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by. 거스 히딩크

"쓰러질지언정, 무릎은 꿇지 않는다."
by. 박지성

대한민국 vs 폴란드 폴란드를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하고 좋아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 대한민국 vs 폴란드 폴란드를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하고 좋아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 대한축구협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경기장 안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이 경기장 안을 가득 울렸다. 대한민국 선수들과 코치, 감독은 팔을 위로 들어 올리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950년 FIFA 월드컵에서 독일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제프 헤어베어거가 남긴 '공은 둥글다'라는 말은 또 한 번 증명되었다. 약 한 달간 한 축구 변방국가의 기적과 같은 동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전 세계가 이 동화를 읽었다.

2002년 6월 4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대한민국이 폴란드를 상대로 2 - 0 승리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는 대한민국에게는 특별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이 월드컵 역사상 48년 만에 이룬 첫 승리였기 때문이다. 지난 48년간 대한민국은 5번의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4무 10패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아니 단 한 번의 승리가 누구보다도 간절했을 것이다. 이제 네덜란드에서 온 한 사람이 대한민국과 함께 한 편의 동화를 만들 것이다. 그의 이름은 바로 거스 히딩크이다.

거스 히딩크 거스 히딩크의 모습

▲ 거스 히딩크 거스 히딩크의 모습 ⓒ FIFA.COM


'대한민국 4강 신화의 저자' 거스 히딩크

"대한민국이라면... 네덜란드에게 5 - 0으로 패배했던 나라...?"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게 5 - 0으로 패배한 대한민국에서 감독 제의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라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에 금이 갈 수도 있으며, 만약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면 모든 비판이 히딩크에게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스 히딩크는 처음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을 제의받았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히딩크가 네덜란드 감독으로 있을 당시에 대한민국은 네덜란드에게 5 - 0으로 패배한 국가였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이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또한 한국 축구 협회에서는 장기간 합숙훈련, 해외 전지훈련, 월드컵 이전까지 K리그를 중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2000년 1월 1일, 거스 히딩크는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으로 공식 취임한다.

거스 히딩크가 대한민국에서 처음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프랑스, 체코에게 5 - 0으로 대패, 체력 훈련만 계속해서 반복, 몸싸움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괴짜 감독', '오대영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히딩크 뒤를 항상 따라다녔다. 하지만 히딩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2002년 6월 4일, 히딩크는 본인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vs 폴란드 대한민국 vs 폴란드 라인업

▲ 대한민국 vs 폴란드 대한민국 vs 폴란드 라인업 ⓒ FOOTBALLUSER.COM


선발 라인업

홈팀 대한민국은 343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이운재, 김태영, 홍명보, 최진철, 이을용, 김남일, 유상철, 송종국, 설기현, 황선홍, 박지성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정팀 폴란드는 442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두덱, 제부아코프, 바우도흐, 바크, 하이토, 크지노베크, 스비에르체프스키, 칼루즈니, 코지민스키, 주라프스키, 올리사데베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vs 폴란드 대한민국 vs 폴란드

▲ 대한민국 vs 폴란드 대한민국 vs 폴란드 ⓒ FIFA.COM


경기 내용

경기가 시작되기 전, 대한민국 관중석에서 'WIN 3 : 0'이라는 카드섹션을 선보였다.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약 48760명의 관중들로 가득 채워졌다. 경기장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폴란드 선수들은 공포에 휩싸였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외톨이가 되어버린 폴란드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전반전, 폴란드는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대한민국은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전반 2분, 폴란드의 크지노베크의 슈팅이 대한민국의 옆그물을 흔들었다. 2분 뒤에는 주라프스키의 크로스가 폴란드 선수들의 발에 걸리지 않으면서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초반부터 강하게 나오는 폴란드에게 대한민국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폴란드에게 선제골을 허용할 위기였다. 하지만 전반 8분, 전방으로 올라온 홍명보가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면서 분위기는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전반 26분, 측면에서 이을용이 올린 크로스를 황선홍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대한민국이 선제골을 기록했다. 선제골을 허용한 폴란드 선수들이 당황한 모습이 보였다.

이어진 후반전,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 폴란드 선수들이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수비수들과 이운재는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장에는 '오! 필승 코리아!'가 울리기 시작했다. 후반 7분, 유상철이 폴란드의 하이토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두덱이 그의 슈팅을 막아보지만 그대로 골문 구석으로 들어갔다. 대한민국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폴란드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추가골을 넣기 위해서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지만 두덱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전 추가시간이 모두 지나고 주심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전 세계가 놀랐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월드컵 역사상 48년 만에 첫 승을 기록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대한민국의 월드컵

▲ 대한민국의 월드컵 대한민국의 월드컵 ⓒ FIFA.COM


월드컵 첫 승까지 걸린 시간... 48년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다. 헝가리, 터키에게 9 - 0, 7 - 0으로 패배하면서 대한민국은 일찍 스위스를 떠나야 했다. 이후 대한민국이 월드컵에 다시 출전하기까지 3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이탈리아와 한 조가 된 대한민국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월드컵 첫 승을 노렸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이탈리아에게 패배하고 볼리비아와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비록 첫 승에는 실패했지만 첫 득점, 첫 승점을 기록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첫 16강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예선 3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으로 월드컵을 끝내야 했다. 이어진 미국 월드컵, 스페인, 볼리비아와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16강 진출에 대한 가능성이 생기지만 독일에게 2 - 3으로 패배하면서 실패한다. 실패를 반복하면서 출전하게 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멕시코, 네덜란드, 벨기에와 한 조가 되면서 첫 승리, 첫 16강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멕시코, 네덜란드에게 3 -1, 5 - 0으로 패배한다. 거기다가 차범근이 월드컵 도중에 대한민국 감독직에서 경질을 당하게 된다. 마지막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1 - 1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조 4위는 간신히 피하게 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대한민국은 5회의 월드컵에서 4무 10패, 16강은 물론 단 1승도 하지 못했던 축구 변방국가에 불과했다. 하지만 폴란드전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은 더 이상 오래전의 축구 변방국가가 아니었다.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컵 역사상 48년 만에 첫 승리를 기록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약체가 아님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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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02 한일 월드컵, 대한민국 VS 폴란드의 경기는 15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제는 추억과 신화로 남게 된 대한민국 대표팀의 황금기. 그때의 감동을 한 편의 글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끼기 바랍니다.
2002월드컵 한일월드컵 대한민국 폴란드 거스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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