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특집의 한 장면. 멤버들은 MBC에서 9월 29일 편성한 추석특선영화 <비긴 어게인>의 더빙에 도전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특집의 한 장면. 멤버들은 MBC에서 9월 29일 편성한 추석특선영화 <비긴 어게인>의 더빙에 도전했다. ⓒ MBC


TV에서 연기하는 성우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얼마만인가. 지난 29일 MBC가 추석특선영화로 방송한 <비긴 어게인>이 오후 11시 늦은 시간에도 6.6%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올해 설특선영화로 방송됐던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의 시청률이 7.6%였으니, 그보다 규모가 작은 영화로서는 괜찮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무한도전>의 지분이 있다.

MBC <무한도전>은 26일 '주말의 명화' 특집으로 멤버들의 더빙 도전기를 내보냈다. 그들의 목소리를 입힌 영화가 사흘 뒤 방송된 <비긴 어게인>이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멤버들 간의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댄 역을 꿰찬 하하보다 감초인 스티브와 트러블검으로 1인 2역을 해낸 정준하의 실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연휴 마지막 날의 이벤트가 즐거웠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재밌는 이벤트? 혹은 예능의 침범?

 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편의 한 장면.

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편의 한 장면. ⓒ MBC


하지만 '예능의 침범'이 불편하다는 비판도 들린다. 안 그래도 스타 더빙 마케팅과 외화 편성이 거의 없어져 성우들의 입지가 좁아진 현실에 대한 고민 없이 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듯한 모양새 때문이다. 전문 성우가 아닌 이들의 어색한 연기가 영화에 몰입하는 걸 방해했다는 지적도 물론 있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이벤트로 "사라져가는 추억 속 더빙 외화를 오랜만에 보니 좋았다"는 시청자들 역시 적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무한도전>의 일회성 도전이 외화 편성으로 즉각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성우들이 재조명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들 사이에서 이번 도전이 '예능의 민폐'만은 아니었음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연습 삼아 <캐리비안의 해적> 더빙에 도전한 멤버들을 돕기 위해 희대의 발연기 옆에서도 꿋꿋이 키이라 나이틀리의 목소리를 매번 흐트러짐 없이 연기해내는 성우 박선영의 모습을 비춘 장면에서만큼은 그들의 직업세계를 진지하게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특집에서 멤버들의 더빙 도전기를 도운 성우 박선영(왼쪽)과 안지환.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특집에서 멤버들의 더빙 도전기를 도운 성우 박선영(왼쪽)과 안지환. ⓒ MBC


역시 이들의 도전을 도왔던 성우 안지환은 <무한도전>판 <비긴 어게인>을 두고 "아쉬운 것도 많지만, 성우들에게도 더빙은 어려운 연기 중 하나"라며 "시청자들이 어떻게 봤는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호평을 받은 정준하에 대해서는 "사실 나보다 먼저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에 출연했을 만큼 공연도 많이 했고, 개그맨이지만 연기만큼은 진지하게 임했다"며 "부담 없는 배역이었기 때문에 잘 소화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댄 역의 마크 러팔로는 내가 연기했어도 부담일 정도로 목소리를 맞추기 어려운 배우"라고 밝힌 안지환은 "성우의 연기는 전달이 우선인데, 찡그리고 연기하는 배우와 어울리면서도 뭉개지 않고 잘 전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외화 더빙이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한 그는 예능인들의 성우 참여에 대해 "정해진 영역은 없다고 본다, 다만 좀 더 (성우에) 맞는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진지한 멜로물보다 코믹물을 더빙했다면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SBS 러브FM <안지환 김지선의 세상을 만나자>를 진행하고 있는 안지환은 예능이나 광고에서의 목소리 출연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뮤지컬에서 연기하며 성우의 영역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SBS 일일드라마 <돌아온 황금복>에도 백향섬유 직원 역으로 출연 중인 그는 "단역이었는데 어쩌면 좀 더 출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 외화 더빙이 줄어들었지만 다른 영역으로 성우들의 입지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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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비긴 어게인 안지환 정준하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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