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8월 13일 미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선 LA 다저스의 류현진의 모습.

LA 다저스의 류현진 ⓒ EPA-연합뉴스


미국 시각으로 4월 15일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이 1947년에 브루클린 다저스(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경기에 2루수로 출전해 공식 데뷔한 날을 기리는 날이다. 또한 이 날은 한국 시각으로 4월 16일. 2014년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 사고를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은 1997년에 다저스 데뷔 50주년을 맞이해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이후 매년 재키 로빈슨 데이에는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등번호가 아닌 42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한다.

'42번 유니폼' 입고 '노란 리본' 단 류현진

류현진은 이날 경기장에서 두 가지 날을 동시에 기렸다. 재키 로빈슨 데이의 전통에 따라 자신의 등번호 99번이 아닌 42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었으며, 자신의 가슴에 노란 리본을 붙였다. 부상자 명단에 등록되어 있지만 팀 동료들과 동행하며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류현진은 이날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인터리그 홈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사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는 유니폼이나 모자 그리고 헬멧에 승인을 받지 않은 스티커를 붙이거나 문구를 적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류현진도 2014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경기장인 AT & T 파크로 원정 경기를 갔을 때 자신의 라커룸에 "SEWOL 4.16.14" 메시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니폼에 노란 리본을 붙였다. 추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논란을 제기할 수도 있고, 벌금이나 출전 정지 등의 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류현진은 이를 감수하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붙인 뒤 벤치에 앉아 재키 로빈슨 데이 행사에 동참했다. 이날 다저스에서는 재키 로빈슨의 동상을 다저스 스타디움에 건립한다는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저스는 이날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인터리그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5-2로 승리하고 4연승을 달리며 재키 로빈슨 데이 기념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전까지 상대 전적 14경기 7승 4패 평균 자책점 1.81로 시애틀에 강했던 브렛 앤더슨은 처음 3회까지 완벽하게 던지다가 4회말 2사 후 넬슨 크루즈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6회에는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승계주자를 남겨 놓은 채 내려오며 퀄리티 스타트에는 실패했지만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73구).

다저스는 1회말 안드레 이디어의 1타점 적시타와 스캇 반 슬라이크의 2타점 2루타로 1회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2회에는 아드리안 곤잘레스의 적시타, 3회에 작 페더슨의 적시타로 이날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모두 뽑았다. 이후 파코 로드리게스와 페드로 바에스 그리고 J. P. 하웰이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가 햄스트링 통증이 있는 상황에서 이틀 연속 선발 출전한 이디어는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주전 자리를 되찾으려는 몸부림을 보였고, 이디어를 밀어내고 주전 중견수가 되었던 피더슨 역시 2타수 1안타 1타점 3볼넷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시즌 리그 타점왕이었던 곤잘레스는 시즌 첫 9경기에서 모두 2번 이상의 출루를 기록했으며 첫 9경기 19안타라는 팀 신기록을 세웠다.

다저스는 이날 경기 전후로 전날 류현진을 대체해 선발로 등판했던 데이비드 허프를 지명할당(Designated for Assignment) 조치하여 마이너리그 트리플A로 내려보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로 등판하고 있던 카를로스 프리아스를 불펜에 대기시켰다. 다저스는 17일에 경기가 없고, 26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경기 때까지 5선발이 필요하지 않기 떄문에 당분간은 선발투수 4명으로 로스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모든 선수단과 함께 부착할 계획을 세웠으나 무산되었다. 추신수도 류현진처럼 징계를 감수하겠다고 구단에 알렸으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제재가 워낙에 강했다고 한다. 또한 재키 로빈슨 데이 퍼포먼스가 우선시됨에 따라 이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추신수는 16일 경기에서는 왼손 선발투수 헥터 산티아고(LA 에인절스)가 등판함에 따라 하루 휴식을 취했다.

단체로는 아니었지만 추신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붙이고 경기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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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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