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 오드


명랑하고 귀여운 젊은 포르노 배우와 냉소적이고 일면 괴팍한 늙은 할머니의 특별한 우정을 다룬 영화 <스타렛>과 미국 LA에서 몸 파는 트렌스젠더들의 바람둥이 남자친구 찾기 소동을 다룬 영화 <탠저린>으로 전 세계 평단을 들었다 놓은 션 베이커 감독이 돌아왔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다.

마이너한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아이폰 5s로만 촬영한 <탠저린>의 혁신적인 면모를 이어받아 아이폰 6s와 35mm 필름으로만 촬영했다고 한다. '소외'의 아이콘답게 이번에도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에 장기투숙하는 이들이다.

그의 영화에는 반드시 신인이 출연한다는 법칙이 있다. 이번 <플로리다 프로젝트>에도 역시 신인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모든 주조연 아역 배우들은 물론 그 아이들의 엄마 또한 신인이다. 그 때문일까. 윌렘 대포라는 위대한 배우를 캐스팅해 완벽한 중심을 잡게 했다. 결과는 대 성공인듯 보인다.

귀엽고 천진난만한 친구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 오드


미국 플로리다 주의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 '매직 캐슬'과 '퓨쳐 랜드'. 여섯 살 꼬마 소녀 무니는 친구 스쿠티, 젠시와 짓궂은 장난을 일삼으며 일대를 활보한다. 너무나도 귀엽고 천진난만한 그녀와 친구들은 매직 캐슬의 관리인 바비(윌렘 대포 분)와 대치 중이기도 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모텔에 장기투숙하는 이들의 자식들이다.

스쿠티의 엄마, 젠시의 엄마는 제 앞가림을 하며 아이를 기르고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무니의 엄마 핼리는 그 강퍅한 성격 때문인지 일하던 곳에서 해고 당하고 앞날이 막막하다. 집세도 제때 못내는 형편인 핼리는 무니와 함께 관광객에게 불법으로 향수를 팔기도 한다. 그런 생활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무니와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은 도를 넘겨 매직 캐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폐허를 불태워버리고 만다. 이 심각한 장난의 여파는 무니와 핼리의 삶에 크게 작용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그나마 근근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방편들이 하나하나 줄어드는 것이다. 그들 앞에는 어떤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까.

소외된 이들의 집합소, 디즈니월드 건너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 오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정녕 사랑스럽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천국 디즈니월드가 아이들에게 완벽하게 투영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미소짓게 한다. 그들이 무슨 짓궂은 장난을 저지르든 그들은 아이들이지 않나. 그들이 어디에서 무얼하든 그곳이 디즈니월드이다.

하지만 현실은 디즈니월드가 아닌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 그곳은 디즈니월드 관광객들이 묵어가는 천국의 또 다른 곳이 아닌 천국의 맞은 편, 지옥이라 해도 크게 과언이 아닌 곳이다. 환상의 세계를 철저히 본뜬, 겉으로는 너무나도 예쁜 천국 같은 곳이지만 사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니 소외된 이들의 집합소다.

디즈니월드는 미국이 자랑하는 전 세계적인 관광명소다. 미국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곳의 바로 맞은 편에 철저하게 소외된 모텔이 있다. 그 모텔은 미국이 지우고 싶은 이면일 것이다. 갈 데 없는 이들이 왜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최고의 관광도시에 '빌붙어' 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일 테다. 최고를 지탱하는 이들의 대다수는 항상 최하층민들이지 않은가.

이런 풍경은 비단 미국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미국이야말로 오랫동안 자본주의 세계의 왕으로 군림했던 바, 차츰 그 균열이 보이는 동시에 그 적나라한 이면도 함께 드러난 셈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 오드


윌렘 대포를 중심으로 다수의 신인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앙상블이 영화의 큰 축을 차지한다.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시키는 '매직 캐슬'의 미장센, 디즈니월드라는 미국 상징의 철저히 소외된 이면의 이야기도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큰 축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을 연기한 배우들일 것이다.

윌렘 대포가 분한 매직 캐슬 관리인 바비는 자기 본분에 철저하다. 그는 겨우 방세를 내는 핼리, 무니 모녀에게도 철저히 제때 방세를 받으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을 모두 받아주다시피 하고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지키려 한다.

세상 누구보다 서로가 필요한 무니와 핼리 모녀, 그리고 무니와 절친들. 그들 모두를 신인 배우들이 연기했는데, 단 한 순간도 어색하지 않았고 어설프지 않았다. 그들 중 상당수가 션 베이커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현장 캐스팅 수혜자들인 점을 감안할 때 가히 압권이었다. 그의 이전 영화들 <스타렛>과 <탠저린>에서 보여준 신인들의 자연스럽고 통통 튀는 연기와 일맥상통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션 베이커 윌렘 데포 디즈니월드 소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