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웰터급에서 활약 중인 닐 매그니(31·미국)는 팬들 사이에서 '도깨비 파이터'로 불린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 경기를 잡아내는가 하면, 우세 혹은 접전이 기대될 때는 허무하게 고배를 마셔버리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이기고 질지 쉽게 계산이 서지 않는 선수다.

체급 내 대표적 '빅유닛'(신장 191cm·리치 203cm)인 매그니는 우월한 신체조건을 이용해 천천히 상대를 압박하며 갉아먹는 데 능한 그래플러다. 스탠딩에서의 한방 파워나 압도적 레슬링 실력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력, 내구력 등을 앞세워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진다.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입증하듯 판정까지 간 12번의 경기에서 11승 1패의 좋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매그니를 상대로 장기전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가면 좋지 못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매그니는 데미안 마이어, 로렌조 라킨,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패했다. 그래플러임에도 마이아, 도스 안요스에게 그라운드에서 완패를 당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한 선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도 아니다. 켈빈 가스텔럼, 조니 헨드릭스, 헥터 롬바드, 카를로스 콘딧 같은 빅네임들도 상당수 잡아냈다. 코리안 파이터 임현규(33) 역시 매그니에게 TKO로 패한 바 있다.
 
 닐 매그니는 견적을 내기가 어려운 유형의 파이터다.

닐 매그니는 견적을 내기가 어려운 유형의 파이터다. ⓒ UFC 아시아 제공

 
스탠딩 화력전에서 일방적으로 압도당한 매그니
 
재작년에 있었던 헥터 롬바드(40·쿠바)와의 일전은 매그니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 경기였다. 당시 매그니는 화력이 좋은 롬바드의 파상공세에 밀려 경기 초반 넉 아웃 직전까지 갔다. 무섭게 몰아치는 롬바드에게 매그니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전열을 가다듬은 매그니는 3라운드에서 역전 TKO승을 거두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그니는 알 수 없는 파이터다. '누구에게도 이기고, 누구에게도 질 것 같다'는 묘한 평가처럼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게만 보인다. 18일(한국 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파르쿠에 로카 아레나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40 메인이벤트가 딱 그랬다. 이날 매그니는 산티아고 폰지니비오(32·아르헨티나)와 맞붙었다.

이전까지 6연승 행진을 달리고있던 폰지니비오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당초 도스 안요스를 원했으나 상대측에서 대진을 거절하면서 매그니와 붙게 됐다. 매그니가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더 강한 상대를 원했다"며 계체량 행사에서 '까치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매그니는 폰지니비오의 화력에 대비해 거리를 두고 경기를 풀어보려고 했다. 반면 폰지니비오는 1라운드 승리가 많은 선수답게 거침없이 전진 스텝을 밟으며 매그니를 압박했다. 신장에서 앞서는 매그니가 잽으로 견제했으나 폰지니비오는 거침없었다. 스탭을 활용해 치고 빠지며 잽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은 것을 비롯 바디블로우, 훅 연타 등이 거침없이 들어갔다. 로우킥도 꾸준히 차주며 데미지를 축적시켰다.

2라운드에서도 흐름을 이끌어가는 쪽은 폰지니비오였다. 매그니는 계속된 로우킥에 충격을 받은 듯 왼쪽 다리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했고 작은 충격에도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폰지니비오의 공세에 관중석을 가득채운 아르헨티나 팬들도 함께 열광했다. 2라운드 막판 매그니가 회심의 태클을 시도했으나 폰지니비오는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1,2라운드는 폰지니비오의 페이스였다. 그래플러인 매그니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라운드로 끌고 갔어야 했지만 스탠딩 싸움이 계속되다 보니 별다르게 할 것이 없었다. 3라운드에서는 매그니도 더 이상 밀리지 않고 자신도 앞으로 치고나가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타격 능력에서 앞서는 폰지니비오의 페이스를 좀처럼 깨지 못했다. 반 박자 빠르게 치고 빠지고, 빈틈이 보였다싶으면 여지없이 날카롭게 펀치와 로우킥을 차주는지라 곤혹스럽기 그지없었다.

폰지니비오는 들어갈 듯 말 듯 혹은 왼손으로 치려다가 오른손으로 치고 로우킥을 차는 등 여러가지 속임 동작을 섞어 썼다. 거기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몸이 엉키는 상황에 대비하면서 경기 운영을 펼쳤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음에도 매그니가 태클이나 클린치 싸움을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 이유다.

4라운드 시작 후 걸어 나오는 매그니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계속된 로우킥 데미지에 매그니의 다리 내구성은 한계에 달한 듯 보였다. 로우킥을 찰 때마다 매그니는 휘청거리거나 넘어졌다. 폰지니비오는 그라운드로 따라 들어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스탠딩에서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던 상황에서 혹시나 있을 반전의 가능성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결국 로우킥 데미지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매그니의 안면이 비어있는 틈을 타 강력한 라이트훅을 적중시켜 4라운드 2분 36초만에 KO로 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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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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