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촉발된 촛불 시민혁명은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에 대한 판단만을 남겨 놓음으로써 역사의 대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에는 8차까지 8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시민대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시국을 이끌어 가는 바탕에는 문화예술의 힘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시대상을 담아 비판과 풍자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패러디 문학류 작품, '공주뎐', '박공주헌정시' 등이 대학가에서 시작되어 SNS를 타고 전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 했던 대국민담화는 '이러려고 한글을 배웠나'라고 했던 초등학생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괴감을 가질만한  패러디 한구절 정도는 입밖에 내게 되었다. 석정현 작가와 이군섭 디자이너가 합작한 '진실을 인양하는 고래'는 세월호 참사를 형상화 하고 있다. 이 고래는 세월호 아이들을 태우고 청와대를 향해 시민들과 함께 행진하는 모습에서 극적 감동을 주기까지 한다.

광화문광장 촛불 평화시민혁명에서 가요계의 노력은 문화예술의 어떤 힘보다도 시민들의 응집력을 이끄는 데 크게 주목받고 있다. 어떤 가수가 광화문광장 무대에 오르느냐도 관심사지만 무대에 오른 가수가 부른 노래는 내용을 두고 연일 회자되고 있다.

DJ DOC은 시국을 소재로 한 신곡 '수취인분명(미스 박)'을 공개, 국정농단에 대한 직설적 비판을 노랫말에 담아 음원을 무료 배포하기도했다. 안치환씨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불렀고, 따라부르는 시민들은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패러디로 응했다. 20년차 록밴드 노브레인은 밤 10시에 광화문광장 무대에 올라 폭발적인 에너지로 시민들에게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이승환, 한영애, 양희은, 전인권, 이은미씨 등 많은 가수들이 혼신의 힘으로 현 시국을 노래했다. 지난 19일 가수 윤종신씨는 올 한 해 어수선한 시국을 고스란히 담은 뮤직비디오와 신곡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공개했다.

광화문광장 촛불 시민혁명이 그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이 즈음 투락의 '그네놀이'라는 또 하나의 신곡이 이목을 끈다. 이인조 락밴드 투락의 리더는 가수 조관우씨가 부른 세월호 참사 추모곡 '풍등'을 작곡한 채승윤씨이다. 그동안 드라마 배경음악이나 음악예능 프로그램의 음원작업 등 비교적 잘 보여지지 않는 영역에서 작품활동을 해오던 그가 '그네놀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의 신곡을 내놓았다.

광화문광장 행사 무대에 오른 가수들의 노래가 락과 랩, 강렬한 격문처럼 울려퍼졌던 것과는 달리 투락의 '그네놀이'는 잔잔한 파도처럼 편안하고 정적인 운율로 노래가 전개된다.



신곡 '그네놀이'는 '박근혜, 밀어주는 아빠(박정희), 길라임, 비밀정원 드라마, 최순실, 사이비, 은택씨 감방, 머리모양 바꾼 애, 정윤회, 차움, 우유주사' 등과 같이 박근혜게이트로 인해 국민들에게 익숙하게 들려온 단어와 문장들이 적나라하게 들려온다. 하지만 정작 가사를 찾아서 읽어보면 내가 들었던 단어들은 텍스트적 가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의 해체, 문장의 파괴 등이 노래의 흥미를 더한다.

서정적인 감성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재미있는 멜로디가 바운스 그루브를 타고 흐른다. 종잡을 수 없는 음절구분과 리드미컬한 박자의 코러스라인이 곡의 전반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다소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으로 부실하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상 기승전결의 모든 과정을 밀도 있게 담아 낸 곡이라고 작곡자는 말한다.

러닝타임 2분 25초의 짧은 노래인데 마지막에 급히 노래하다하다 말고 곡이 끝나버리는 듯해서 '뒤가 짤린 것 아니냐'고 묻자 작곡자 채승윤씨는 '끝을 채우지 못하고 빨리 끝나야만 하는 일들에 대한 일종의 바램을 담은 엔딩'이라고 한다.

채승윤씨는 이곡을 만든 계기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 백만분의 일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뭔가 좀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터, 지금의 시대상황에 맞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본분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 <그네놀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 싱글을 제작하였습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창작품은 창작자의 영역과 감상자의 영역이 공존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노래를 만든 의미가 분명 존재하겠지만 발표되는 순간 이 노래에 대한 평가나 감상은 듣는 분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듣는이의 입장에서 경박하거나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음악적으로 무가치 하지 않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각자의 마음이 동하는 대로 음악을 즐겨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네놀이(채승윤 작사, 작곡/ 투락 노래)

어릴적에 살았던 기와집에 타고놀던 마당 밖 그네/
날 밀어주는 아빠가 있었기에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되지 난 공주처럼/ 
곱게 뻗은 길 라임나무 뒤로 내 비밀정원 드라마 같은 세상/
얼굴 화끈해질 일은 피하거라 했지만 많은 잘못을 감춘 채 순 실망만 시켰죠/ 
그네는 아무 생각이 없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네는 아무 의미도 없이 흔들리며 서있네/ 
음주가무 좋아하던 아빠가 자릴비운 사이 비가 내려와/
홀딱 빠진듯이 흠뻑 젖어버렸어 도무지 말릴수가 없을 만큼 속옷까지 젖었어/ 
보고픈 님은 택씨 타고 와요 비싼 장난감 방에 가득있죠/
놀러 갈 때 마다 머리모양 바꾸네/놀다 지쳤어요 우유줌 사 주세요/ 
그네는 아무 생각이 없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네는 아무 의미도 없이 흔들리며 서있네/ 
높이 날지언정 윤회처럼 결국에는 돌고 돌아 /
그네는 한걸음 조차 움직일 수 없어/ 
그네는 아무 생각이 없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네는 아무 의미도 없이 흔들리며 서있네 / 
그네는 아무 감정이 없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네는 아무 의지도 없이 흔들리며 서있네/
그네는 아무 생각이 없이   

(가사 전문)

그네놀이 채승윤 투락 시민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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