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1285만 달러의 포스팅 계약을 맺고 당당히 미국무대에 입성했던 한국산 거포 박병호는 연일 홈런포를 쏘아대며 적어도 4월 한달동안은 MLB에서도 거포로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5월 중반을 기점으로 박병호의 성적은 곤두박질 쳤고 6월말에는 급기야 타율이 .191까지 급락하면서 결국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고 메이저무대에선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초반은 어느 정도 활약하는가 싶더니 결국은 다시 내리막을 탔고 손목부상까지 악화되면서 결국 8월경 손목수술로 시즌 전체를 일찌감치 마감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흐른 뒤 박병호는 지난 4일(한국시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며 팀으로부터 방출대기 통보를 받았다. 결국 자연스럽게 박병호의 손목부상이 다시 재주목을 받게 되었다. 일부 외신과 국내언론들은 박병호의 지난 메이저리그 부진의 실제 원인을 "손목부상"으로 꼽으면서 5월중순부터 시작된 손목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스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과연 일부 언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정말 손통증이 박병호의 경기력에 실제 영향을 미쳤을까?

성적은 분명 급락했지만 평균타구속도는 비슷

우선 박병호의 기록이 급격하게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 5월 17일(미국시간)을 기준점으로 크게 2개 구간으로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병호의 기록 및 각종 데이터 표.1

박병호의 기록 및 각종 데이터 표.1 ⓒ 심동주


위 자료에서 크게 주목해야할 점은 바로 박병호의 플라이볼과 라인드라이브 타구속도 그리고 땅볼과 팝업타구의 비율이다.(출처 : 베이스볼 사반트)

분명 17일 이전 기간에 비해 심각하게 타격기록이 부진했지만 라인드라이브+플라이볼(이하 FB+LD) 타구속도만큼은 오히려 0.1mph소폭상승하면서 비슷하게 유지했다. 반면 땅볼과 팝업타구의 비율은 17일 이전 구간 41.7%보다 18% 이상 증가했다.

만약 박병호의 손통증이 메이저리그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다면 17일 이후 기간의 정타로 맞는 평균타구속도(FB+LD)가 이전기간에 비해 유의미하게 줄었어야 정상이다.

손통증 때문에 제대로 된 스윙을 못가져가고 타구에 힘을 못싣는데 정타로 맞는 타구속도가 유지된다고 하면 이는 곧 지구의 물리법칙에 반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여기 한가지 더 주목해야할 사실이 있다. 바로 박병호의 밀어친 타구 비율이다.

그에 앞서 MLB의 각종 타구데이터를 제공중인 베이스볼 사반트에 따르면 작년 메이저리그에서의 우타자가 우익수와 1루수방면으로 밀어친 타구(FB+LD)의 평균 스피드는 89.2mph다. 반면 좌익수와 3루수방면으로 잡아당긴 타구의 평균 스피드는 95.5mph로 6.3mph(약 10km/h) 차이가 났다.

결국 이같은 속도 차이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투수의 공을 밀어칠때는 잡아 당겨치는 것보다 손목에 훨씬 더 많은 부하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목이나 손가락의 부상으로 인해 통증이 있을시에는 본능적으로 타구를 잡아당기게 되고 밀어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미국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작년 박병호의 4월 4일부터 5월 17일 이전 기간, 이후 6월 28일까지 기간의 각각 밀어친 타구 비율은 각각 19.4%, 18.2%로 나타났다.

만약 박병호의 손목통증이 경기력에 실제 영향을 끼쳤다면 손목에 극심한 부담을 느끼는 밀어치는 타구의 비율 또한 유의미하게 감소했어야 정상이다. 물론 1.2% 소폭 하락했지만 크게 구분지을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다.

결국 평균타구속도와 밀어친타구의 비율은 비슷하게 유지된 채 땅볼과 팝업타구의 비율이 급상승했다면 결국은 손목 문제보다는 타격시 각도와 타이밍문제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분석당한 박병호, 실력의 한계 이겨내야

 박병호의 각종기록 및 데이터 표2.

박병호의 각종기록 및 데이터 표2. ⓒ 심동주


베이스볼 사반트에 따르면 작년 2스트라이크 이후 메이저리그투수들이 타자들을 상대로 흔히 빠른공이라 일컫는 포심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던진 비율은 전체구종대비 34.5%였다.

하지만 박병호에겐 표2에 나와 있는 자료에서처럼 5월 17일 이전에는 리그 평균보다 낮은 25.3% 비율로 던졌다. 하지만 17일 이후는 약 12% 급상승해 리그평균 이상에 해당되는 37.6%의 비율로 던졌다.

특히 37.6%의 포심패스트볼에서 92mph(약 148km/h)이상이 75.3%를 차지했다. 사실 박병호는 5월 17일 이전 맹타를 휘두를 때도 92마일 이상 빠른 공에는 타율이 0.130으로 취약했다. 결국 박병호의 빠른공에 대한 약점이 간파당해 17일 이후 투수들이 던지는 빠른공의 비율이 급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적이 하락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O-Swing(스트라이크존 밖에 던진 공에 배트가 나온 비율)의 상승 또한 주목해야할 점이다. 위 자료에서 보듯이 17일 이전에는 24.3% 비율로 배트가 나왔으나 그 이후에는 29.1%로 상승했다. 결국 박병호의 약점인 빠른공 비율이 늘면서 자신감을 상실했고  결국 선구안마저 흔들리니 나쁜공에 배트가 따라나온 횟수도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박병호의 손목부상에 따른 통증이 메이저리그에서의 경기력에 100% 영향이 없었다고 단정짓지는 못한다.

하지만 여러 데이터와 정황들을 볼 때 메이저리그에서 박병호 부진의 근본 원인은 손목통증이 아니다. 시즌초반부터 좀처럼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던 빠른 공이 박병호를 상대로 던지는 비율이 점차 상승하면서 삼진과 땅볼, 팝업타구 비율이 증가했고 이에 자신감마저 하락해 결국 기록이 급락했다고 보면 옳을 것이다.

결국 간파당한 패스트볼 약점을 얼마나 잘이겨내고 극복하냐가 박병호의 올시즌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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