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와 'M'으로 시작하는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몇 가지 의견이 나왔던 것 같은데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하던 참에 부산의 형제밴드 '지니어스'의 스티브가 'SAY SUE ME'를 툭 던져 줬죠. 왠지 모두들 마음에 들어 했고 당시 자신감이 바닥을 치던 수미에게 힘을 주기 위해 그 이름을 선택했다는 (멤버들  간의) 이야기도 있어요."(세이수미)

부산 밴드 세이수미는 2014년 1집 <We've Sobered Up>, 2015년 EP <Big Summer Night>를 발표한 서프록 성향의 인디록 밴드다.

"세련되지 않고 자꾸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라고 하고 싶어요. 우선은 저희 스스로 듣기에 좋은 음악을 합니다." (세이수미)

강세민(드럼), 김병규(기타), 최수미(보컬), 하재영(베이스) 4명의 부산 친구들로 구성된 밴드는 영국 투어(4월 말)를 준비하며 2집 음반 작업 중이다. 그리고 팀 결성 당시, 보컬 최수미를 응원하기 위해 세이수미를 외쳤던 것처럼 지금은 세이세민을 부른다. 2016년 7월, 불의의 사고로 쓰러져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드러머 강세민의 쾌유를 기원하며 작년 12월 12일부터 일러스트북 <Semin> 출간 크라우드 펀딩(tumblbug.com/semin)을 진행하고 있다. 펀딩 첫날 500만원이 모였다.

"사실 펀딩 오픈 전부터 왠지 모를 긴장감에 잠을 이루기 힘들었는데 이른 시간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게 되니 벅찬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어요. 정말 도와주신 한 분 한 분께 일일이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하고,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정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사실 펀딩 목표 금액이 달성되었다고 세민이의 어려움이 당장 해결되는 건 아니니 많은 분께서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세이수미)

강세민이 그린 40여 장의 그림을 모아 출간하는 작업으로 후원 마감일은 1월 21일이다. 책에는 세이수미가 전하는 강세민의 이야기, 신곡 2곡을 들을 수 있는 다운로드 코드가 함께 실리고 수익금은 강세민 치료비로 사용된다. 세민과 후원자를 위한 라이브 무대도 준비했다. 동료 음악인들이 힘을 실어주었다.

2월 4일 오후 7시 서교동 라이브클럽 벨로주에서 코가손, 푸르내, 단편선과 선원들이 함께하고 2월 5일 오후 6시에는 서교동 라이브클럽 카페언플러그드에서 강아솔, 김목인, 정밀아가 노래한다. 2월 18일 오후 8시에는 부산대 앞 PUB썸데이에서 김일두, 김대중, 연진이 무대에 선다. 강세민이 건강을 되찾으면 그간 하지 못했던 말을 직접 전해주고 싶다는 세이수미가 음악과 세민의 이야기를 1월 11일에 전해왔다.

세이수미에 담긴 진심

 밴드 세이수미 _ 김병규(기타), 최수미(보컬), 강세민(드럼), 하재영(베이스)

밴드 세이수미 _ 김병규(기타), 최수미(보컬), 강세민(드럼), 하재영(베이스) ⓒ 임소영


- 어떤 계기로 팀을 결성하게 되었는지요.
"보컬 최수미를 제외한 3명의 멤버는 이미 10년 가까이 서로 왕래해가며 음악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조금 다르게 뭔가를 해볼까?"하는 마음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침 음악을 좋아한다며 주위를 기웃거리던 수미에게 그저 "재미 삼아 한번 해보자" 제안했고 그렇게 모이게 되었어요."

-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해안의 느낌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세미수미가 추구하는 음악은 어떤가요?
"의도한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바다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무언가가 나오는 거 같아요. 파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엇이 밀려올지 몰라 두근거리게 되고 익숙하면서도 가끔 매우 낯선 느낌이 드는데, 듣는 이에게 그런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그 음악을 통해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뚜렷하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건 아니에요. 들으면서 사랑하는 누군가를 좋았던 시간과 좋아하는 공간을 떠올리거나 귀엽거나 슬프거나 신나는 감정을 느끼신다면 저희도 행복할 거예요."

- 영국에서 음반 발매 계획이 있던데요?
"작년 말 영국의 댐나블리(Damnably) 레이블에서 영국 투어를 제안해 왔어요. 투어와 함께 음반을 발매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 있어서 컴필레이션 형식으로 발매가 될 것 같아요. 아직 담길 곡들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1집과 EP음반에서 각 몇 곡과 현재 작업이 거의 완료된 2집에 실리게 될 2~3곡을 녹음해서 한 음반에 모아 발매할 예정입니다."

- 영국 투어도 하는데, 포부가 있을까요?
"결성 초기부터 꿈꿔오던 해외 투어를 처음 맞닥뜨리게 됐는데, 아무래도 세민이가 없는 상황이라 허전함은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할 것 같아요. 일단은 사고 없이 건강히 돌아왔으면 합니다."

