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현지 시각)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비야FC와 레알 마드리드의 2018-201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실점 후 상심하고 있다.

9월 26일(현지 시각)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비야FC와 레알 마드리드의 2018-201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실점 후 상심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UEFA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팀이자 최근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레알 마드리드가 올 시즌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최근 5경기 동안 1무 4패에 그치며 승리가 없다. 일시적인 슬럼프라기엔 부진이 길다. 사실 레알 마드리드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무너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리빌딩 부담 떠안은 신임 로페테기 감독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서 열린 2018-201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9라운드 홈 경기서 레반테에 1-2로 충격패를 당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문제점이 집약된 경기였다. 골 결정력 부족, 창의성 부재, 개개인의 폼 저하, 불안한 수비 등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까지 리그 9경기에서 겨우 13득점에 머물고 있다. 수비는 9실점으로 어느 정도 버티고 있지만 안정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센터백 콤비 세르히오 라모스, 라파엘 바란이 번갈아가며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레반테전에서는 바란이 최악의 플레이로 실망감을 남겼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측면에서 공급된 크로스를 바란이 제대로 클리어하지 못하며 호세 루이스 모랄레스에게 침투와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반 13분에도 바란은 일을 그르쳤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범하며 추가골의 빌미를 제공한 것.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27분 마르셀루의 만회골로 481분 동안 이어진 무득점의 종지부를 찍는데 만족해야 했다.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올 시즌부터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이전에 앞서 스페인 대표팀을 지휘했던 로페테기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 하루를 앞두고 스페인 축구협회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으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스페인축구협회와 아무 상의 없이 레알 마드리드와 감독직 협상을 벌인 것이 경질의 주된 이유였다.

스페인 대표팀으로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로페테기 감독은 싸늘한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채 레알 마드리드를 맡았고, 올 시즌 리빌딩이라는 책임마저 떠안아야 했다. 다니 세바요스, 마리아노 디아스, 티보 쿠르투아, 알바로 오드리오솔라가 스쿼드에 추가됐지만 팀 전력에 큰 플러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영입이었다.

그리고 로페테기 감독은 전임 지네딘 지단 감독과 비교대상에 놓일 수밖에 없다. 지단의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로페테기 감독으로선 우승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팬들을 만족시켜줄 만한 성적표를 남겨야 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지단 감독에 비해 전체적인 라인을 윗 쪽으로 끌어올리고, 볼 점유율을 높이며 상대 진영에서의 패스 플레이로 슈팅 기회를 창출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또 스페인 대표팀에서 잘 활용한 바 있는 이스코를 키 플레이어로 낙점, 프리롤을 부여하며 테크닉과 창의성을 펼쳐보이도록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스코를 비롯해 좌우 풀백 다니 카르바할과 마르셀루가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다. 자원은 한정돼 있고, 지난 시즌보다 스쿼드는 얇아졌다.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로페테기 감독은 결국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지지 부진한 여름 이적시장, 호날두 대체자 영입 실패

사실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실망스러운 행보도 로페테기 감독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지단 감독에 이어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팀을 떠났다. 팀에서 가장 확실한 득점원의 부재를 메우려면 결국 대체 영입이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에덴 아자르, 네이마르 등 소문만 무성했을 뿐 조용하게 오프 시즌을 마감했다.

또 최전방 공격수 보강도 소홀했다. 최근 3시즌 동안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카림 벤제마보다 더 나은 골잡이를 영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아직까지 빅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마리아노 디아스를 공격진에 추가시킨 게 전부였고, 기존 자원인 가레스 베일, 마르코 아센시오, 루카스 바스케스 등을 활용해야 하는 과제가 로페테기 감독에게 주어졌다. 

시즌 초반에는 비교적 괜찮게 팀이 돌아갔다. 벤제마-베일-아센시오로 구성된 'BBA' 라인은 호날두가 없는 상황에서 폭발력을 과시했다.

벤제마는 2라운드 지로나전, 3라운드 레가네스전에서 각각 멀티골을 작렬시켰다. 하지만 부활이라기엔 너무 일시적이었다. 이후 공식 대회 8경기에서 무득점이다. 베일도 시즌 초반 꾸준하게 공격 포인트를 적립하며 호날두의 공백을 최소화했지만 최근 4경기에서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부상이 잦은 베일이 건강하게 한 시즌을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BBA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아센시오는 공식대회 12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에 그쳤다.

평상시 레알 마드리드라면 중요한 순간 언제나 방점을 찍은 호날두 덕분에 수많은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확실한 득점원의 부재로 인해 비기거나 패하는 경기가 급증했다.

물론 마르셀루, 이스코가 부상에서 돌아오며 공격력이 한층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 특히 마르셀루는 레반테전에서 지칠줄 모르는 오버래핑과 수많은 공격 기회를 창출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선두 바르셀로나와의 승점차가 고작 4점에 불과하다. 확실한 터닝포인트를 마련한다면 여전히 리그에서 선두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주중 챔피언스리그 플젠전, 주말에는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를 앞두고 있다. 이 2경기에서 확실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시즌 도중 감독 교체라는 초강수를 던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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