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2천319개)을 세운 박용택이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기록 달성 후 가진 기념행사에서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2천319개)을 세운 박용택이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기록 달성 후 가진 기념행사에서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3일 서울 잠실야구장. 그는 1회 첫 타석에서 우측 담장을 직접 때리는 2루타를 기록했다. '양신'이라 불리는 양준혁 해설위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팀이 5 대 7로 추격한 4회. 롯데의 두 번째 투수 고효준을 상대로 우익선상 2타점 동점 2루타를 때려냈다. 뜻깊은 안타에 걸맞은 중요한 안타였다. 2루 베이스를 밟은 그는 모자를 벗고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곧바로 롯데의 투수 교체가 이뤄지는 동안, 박용택은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 감회에 젖은 눈빛으로 그라운드의 2루 베이스를 지키고 있었다. 데뷔 후 17번째 시즌. 올해 불혹에 접어든 박용택의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 순간의 풍경이었다.

사실 화려하지는 않았다. 한 시즌 30홈런은커녕 20홈런도 기록한 적이 없다. 100타점, 100득점도 기록한 시즌이 없다. 4차례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기는 했지만, 타격 부문 개인 타이틀도 2005년의 도루왕, 득점왕 그리고 2009년의 타격왕이 마지막이다. 국가대표로도 2006년 WBC에 나간 기억이 전부다. 무엇보다 그는, 아직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날 웃어본 기억이 없다.

대신 그는 꾸준했다. 꾸준해도 그렇게 꾸준할 수가 없다. 지난해까지 16번의 시즌에서 15차례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17번째 시즌인 올해도 100안타 달성이 임박했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50안타는 KBO 역대 최초의 기록이다. 통산 10번의 3할 타율을 기록했고, 통산 .309의 타율은 KBO리그 역대 10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중 8위의 기록이다.

신인시절이자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로 남아있는 2002년부터, 팀 역대 최악의 암흑기를 보낸 와중에도, 2013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부터 앞선 5번의 시즌에서 3차례 가을 야구에 나서며 팀이 재건에 성공하고 있는 현재까지 LG의 라인업에는 언제나 박용택이 있었다.

박용택의 야구시계가 거꾸로 도는 비결, 변화 또 변화

안주할 만도 했다. 한 팀의 확고한 주전이었고, 남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FA 계약을 두 번이나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그는 검증된 3할 타자였다. 하지만 남들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이야기 할 만한 30대 중반 이후에도 그는 꾸준히 변화하고 진화했다.

박용택은 타격폼을 자주 수정하는 타자로 유명하다. 배트를 쥔 손의 위치를 바꿔보기도 하고, 스탠스의 위치를 변화시키기도 했다. 양준혁의 만세 타법으로 갈아 탄 적도 있다. 변화를 위해선 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그의 취미는 야구 동영상 시청이며, 언젠가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불어온 세이버 메트릭스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박용택은 일반적인 고정관념과는 달리, 타격폼은 매일 조금씩 바뀌는 거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게 올해도, 아니 오늘도 박용택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타격폼을 찾기 위해 항상 연구 중이다.

그 덕분이었을까. 박용택의 야구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는 중이다. 2002년 데뷔 후 2000년대 통산 타율이 .291이었던 그의 타율은, 30대로 접어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25로 상승했다. 앞선 2년간의 타율은 각각 .346과 .344로, 타격왕을 차지한 2009년의 .372 다음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익숙한 성공이 가져다 주는 유혹은 치명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익숙함 대신 변화를 추구한 박용택의 선택은 오늘의 성과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역대 KBO리그 타자 중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낸 박용택이지만, 그의 목표는 애당초 2319번째 안타가 아니었다. 수 년 전, 그가 처음 3000안타를 언급했을 때 많은 이들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의 나이와 남은 안타 수를 생각하면 불가능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박용택 3000안타'에 대한 여론도 서서히 바뀌어가는 중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3000안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 시즌 이후에도 최소 3~4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사에도 3000안타의 문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은 비단 필자만의 감정일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박용택의 방망이는 이제 3000번째 안타를 정조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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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최다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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