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엄지 척 1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D조 네팔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 응우옌안둑이 골을 성공시키자 박항서 감독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 박항서 엄지 척 1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D조 네팔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 응우옌안둑이 골을 성공시키자 박항서 감독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 연합뉴스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베트남은 파키스탄-네팔을 상대로 조별예선 D조에서 2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이다.

베트남은 2010년 광저우 대회를 시작으로 3회 연속 아시안게임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참고로 지난 두 대회에서는 2010년에는 북한에 0-2, 2014년 아랍에미리트에 1-3으로 패배하며 16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지난해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박항서 감독은 올해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사상 최초로 결승까지 끌어올리며 베트남 축구계의 '영웅'이 됐다. 베트남은 우즈베키스탄에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동남아시아의 변방에 불과하던 베트남 축구가 일으킨 신선한 돌풍은 졸전 끝에 4강에서 무너진 한국대표팀의 부진과 비교됐다. 국내 팬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어낸 히딩크 감독과 비교하여 박항서 감독에게 '쌀딩크'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한국이 E조 1위 차지할 경우

대회 2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한국축구도 이제는 베트남을 조금씩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대표팀은 E조에서 1위를 차지할 경우 베트남이 속한 D조 2위팀과 16강에서 맞붙는다.

한국은 E조 1위는 높은 확률로 확정적이다. 아직 첫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그나마 E조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꼽히던 바레인에게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도 6-0으로 완승하며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골득실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데다 남은 상대도 몇 수아래로 꼽히는 키르키스스탄과 말레이시아이기 때문에 한국이 이변을 걱정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이제부터 김학범호의 초점은 오히려 16강 이후 토너먼트에 맞춰져 있다.

D조는 이미 일본과 베트남이 16강행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1,2위 순위 결정만이 남아있다. 현재는 베트남이 일본과 승점과 골 득실에서 동률을 이뤄 D조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베트남이 일본을 이기면 조 1위가 되지만 패하면 2위가 된다.

무승부가 될 경우, 현재 두 팀의 승점, 골득실, 다득점까지 모두 같기 때문에 페어플레이 점수와 승자 추첨순으로 순위가 갈릴수도 있다. 결국 두 팀 중 어느 팀과 만나게 되든 한국축구로서는 아시안게임 2연패를 향한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박항서 매직 계속 1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D조 네팔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 응우옌안둑이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박항서 매직 계속 1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D조 네팔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 응우옌안둑이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조 1위 하면, 한국은 16강서 일본 만나

많은 팬들은 내심 베트남의 선전을 응원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국 축구팬들에게 베트남은 한국대표팀에 이어 사실상 '2순위' 응원팀이 됐다. 상대가 한국의 숙적인 일본이라는 점에서 대리만족의 의미도 있는 데다 조 1위가 되면 강력한 우승후보인 한국을 결승까지 피할 수 있다. 양팀이 결승에서 맞붙어 한국이 금메달-베트남이 은메달을 나란히 수상하는 '장밋빛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팬들도 있다.

문제는 베트남이 조 1위로 올라가게 되면 바로 한국이 16강에서 일본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A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고 있는 모리야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일본 대표팀은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대비하여 이번 아시안게임 참가연령대보다 낮은 21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24세 이상 와일드카드 선수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손흥민-조현우-황의조 등 월드컵 멤버와 A대표팀 경력의 최정예선수들까지 와일드카드로 끌어모은 김학범호와 대비되는 선택이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면에서는 한국이 앞서고 있지만 '한일전'이라는 의미가 감독과 선수들에게 주는 부담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양팀간의 대결은 각급 대표팀을 막론하고 전력차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변수가 항상 많았다. 아시안게임에서 나서는 일본 선수들은 한국처럼 병역혜택같은 당근은 없지만 모리야스 감독이 A팀을 겸임하고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여 이번 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를 A대표팀으로 발탁하겠다는 공언까지 해놓으며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끌어올렸다.

일본이 비록 첫 경기였던 네팔전에서는 졸전 끝에 1-0으로 신승했으나 2차전인 파키스탄전에서는 4-0으로 완승하며 경기력이 점차 올라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냉정히 말하면 전력상 일본이 베트남을 꺾고 조 1위가 될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

16강에서 베트남을 만나더라도 까다로운 경기가 예상된다. 바로 박항서 감독의 존재 때문이다. 박 감독은 국내에서 각급 대표팀 코치와 사령탑을 역임했고 K리그에서도 오랫동안 감독직을 수행하며 한국축구의 특징과 선수들의 스타일, 심지어 김학범 감독의 전술에 대해서도 별다른 정보수집이 더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전력 면에서야 유럽파 정예 선수들까지 포함한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지만 선수들이 손발을 맞춘 지 오래되지 않아 조직력에는 아직 약점이 있다. 박 감독 부임 이후 각급 대표팀을 총괄하여 꾸준히 조직력을 다져왔고 한국축구 스타일까지 일부 접목한 베트남은 더 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한국이 16강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할수 없지만 그렇다고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의 탈락을 지켜봐야 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김학범호의 16강 상대를 결정할 베트남과 일본의 조별예선 D조 3차전은 19일 위바와 묵티 경기장에서 열린다. 국내 축구팬들로서는 내심 베트남의 선전을 응원하면서도 다소 복잡미묘한 심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경기가 될 전망이다.

기뻐하는 박항서 감독 1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D조 네팔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의 두 번째골이 터지자 박항서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 기뻐하는 박항서 감독 1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D조 네팔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의 두 번째골이 터지자 박항서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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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시안게임 베트남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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