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곡차곡 쌓인 1000회 1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기자간담회에서 현 진행자인 김상중과 전 진행자인 문성근, 정진영(오른쪽부터)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SBS 개국 1년을 맞은 1992년 3월 31일에 시작되어 1000회를 맞은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문성근, 박원홍, 오세훈, 문성근, 정진영, 박상원, 김상중(현 진행자) 등이 진행을 맡아 23년 동안 방송되고 있다. ⓒ 이정민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열린 SBS <그것이 알고싶다> 기자간담회. 한 시간 가량의 진행을 마친 아나운서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이 세 분과 나란히 서 보겠습니까." 이윽고 그는 미소를 띤 채 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이 "세 분"은 바로 <그것이 알고싶다>의 현 진행자인 배우 김상중과 전 진행자인 문성근, 정진영이다. 그리고 이 한 장면이 보여주는 건 오는 5일 1000회 방송을 앞두고 있는 <그것이 알고싶다>의 절대적인 존재감이다.
이날 자리한 민인식 SBS 교양국장은 "1992년 SBS에 입사해 <그것이 알고싶다> 조연출로 일했다"며 "첫 촬영에서 당시 진행자였던 문성근에게 사인을 해달라며 노트를 내밀었다가 선배 PD로부터 혼쭐이 난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새내기 연출자가 방송사 국장이 될 때까지, <그것이 알고싶다>는 꾸준히 알고싶은 '그것'들을 파헤쳤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미수사건을 비롯해 고 장준하 선생의 죽음에 얽힌 의문, 영원한 미제사건으로 남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천안함 침몰사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용산 참사, 세월호 침몰사건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사건들부터 집단 최면이나 초능력, 풍수지리, 사주 등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두 23년산 <그것이 알고싶다>의 손을 거쳤다.
새내기 연출자가 방송사 국장이 될 때까지
▲ '그것이 알고 싶다' 문성근, 사회에 필요한 방송하고싶어 1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기자간담회에서 전 진행자인 문성근이 소감을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SBS 개국 1년을 맞은 1992년 3월 31일에 시작되어 1000회를 맞은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문성근, 박원홍, 오세훈, 문성근, 정진영, 박상원, 김상중(현 진행자) 등이 진행을 맡아 23년 동안 방송되고 있다. ⓒ 이정민
진행자로 나선 PD와 기자들이 분연한 표정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여타의 시사 프로그램과 달리 <그것이 알고싶다>는 주로 연기자를 MC로 내세웠고, 이들의 방백을 통해 사건을 따라가도록 했다. 필요하다면 사건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영상도 곁들였다.
문성근은 이 같은 차별화가 <그것이 알고싶다>의 장수를 이끌었다고 평했다. "무대 위에서 말하면서 걷는 일이 간단해 보여도 어렵다, PD나 기자들에 비해 연기자가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일 것"이라고 입을 연 그는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는 게 굉장한 모험이었겠지만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요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그것이 알고싶다>를 두고 사회성 짙은 고발자의 역할보다 강력 범죄를 추리하는 탐정의 역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최장수 진행자인 김상중은 이에 대해 '트렌드'라는 말을 꺼냈다. "시대마다 트렌드가 있고, <그것이 알고싶다>도 이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그는 "최근 시청자가 좋아하는 것들이 사회에 일어나는 강력 범죄들"이라며 "다만 단순히 흥미 위주가 아니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를 다루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상중은 앞으로의 변신도 예고했다. "8년째가 되면서 조금씩 (진행 방식이) 정형화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그는 "언젠가는 현장에서 상황을 쫓아가면서 생생한 느낌을 주고 싶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 (제작진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간 북한에도 꼭 가보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북한 사람은 통일에 대해,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시청자께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김상중, '그것이 알고 싶다' 통해 업그레이드! 1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기자간담회에서 현 진행자인 김상중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SBS 개국 1년을 맞은 1992년 3월 31일에 시작되어 1000회를 맞은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문성근, 박원홍, 오세훈, 문성근, 정진영, 박상원, 김상중(현 진행자) 등이 진행을 맡아 23년 동안 방송되고 있다. ⓒ 이정민
"그동안 (사회에서) 짚고 넘어갈 것들을 이야기했음에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현실이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알고싶다>가 존재해 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진화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사실 저도 <그것이 알고싶다>를 재밌게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재밌는 소재를 가지고, 재밌는 걸 알려드리고 싶은데 그럴 만한 게 없다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언젠가는 웃으면서 재미있게 알려드릴 수 있는 거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김상중)"<그것이 알고싶다>는 내 인생의 든든한 배경"사실 세 배우에게 <그것이 알고싶다>는 '불편한' 프로그램이다. 배우로서 한 쪽에선 극악무도한 살인자도 되어야 하면서, 또 한 쪽에선 반듯한 모습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진행자여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문성근은 1993년 한 차례 <그것이 알고싶다>를 떠났다가 1997년 돌아왔고, 정진영 또한 2002년부터 3년 8개월간 앉아 있던 <그것이 알고싶다> 세트장과 작별을 고해야 했다.
"연기자의 욕심은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거죠. 그게 존재 이유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것이 알고싶다>에 오래 있다 보니 늘 반듯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보여야 해서, (제 연기를 보는) 관객이 제 역할에 젖어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염려가 있었어요. 그건 늘 부담이었죠. 제가 1993년 (출연을) 중단했던 것도 그게 가장 큰 요인이었어요." (문성근)
▲ '그것이 알고 싶다' 정진영, 기품있는 바른 사나이 1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기자간담회에서 전 진행자인 정진영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SBS 개국 1년을 맞은 1992년 3월 31일에 시작되어 1000회를 맞은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문성근, 박원홍, 오세훈, 문성근, 정진영, 박상원, 김상중(현 진행자) 등이 진행을 맡아 23년 동안 방송되고 있다. ⓒ 이정민
그럼에도 이들에게 <그것이 알고싶다>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연기자이기 이전에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것이 알고싶다>는 할 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창구와도 같았다. 정진영은 "매주 사회의 썩은 모습, 답답한 모습을 보다 보니 참을 수 없는 참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MC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것이 알고싶다>는 내 인생에서 든든한 배경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하며 시청자로부터 '중년탐정'이라는 별칭을 받기도 한 김상중에게도 이 프로그램이 주는 사명감은 묵직하다. "나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원래 갖고 있는 것들에 비해 많이 업그레이드된 사람"이라고 표현한 그는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도 더 할 나위 없이 생긴다, 사회적인 제약도 물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를 모두 다 드러낼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세월호 침몰사건을 꼽기도 한 김상중은 "배우로서 (사회와) 이야기하는 채널이 연기밖에는 없다, 그 외엔 조그맣게라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그것이 알고싶다> 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억울한 일들을 겪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것이 알고싶다>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전한 그는 "그 억울함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