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앞두고 선발 투수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은 대부분 시즌 10승 이상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성적표를 보면 실제로 10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선수들은 극히 제한돼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10승 투수는 고작 15명밖에 없었다. 팀 당 2명도 채 되지 않는다. 올 시즌 1군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가 총 210명이었으니 시즌 10승을 달성한 투수는 상위 7.1%에 속한 엘리트들이다(물론 불펜 전문 투수가 있으니 이런 단순계산은 큰 의미가 없지만).

실제로 프로야구에서 10년 이상 선발요원으로 활약했으면서도 선수 생활 내내 한 번도 10승 고지를 밟아보지 못한 선수도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재활군 코치로 합류하는 이용훈도 10승 고지를 밟아보지 못하고 현역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강속구 유망주 이용훈, 신인 때 거둔 9승이 프로 최다승

부산공고 시절부터 빠른 공으로 주목을 받던 이용훈은 경성대를 졸업한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2억5천만 원의 계약금은 그 해 1차지명을 받은 배영수의 계약금과 같은 금액이었다.

그리고 이용훈은 입단 첫 해부터 삼성의 선발진에 합류해 시즌 9승을 따내며 가능성을 확인한다. 당시만 해도 신인 때 거둔 9승이 이용훈의 프로 경력 최다승이 될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용훈은 마무리 임창용의 선발전환과 입단동기 배영수의 성장으로 프로 2년 차부터 입지가 좁아졌다. 급기야 2002년에는 SK와이번스와의 2:6 트레이드를 통해 입단 3년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용훈은 인천에서도 오래 머물지 못했다. 이용훈은 2003년 6월 좌완 김영수와 다시 한 번 트레이드되면서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왔다. 2004년까지 부상으로 고전하던 이용훈은 롯데가 4년 연속 최하위에서 탈출하던 2005년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용훈은 2005년 7승9패 평균자책점 5.01을 기록하며 그 해 MVP에 오른 손민한(NC다이노스)과 함께 롯데 마운드를 이끌었다. 당시 이용훈은 106이닝 동안 106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이 부문 공동 8위에 오를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이후에도 이용훈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008년 6승, 2009년 5승을 수확, 롯데 마운드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어깨부상이 재발하면서 2010 시즌에 2패 8.27에 그치고 만다. 그 사이 롯데 마운드에는 송승준, 장원준, 라이언 사도스키 같은 새 얼굴이 등장하며 이용훈은 어느덧 잊힌 이름이 되고 말았다.

2011년 퍼펙트 게임-2012년 8승으로 마지막 불꽃

이제는 그의 재활소식조차 거의 언급되지 않던 2011년 9월의 어느 날, 이용훈은 커다란 뉴스와 함께 다시 야구팬들 앞에 나타났다. 9월17일 퓨처스리그 한화 이글스전에서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투수의 이름으로 말이다.

비록 2군 경기였지만 퍼펙트 게임은 프로야구 창단 후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 주인공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이용훈은 그 해 남부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고 그 자신감은 2012년 재기의 발판이 된다.

이용훈은 2012년 8승5패 3.01로 8년 만에 100이닝을 돌파한다. 특히 6월24일 LG트윈스전에서는 8회 1사까지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으면서 1군에서도 퍼펙트 게임을 달성할 뻔했다.

이용훈은 8월8일 LG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8승을 거뒀지만 부상이 재발하면서 조기에 시즌을 접고 말았다. 비록 시즌 10승의 문턱에서 또다시 좌절했지만 충분히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을 만한 멋진 재기였다.

하지만 30대 중반 노장 투수의 기적은 다음 시즌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작년 시즌엔 무릎, 올 시즌엔 어깨 부상이 도진 이용훈은 최근 2년 동안 1군 무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우여곡절 많았던 현역 생활을 접었다.

이용훈은 선수 생활 내내 시즌 10승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고 부상으로 팀을 이탈한 기간도 길었다. 여기에 최근 어수선한 롯데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평범한 투수였던 이용훈에게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 줄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2012년은 이용훈이 현역 선수로서 남긴 마지막 불꽃이었다. 비록 한 번도 높은 위치에 오른 적은 없지만 마운드에 오를 때면 언제나 야구팬들에게 힘찬 투구를 선보였던 이용훈. 그의 새 출발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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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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