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최근에 국가 재난 등 많은 사회적인 문제들로 심난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심난함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각자 개인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자는 것이 화두라고 하겠다. 이에 대해 국민들이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청한다거나 반대로 여러 정치인들의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 한다거나 우리는 각자의 입장을 보다 친밀하게 듣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통에는 경청이 필수 조건이며, 경청을 하려면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기본이 되어야 하겠다. 그러나 상대를 배려한다고 하는 말이 실수로 오히려 상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배려 환경에 처해 있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도 의례 결혼은 언제 하느냐, 아이는 언제 낳느냐, 심지어 둘째는 언제 낳느냐를 묻는 것은 옛부터 내려오는 전통처럼 그렇게 당연하게 물어왔다. 묻는 사람은 상대를 생각해서 걱정해주는 차원에서 질문하는 선의의 질문이지만 답변을 요청 받은 입장에서는 사생활 질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 일수다. 특히 자녀 문제의 경우 불임인 가구수가 늘어남에 따라 더욱 삼가 해야 하는 질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변하지 않는 환경이다.

이런 잘못된 선의는 또 있다. 분위기를 살리려고 행해지는 유머, 개그라는 이름으로 특정인을 놀림감으로 삼는 일이다. 개인에 따라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특히나 신체적 조건이나 외모에 대한 막말에 우리는 너무나 관대하다. 없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대가 객관적으로 비만일 수 있고, 외모가 평균 이하 일수도 있고, 그런 애기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주관적인 의견으로 표현의 자유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평가 대상이 되는 사람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한 명예 훼손이며, 특히 성적인 모욕감을 주었다면 성희롱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개인적인 사적 자리에서 행해지는 것을 넘어, 인터넷상에서 행해지는 것은 물론, 나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방송'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케이블은 말할 것도 없고 공영방송에서도 이뤄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유머로, 개그로 넘기고 있다. 외국방송이 아무리 선정적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19금을 달거나 그것을 추구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방송프로그램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방송 현장에서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부터 가족프로그램을 표방하는 프로그램까지 아주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그런 잘못된 상황을 아무렇지 않은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고 익숙해 지는 현실에 두려움 마저 느껴진다.

너무나 광범위해서, 문제로 인식할 수 조차 없는 지경이다. 사례는 모든 프로그램에 깔려 있다. 프로그램 하나하나 지적하고 나열하기에도 너무 많다. 신체적 놀림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가령 비만인 출연자가 나올 경우, 특히 여자 출연자일 경우, 그것으로 놀리는 것은 기본, 다른 남자 출연자에게 여자 출연자들 외모 순위를 매기는가 하면, 오히려 비만인 여자출연자가 높은 순위에 있다고 해도 그것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림의 대상이 된다. 주로 여자 개그우먼들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심지어 성희롱에 해당하는 일들도 자행되고 있다. 가족프로그램에 아이돌을 출현시켜 여러 가지 상황 설정 중. 아이돌의 엉덩이를 만지는가 하면 억지로 스킨십을 유도하는 일도 허다하다. 대부분 남자아이돌들의 경우라 문제 의식이 없이 지나가고 있다. 만약 성별이 바뀌었다면 어떤 상황이었을까?

이런 모든 것들이 약자에게 행해지고 그래서 아무 말이 없는 대상들은 계속 묵묵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언젠가 '남자키 180cm 이하면 루저다'라는 말로 방송을 탔던 어느 일반인 출연자는 이 방송 이후, 사회에서 생매장에 가까운 처벌을 받았다. 개인적인 남자관을 이야기했다고 치부할 수도 있던 문제였지만, 신상이 모두 공개되는 것은 물론 그 일로 인해 이슈가 된 그녀를 받아주는 회사 또한 없어, 그녀는 취업난을 겪었고, 결국에는 이름까지 바꿔 새로운 삶을 찾으려 했지만, 그것 또한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성 폄하는 여전하다. 심지어 못생긴 여자는 눈치도 없고 여자로서 대접 받지 못하는 상황이 주로 개그의 소재로 계속 나오고 있다. 여성 비하 및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이 '개그, 유머'라는 이름으로 포장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을 타고 있다.

의도와 다르게 개그맨들이 혐오스러운 분장을 하고 누가 더 못생겼고 누가 더 사랑을 못 받았는가를 경연하는 모습은 웃음이 나오는 게 아니라, 이런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스러움으로 채널이 돌아간다. 예전에 못난 분장으로 하고 국민적 사랑을 받은 '영구'나 '맹구'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다. 영구와 맹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보다 속이 깊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므로 편견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오히려 교훈을 담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교훈적이고 철학이 담겨져 있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겠다. 다만 이런 폭력을 묵인하고 익숙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외모 비하를 보고 웃는 사람들의 반성으로 의식이 고쳐지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성형을 하고 있는 성형 중독 대한민국,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비하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많은 사람의 웃음을 위해서 한 사람의 희생이 그 사람이 괜찮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그 한 사람에게 상처를 줘도 되는 것인가? 한 사람의 예능인이기 이전에 방송인이라면 어떤 대표성이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주길 바란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당연하게 생각되던 구시대적 발상이 분노하게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다. 시청률 저하는 그들을 고민하게 할 것이다. 더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아닌 새로운 창조적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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