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댄싱> 포스터

영화 <해피 댄싱> 포스터 ⓒ 씨네룩스

 
영화 <쉘 위 댄스>에서 중년의 샐러리맨 스기야마(야쿠쇼 코지 분)는 사교댄스 선생 마이(쿠사카리 타미요 분)에게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20대에 직장을 얻고, 30대에 결혼을 해 딸을 얻고, 40대에 내 집을 얻어도 무언가 마음 한 구석이 비어있는 기분이었다"고.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스기야마는 우연히 지하철 창문으로 마이를 바라보고 그녀에게 반해 사교댄스 학원을 향했다. 하지만 그는 사교댄스를 통해 인생의 '행복'을 찾게 된다.
 
흔히들 말하는 삶의 단계, 그러니까 취직과 결혼, 내 집 마련 등의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가면 인생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오히려 지치고 힘든 자신의 모습에 주변을 둘러보지 않다 진정 소중한 걸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서로를 마주하는 춤에는 묘한 마력이 있다. 타인을 바라보고 배려하며 활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바라보게 된다. 영화 <해피 댄싱>은 한 중년의 여성이 남편의 외도로 집을 떠나며 자신과 행복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랜 기간 멀리했던 자매 찾아간 주인공

35년 간 남편을 내조한 산드라(이멜다 스턴톤 분)는 남편이 자신의 은퇴 기념 리조트 여행에서 자신의 절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 집을 떠난다. 갈 곳이 없는 산드라는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언니 비프(셀리아 아임리 분)의 집을 향한다. 산드라가 비프를 멀리 했던 이유는 그녀가 살아온 환경 때문이다. 산드라는 남편과 결혼한 후 상류사회의 삶을 살아왔다. 거대한 저택에서 상류층 손님들을 상대하는 일에만 열중했던 그녀에게 평생 혼자 자유로운 삶을 살아온 비프와 그 친구들은 저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고 몸을 맡길 친구 하나 없는 산드라는 비프를 찾는다. 비프는 자유로운 삶을 즐기면서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높은 여성이다. 그녀는 산드라에게 "삶을 두려워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짐을 찾으러 옛 집을 향한 산드라를 따라 저택에 들어간 후 말한다. "이런 저택에 갇혀 지냈구나"라고. 산드라에게는 저택 안에서의 삶이 전부였다. 그녀는 그 밖을 보지 못했고 오직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교양 있는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이라 여겼다.
  
 영화 <해피 댄싱> 스틸컷

영화 <해피 댄싱> 스틸컷 ⓒ 씨네룩스

 
그녀는 저택 밖의 삶을 경험해 본 적이 없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두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노년의 나이에 안정 대신 모험을 택할 자신이 없다. 자신의 에너지를 남편에, 그리고 딸에게 모두 써 버렸기에 더 이상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산드라에게 비프는 말한다. "육체의 나이는 상관없어. 중요한 건 정신이야." 비프는 열정적으로 댄스 학원에 다니고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린다. 그리고 산드라도 비프를 따라 댄스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댄스 학원에서 찰리(티모시 스폴 분)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찰리는 치매에 걸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 때문에 아픔을 겪는다. 평생을 수리공으로 살아가며 온갖 고장 난 물건들을 수리했지만 정작 아내의 병은 고치지 못하는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낀다. 비프는 산드라와 찰리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길 원한다. 하지만 남편의 바람 때문에 본인의 삶을 잃었다 생각하는 산드라는 차마 찰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해피댄싱>의 매력, 캐릭터들이 내뿜는 에너지
  
 <해피 댄싱> 스틸컷

<해피 댄싱> 스틸컷 ⓒ 씨네룩스

 
<해피 댄싱>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무력감과 상처에 대한 공감이다. 아내가 치매에 걸린 찰리나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본인의 삶은 살지 못한 산드라의 모습은 특히 노년 또는 중년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상처 입은 동생을 감싸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매력적인 언니 비프부터 섬세한 감성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기는 찰리, 여기에 갇혀 있던 자신을 털어내고 삶과 부딪히는 산드라의 모습은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세 번째는 용기만 있으면 육체와 나이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삶의 자세이다. 산드라는 용기가 없었기에 자신의 육체와 나이를 염려하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두려워 한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에게 용서를 빌길 바란다. 그 이유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체가 아닌 정신과 영혼의 청춘을 믿고 낸 용기는 그녀에게 삶의 활력과 진정한 행복을 안겨준다.
 
'노년의 행복 찾기'라는 주제는 영화 <어바웃 슈미트>나 <빵과 튤립>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해피댄싱>만이 가지는 장점은 유쾌한 음악과 우울과 슬픔 속에서도 삶에 부딪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는 캐릭터들의 에너지에 있다. 연기파 중년 배우들과 가슴 따뜻한 드라마, 여기에 흥겨운 음악과 춤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용기를 전해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해피댄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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