 일러스트북 『Semin』

일러스트북 『Semin』 ⓒ 세이수미


-지난 12월 12일부터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드러머 강세민의 일러스트북 <Semin>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누워있는 세민이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단순 모금을 생각하다가 크라우드 펀딩을 떠올리게 됐어요. 아픈 세민이의 작업물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일이라 더 의미 있다고 생각됐습니다. 세민이는 누워있지만 저희랑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 동료 뮤지션과 팬이 힘을 실어주었어요. 목표 금액 500만원을 마감 전에 달성했는데, 고마움이 클 것 같아요.
"사실 펀딩 오픈 전부터 왠지 모를 긴장감에 잠을 이루기 힘들었는데 이른 시간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게 되니 벅찬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어요. 정말 도와주신 한 분 한 분께 일일이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하고,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정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사실 펀딩 목표 금액이 달성되었다고 세민이의 어려움이 당장 해결되는 건 아니니 많은 분께서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세민 씨 일러스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세민이는 항상 밝게 웃으면서 매 순간 즐거운 농담을 던지곤 했는데요. 그런 유쾌한 성격이 그림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그림을 볼 때마다 그 농담들이 겹쳐서 보이는 것 같아요. 멋지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 공연 때, 세민 씨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겠어요?
"지금은 세민이와 <바비돌스(Barbie Dolls)> 밴드를 함께 하던 케이시가 비워진 자리를 채워주고 있지만, 공연 중에도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은 어쩔 수 없죠."

- 사고 이후, 세이수미 곡 작업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세민이는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멤버라서 서로 마음이 맞는 부분이 많아요. '척' 하면 '척'이라고 하면 될까 모르겠는데 그런 부분이 없으니 작업의 방법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길 듯해요."

- 세민 씨의 건강은 호전 중인가요?
"아직은 이렇다 하고 단정 지어 말씀드리기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여전히 아파하고 있고 많은 사람의 기도가 필요하다고만 말씀드리고 싶네요."

-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일러스트북과 함께 신곡 2곡도 만날 수 있던데요. 어떤 노래인가요?
"'But I Like You'와 'Michelle Marie' 2곡입니다. 'But I Like You'는 세민의 사고 전에 진행한 정규 2집 작업 중의 한 곡입니다. 세민이와 같이 만든 곡이죠. 앞선 두 장의 음반과 성향이 크게 바뀐 곡은 아니지만 그래서 세이수미답다라고 생각되는 곡입니다. 애착이 가요. 'Michelle Marie'는 세민이와 지니어스의 드러머 케이시가 만든 2인조 록밴드 바비돌스의 곡입니다. 처음엔 'But I Like You'와 다른 한 곡이 리워드 음원으로 공개될 예정이었는데, 평소 좋아했던 'Michelle Marie'를 텀블벅 후원자분들과 바비돌스를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세이수미 스타일로 편곡을 하게 되었습니다."

- 2집을 준비 중인데, 어떤 음악을 들려줄 생각인가요?
"앞선 두 장의 음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세이수미의 스타일이라 일컬어지는 곡들도 있는 반면 조금 더 느려진 곡 템포와 차분하고 덤덤해진 사운드 등 약간의 변화가 있는 곡들도 만나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언제 즈음 만날 수 있을지.
"준비가 되는 대로 발매하고 싶은데 아마 가을 즈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부산, 어디를 가면 세이수미를 만날 수 있을까요?
"공연이 있는 주말엔 공연장에서, 공연이 없는 주말엔 어떨 때는 광안리 해변가, 어떨 때는 PUB썸데이에 있지 않을까요?"

 일러스트북 『Semin』후원공연 포스터.  2월 4일 오후 7시 서교동 라이브클럽 벨로주(코가손, 푸르내, 단편선과 선원들)

일러스트북 『Semin』후원공연 포스터. 2월 4일 오후 7시 서교동 라이브클럽 벨로주(코가손, 푸르내, 단편선과 선원들) ⓒ 세이수미


 공연 포스터는 강세민의 일러스트로 디자인했다. 2월 5일 오후 6시 서교동 라이브클럽 카페언플러그드(강아솔, 김목인, 정밀아)

공연 포스터는 강세민의 일러스트로 디자인했다. 2월 5일 오후 6시 서교동 라이브클럽 카페언플러그드(강아솔, 김목인, 정밀아) ⓒ 세이수미


 2월 18일 오후 8시 부산대 앞 PUB썸데이(김일두, 김대중, 연진)

2월 18일 오후 8시 부산대 앞 PUB썸데이(김일두, 김대중, 연진) ⓒ 세이수미


- 무엇인가 간절히 바랄 때 들으면 힘이 날 수 있는 세이수미의 곡을 추천해주겠어요.
"바람이 클수록 조용히 한발 물러나 머리를 비워야 할 때도 필요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말자'를 추천해 드립니다. 노래도 가사도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들으세요."

- 병상에 누워 있는 동료, 가족,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 많아요. 세이수미의 마음도 같을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전해줄 수 있을까요? 
"멤버 모두 세민이의 사고로 지금까지 큰 슬픔에 빠져 지내고 있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비통함과 무력감을 어떻게 떨쳐내야 할지,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할지. 그런 마음을멤버들 모두 각자의 마음에 숨기고 당장에 저희보다 더 힘들어할 세민이의 부모님과 가족분들을 위해 텀블벅 후원 모금을 시작했어요. 저희의 상처를 뒤로 하고 가족 분들을 위해 시작한 펀딩이었는데 많은 분들의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가 저희에게도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난에 마주치면 주변의 소리엔 귀를 닫고 자기연민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깨달은 건 주변 모든 사람들은 언제 어느 때이든지 고난에 빠진 여러분들을 위해 격려와 위로를 드릴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분들도 진심으로 여러분을 위로 해주길 바랄 테고요. 힘든 일이겠지만 주변에 자신의 고난을 알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일러스트북 『Semin』 출간 프로젝트는 1월 21일까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tumblbug.com/semin)에서 진행되며 17일 현재 320명이 후원에 참여했습니다.
세이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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