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의 그해 여름> 포스터

<프리다의 그해 여름>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인간은 동물 중 가장 긴 보호 기간을 필요로 한다. 짧게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길게는 신체적으로 성장이 끝난 이후에도 경제적 또는 심리적인 자립을 이루기 전까지 부모의 보호를 받는다. 여느 동물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인간에게는 부모의 존재가 중요하다. 부모가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은 자식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 <프리다 그해 여름>은 부모를 잃은 소녀 프리다의 방황과 아픔을 다룬 성장담이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소녀 프리다의 심리를 한 남자아이를 통해 간단하게 서술한다. 술래잡기를 하던 중 남자아이는 프리다에게 '더 이상 널 지켜줄 사람은 없어!'라고 말한다. 놀이 중에 나온 이 말은 프리다의 현실과 심리를 압축한 것 같다. 프리다는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를 잃었고 6살의 나이에 외삼촌 에스베테가 사는 시골로 가게 된다. 낯선 환경으로 오게 된 프리다는 두 가지 이유로 자신이 사랑받고 있지 않다고 여긴다.
 
첫 번째는 병이다. 프리다의 어머니는 바이러스에 걸려 생을 마감했고 주변 사람들은 프리다 역시 바이러스에 걸려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 한 아이가 프리다의 몸에 손을 대자 아이 엄마가 깜짝 놀라 뛰어오는 장면에서 어른들이 만들어낸 편견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부모보다는 또래에게 많은 영향을 받을 나이의 프리다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내면의 아픔과 외로움을 풀어내지 못한다.
 
두 번째는 외숙모 마르가의 성격이다. 마르가는 겉으로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스타일이 아니다. 속정은 많지만 이를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인 프리다의 눈에 겉으로 까칠해 보이는 마르가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마르가의 어린 딸 아나가 프리다 때문에 팔을 다치자 쌀쌀맞게 군다. 어린 프리다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보다는 마르가가 딸인 아나는 좋아하고 자신은 짐짝처럼 여긴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프리다의 그해 여름> 스틸컷

<프리다의 그해 여름>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하지만 프리다에게 아나를 맡기고 같이 놀게 하는 마르가의 자세는 프리다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의미한다. 문제는 프리다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는 점이다. 왜 프리다는 사랑을 갈구하면서 마음을 열지 못하는가. 이는 프리다 내면의 심리를 드러내는 세 가지 장면을 통해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프리다가 아나에게 인형을 자랑하는 장면이다. 프리다는 많은 인형을 자랑하면서 그 인형들을 아나에게 만지지 못하게 한다. 어린 아이 특유의 이기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인형이 많다는 점에서 프리다의 행동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프리다는 사랑을 한정된 것으로 본다. 인형은 자신의 것이기에 자신만 사랑을 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마르가의 사랑은 아나만을 위한 것이며 마르가가 아나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자신은 사랑을 잃었다 생각한다. 프리다는 공터에서 아나와 함께 춤을 추는 외삼촌 부부를 바라보며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이전에 회복되었다 여겼던 마르가와 프리다의 관계는 이런 조금 더 굽은 팔꿈치 하나로 쉽게 갈라진다.
 
두 번째는 프리다와 어머니 사이의 관계이다. 프리다는 진하게 화장을 하고 마치 성인 여성처럼 흉내를 낸다. 아나에게 '놀아 달라'고 말해 달라고 시킨 뒤 '난 너무 피곤하단다'라고 답한다. 프리다가 분장한 여성은 그녀의 어머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몸이 아픈 어머니는 딸을 품어주기보다는 멀리했을 것이다. 프리다가 가진 많은 인형과 프리다가 애정을 보이는 조부모, 이모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프리다는 모성을 진하게 느껴본 적이 없기에 마르가가 보이는 모성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프리다의 그해 여름> 스틸컷

<프리다의 그해 여름>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세 번째는 아나의 존재다. 부모는 더 어린 자식에게 손이 가고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프리다는 아나를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밖에 없는 동생으로 인식하지 않고 경쟁자로 생각한다. 상추 장면이 그 대표적인 장면인데 프리다는 실수로 양배추를 가져오고 상추를 들고 오는 아나의 상추를 빼앗아 마르가에게 가져다준다. 자신이 상추를 가져왔다는 아나의 말을 자르며 경쟁의식을 드러낸다.
 
이런 인식은 아나가 더 어리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친자식이기에 더 사랑받는다는 편견에 기인한다. 프리다와 마르가 사이의 친밀감이 형성되어도 이 친밀감을 프리다가 이끌어 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나의 존재 때문이다. 프리다의 이 독특한 심리는 영악해 보일 수 있는 지점이 있기에 자칫 불편해질 수 있음에도 영화는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리며 이 문제를 보완한다.
 
사랑스러운 매력의 아나와 츤데레 외숙모 마르가, 유쾌하고 밝은 외삼촌 에스베테는 프리다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사악하기보다는 사랑에 미숙한 엉뚱한 소녀로 만들어준다. 이 영화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프리다가 품은 아픔을 도려내고 해체하기보다는 품어준다는 데 있다. 눈물을 통한 급격한 감정의 해소보다는 갈등의 반복을 통해 이해의 단계에 도달하는 영화의 태도는 성숙하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리다의그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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