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는 속된 말로 "눈 떠 보니 스타가 돼 있다"란 표현을 많이 쓰지만, 하루아침에 '대세'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차곡차곡 쌓아온 내공이 특별한 계기를 만나 빛을 보거나, 혹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노력이 뒤늦게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한때 비호감의 아이콘에서 이제는 당당히 예능 대세로 자리 잡은 김영철도 마찬가지다. 데뷔 후 17년, 참으로 한결같았던 그의 '오버 DNA'가 <무한도전>과 <진짜사나이>를 만나면서 비로소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슈퍼 파~워"를 선보이는 김영철. 그는 어떻게 '비호감'을 극복했을까.

 22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22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김영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개인기다. 지난 22일 방영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밝혔듯 이영자, 하춘화, 김희애의 성대모사는 이제 김영철의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많이 선보였다는 의미이며, 김영철의 예능감은 대부분 이런 개인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질린다"는 핀잔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만, 김영철은 비판마저 개그로서 승화시킨다. MBC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에 올랐을 때, "매주 나오면 질리니까 격주로 써 달라"고 부탁한 것이 바로 그 예이다.

사실 김영철은 시청자에게 익숙한 개그맨이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변방'의 느낌이 강했다. 그동안 주로 프로그램의 패널과 게스트로 모습을 비추며 '양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구라의 표현대로 가끔은 'B급'의 이미지로 비치곤 했다. 김영철이 메인이 되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사실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영철은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비호감'이란 이미지는 물론 'B급 개그맨'이란 편견까지 극복했다. 그는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출연해 "슈퍼 파~워"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데 이어 삭발을 하고 입대한 <진짜사나이>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상 <진짜사나이>를 이끌어 나간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만큼 이 프로그램은 언제부턴가 김영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진짜사나이>에서 에이스급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영철.

<진짜사나이>에서 에이스급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영철. ⓒ MBC


<라디오스타>에서도 김영철은 출중한 개인기를 앞세워 시종일관 웃음폭탄을 안겼다. 생각지도 못했던 유호정과 백지연의 성대모사를 통해 "따박, 아 따박" 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고, "너무 들떠 있다"는 지적조차 "들떠있는 것을 즐기고 싶다"란 말로 받아치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혹자는 거품이라 말할지도 모르고, 이 또한 스쳐 지나갈 것이라고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예능 대세가 정점을 찍고 또 내리막길을 걷는 게 현실인 만큼, 김영철의 인기 또한 언젠가는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다.

하지만 김영철을 통해 우리는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영철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관찰하고 특징을 잡아내는 훈련을 통해 성대모사의 달인이 되었고, <진짜사나이>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해 시청자의 우려를 씻어냈다. 단순히 웃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할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B급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프라이드가 강하다. 이런 자신감이 17년간 나를 있게 했다."

맞다. 그는 결코 B급이 아니다. 재능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스타가 바로 B급이다. 하지만 김영철은 타고난 재능에 노력을 더했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그가 '비호감'을 극복하고 예능 대세로 훨훨 날고 있는 진짜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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