 것이 온수의 음악이다.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들었으면 좋겠어요. 청자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아픔과 위로를 노래할 때 상상을 방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틀을 안 잡는 이유가 청자의 자유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예요. 곡 안에서 자기 모습을 찾고 싶은 대로 들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온수는 중학생 시절 아버지의 손에서 멀어진 통기타에 다시 숨을 불어 넣어 '에델바이스',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을 치며 음악을 배웠다. 그는 훗날 자신의 앨범들이 팬이 봤을 때, 좋은 사진첩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 관계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쓰는 그는 자신의 음악이 '온수' 그 자체로 정의될 수 있는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싶은 소망도 드러냈다. 지난 11월 18일, 종로 인사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싱어송라이터 온수

싱어송라이터 온수 ⓒ 김광섭

 
- 온수, 겨울과 어울리는 예명 같은데 어떤 의미로 지었는지?
"오은수가 본명이에요.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으면서도 나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어요. 음악적으로 정체성도 없을 때였어요. 단순하게 지인이 애칭으로 부르던 이름이 온수였어요. 익숙해서인지 자연스럽게 지었던 것 같아요."

- 짓고 난 뒤, 의미를 부여했을까요?
"우연히 지었는데 제 음악과 너무 잘 어울렸어요. 처음에는 애정이 있는 이름이 아니었는데, 잘 지은 것 같았어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들과 어울리게 맞춰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진짜 만족스러워요."

- 어떤 부분에서요?
"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힐링이 중요한 키워드잖아요? 위로라는 키워드로 제 곡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위로를 주고 싶어 고민하던 중, 한 팬이 제 노래를 듣다 보면 제 개인적인 슬픔과 본인의 슬픔이 자연스럽게 만나서 위로받는 느낌이라고 해주셨어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라고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다 보니 그런 게 담기는 것 같아요."
 
 싱어송라이터 온수

싱어송라이터 온수 ⓒ 김광섭

 
- 11월 7일 첫 EP <작은 생각>을 발표했는데, 첫 EP라 온수 씨에게 특별할 것 같은데요?
"첫 EP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한 것은 2년 반 전이었어요. 자연스럽게 흘러 좋은 음반사를 만나게 되고 기회가 생긴 것은 1년 전인 것 같아요. 앨범 만드는 과정 자체가 내가 한 것 같지 않은 특별한 느낌이에요. 첫 앨범이어서 특별하기도 하지만 내가 앨범을 만들지 않았다면 이런 과정을 경험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해요.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찾아다니다 보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 감사해요. 돈, 일로 대하지 않고, 한분, 한분 온수 앨범 만들어주셨죠. 온수라는 이 사람의 음악이 너무 좋다, 저를 봐주시고 작업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특별하지 않았나 해요."

- 곡 소개를 한다면?
"트랙 순서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순서대로 들었을 때 하나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했죠. '후에'는 짙은 후회를 담은 곡이에요. 직접적으로 곡 제목을 후회로 하지 않고 후에로 한 것 마음을 정확히 규정할 수 없잖아요? 짙은 후회되는 마음들을 사람들이 헷갈리게 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후에로 했어요. 짙은 후회나 어려운 마음들이 더해져 제가 새벽에 잠들지 못하는 깊은 새벽을 보내게 되었어요.

그래서 '새벽밤'을 두 번째 트랙으로 했어요. 잠들지 못한 새벽에는 대부분 아파하잖아요? 많은 생각으로 아픈 새벽을 보내고 나서, 어느 순간 느낀 것이 새벽이 아프기만 한 시간이 아니더라고요. 날 위로할 시간도 되고요. 분주한 틈에서 내가 이것 때문에 힘들었구나, 괜찮아 하고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이 되더라고요. 아팠지만 아픈 시간만은 아니라고 듣는 이들에게 위로하는 마음을 주고 싶었어요.

세 번째 곡은 'Girl'이에요. 감정적으로 어려워지다 보니까 자신감이 없어지더라고요. 여자로서 자신감도 없어지고요. 어떤 기준에 따라서 너의 아름다움을 평가할 수 없다고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작은 생각'은 앨범의 주제가 되는 곡이에요. 마지막 가사가 '오늘 하루도 지나가죠'예요. 노력하지 않아도 나이는 먹고 하루는 지나가잖아요? 노력할 수 없는 너무 힘든 상황에 있지만 그래도 하루는 지나간다고 넌지시 위로를 건네고 싶었어요. 모든 아픈 시간, 어려웠던 마음들을 마무리하는 마음들로 곡을 만들고 마지막 트랙에 넣었어요."

- 곡 'Girl' 가사를 보면 '날 사랑해줘 더 사랑해줘 이미 넌 특별하게 아름다운 숙녀'라고 했는데, 온수 씨가 생각하는 특별하게 아름다운 숙녀는 어떤 모습일까요?
"여자들을 위한 곡이고 더 가치 있게 표현하고 싶어 숙녀라고 했어요. 우리가 모두 큰 퍼즐 안에 있는데, 이 부분에 맞는 퍼즐은 나밖에 없잖아요? 아무리 멋있는 퍼즐도 하나의 조각이라도 없으면 완성되지 않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비교할 수 없는 하나하나의 퍼즐이다, 소중한 특별함이라는 걸 담고 싶어서 특별하게를 썼던 것 같아요. 어떤 기분이라기보다는요."
 
 ep 재킷

ep 재킷 ⓒ 온수

 
- 재킷은 설원 위 나무를 바라보는 건가요?
"재킷에 나무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했어요. 심리학에서 상담할 때 나무를 그리잖아요? 나무를 그리게 하는 이유는 나무에 자신의 마음을 담게 된데요. 앨범 자체가 저잖아요?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쓴 것 같아요. 친구가 일본 여행을 가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 계획은 어때요?
"봄에 싱글을 내고 싶어요. 내년 1월 중순에는 공연도 생각 중이고요. 그리고 1년 후, 내년 가을 즈음에 두 번째 EP를 내고 싶어요."

- EP를 몇 장 낸 다음에 정규 앨범을?
"고민하고 있어요. 내가 음악을 보여줄 만큼 역량이 되는가 질문했을 때, 내보자 하는 마음이 들 때 낼 것 같아요."

- 어떤 음악가로 성장하고 싶은지?
"사람들에게 많이 사랑받는 노래도 만들고 싶고, 차트에도 들어가고 싶어요.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 궁극적인 대답은, 온수이고 싶어요. 이적, 자우림, 김동률 등 범접할 수 없는 선배님들이 만든 음악들이 있잖아요?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아, 온수다. 뮤지션 온수다. 온수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거죠."

- 인사를 전한다면?
"정말 좋아하는 가사가 있어요. 어쿠스틱 팝 듀오 헤일의 미발매곡으로 크리스마스 캐럴 곡 'You are christmas'죠. 당신이 크리마스다죠. 함께 보내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고 남들처럼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 있더라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 당신 미소 짓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왜냐하면 당신 자체가 크리마스이니까. 그런 가사인데,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 온수가 좋아하는 것들.
사람 : 삶의 지혜들과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사람.
책 : 소설가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사람이 음악적으로 큰 영감을 주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들과 마음들을 느끼고 표현한 작가의 글이 너무 와 닿았고 놀라웠다.
놀이 : 그림일기.
영화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1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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