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대표팀이 스웨덴전을 앞둔 한국에 힌트를 줬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5·모잠비크) 감독이 이끄는 이란대표팀은 16일(한국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서 모로코에 1-0 승리했다.

탄탄한 수비조직력과 함께 천운이 따라준 경기였다. 이란은 후반에 단 한 차례도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으나 추가 시간 모로코 아지즈 부하두즈(31·상파울리)의 자책골로 극적인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이란은 역대 월드컵 본선 최초로 후반에 슈팅 없이 승리한 팀이 됐다. 또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미국을 2-1로 꺾은 후 20년 만에 본선 승리를 거뒀다. 이란의 월드컵 본선 성적은 2승 3무 8패다.

약체가 강팀을 잡는 비법은?

이란의 승리는 의미가 크다. 아시아 축구의 반격으로 비유할 만하다. 월드컵 개막 첫날 사우디가 개최국 러시아에 0-5 참패하자, 여기저기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영국 BBC 축구 해설위원 게리 리네커(1986 월드컵 득점왕)는 트위터를 통해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팀들의 수준은 더 끔찍할 것"이라고 아시아 축구를 뭉뚱그려 혹평했다. 앨런 시어러도 BBC 라디오를 통해 "사우디는 월드컵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이란의 승리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란은 늪 축구로 비유되는 숨 막히는 수비와 심리전으로 모로코를 무너뜨렸다. 또 최근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이란의 '경험'이 20년 만에 본선에 나선 모로코를 눌렀다.

이란 케이로스 감독은 모로코 코치진과 장외설전을 벌였다. 이것도 심리 전술의 일부였다. 이란의 승리욕은 더욱 불타올랐고 육탄방어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상대의 반칙에 과장되게 넘어지는 등 주심을 현혹하는 전략도 여전했다. 압박축구를 펼치는 한편, 적절한 타이밍에 그라운드에 누워 체력을 회복했다.

자제력 잃은 모로코

모로코는 볼 점유율 68대32(%), 패스 정확도 82-58, 슈팅 숫자 13-9 등 거의 모든 기록에서 이란을 압도했다. 하지만 결과를 얻지 못했다. 모로코는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했다. 객관적인 전략상 이란보다 우위인 모로코는 반드시 이겨야 16강행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란의 교묘한 전술에 말려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모로코 선수들은 주심에게 계속 항의하거나(투정부리거나) 거친 반칙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이란은 모로코의 조급함을 역이용했다. 반칙을 당하면 세 바퀴 이상 구르며 과장된 액션을 취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모로코 수비수가 측면에서 불필요한 반칙을 했고 이란의 프리킥 기회에서 극장 자책골이 나왔다.

이란은 스웨덴전을 앞둔 한국에 '분명한 힌트'를 줬다. 한국은 32개 참가국 중 최약체 그룹으로 분류된다.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4차례 평가전에서 1승1무2패로 부진했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첫 상대인 스웨덴은 한국전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스웨덴 입장에서 한국전은 '이겨야 본전'

신태용호는 스웨덴의 심리를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란이 모로코의 조급함을 역이용한 것처럼 한국 또한 스웨덴을 상대로 적절한 심리전이 요구된다. 강력한 수비와 투쟁력은 기본으로 요구된다.

한국대표팀 수석 코치 토니 그란데(71·스페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수들은 악바리 근성이 부족하다"며 "축구는 신사 스포츠고 상대를 존중해야하지만 모든 경기가 그렇지 않다. 상대에 따라 우리도 좀 더 거칠게 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드컵은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게 중요하다. 이란이 모로코전에서 보여준 것은 아름다운 축구는 아니다. 하지만 최상의 결과(승점3)를 얻었다.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케이로스 감독처럼 이란축구 전술도 영악해졌다.

한국은 객관적인 전략상 스웨덴에 열세지만, 월드컵 본선 경험은 앞선다. 한국은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고, 스웨덴은 2006 독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에 나선다. 이란이 20년 만에 본선에 나선 모로코의 젊은 선수들을 컨트롤한 것처럼, 한국도 스웨덴의 젊은 피들의 심리를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아시아축구의 반란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린다.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이란 모로코 이란 케이로스 감독 한국 스웨덴 아지즈 부하두즈 자책골 게리 리네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