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와 2NE1이 벌인 '걸그룹 빅매치' 이후 또 하나의 눈여겨볼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바로 '청순함'을 앞세운 에이핑크와 '코믹함'으로 돌아온 크레용팝의 대결이다.

비록 네임 파워에서는 소녀시대와 2NE1에 못 미치지만, 에이핑크와 크레용팝은 자신들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청순'과 '코믹'을 각각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중이 그들에게 원하는 이미지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그 맞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섹시 콘셉트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두 걸그룹 모두 '마이웨이'를 주창한 만큼, 혹시라도 이번 앨범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노선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각각 '노노노'와 '빠빠빠'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팬덤을 구축한 에이핑크와 크레용팝. 과연 이들이 벌이게 될 '청순' VS '코믹' 대결의 승자는 어떤 팀이 될까. '누가 더 짧은 치마를 입고, 가슴골을 많이 보여주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확실한 자기 색깔을 보여줄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지는 이색 대결. 과연 대중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에이핑크의 밝은 에너지냐, 크레용팝의 엽기 코믹이냐

 지난 31일 4집 미니앨범 '핑크블라썸'으로 컴백한 에이핑크.

지난 31일 4집 미니앨범 '핑크블라썸'으로 컴백한 에이핑크. ⓒ 에이큐브


우선, 한 발 앞선 건 에이핑크라고 볼 수 있겠다. 지난 31일, 4집 미니앨범 <핑크 블라썸(Pink Blosson)>의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공개한 에이핑크는 큰 모험 없이 자신들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청순함을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컴백 콘셉트를 잡았다.

뮤직비디오 속 에이핑크 멤버들은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원피스를 입고 상큼 발랄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으며, 타이틀곡 '미스터 추' 역시 발랄한 멜로디와 통통 튀는 가사를 앞세워 에이핑크 특유의 밝은 에너지 전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노노노'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 '미스터 추'는 각종 음원사이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그간 에이핑크라는 그룹이 쌓아올린 인지도와 봄이라는 계절적 특성에 맞는 밝은 노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요계에 난무한 섹시 콘셉트에 염증을 느낀 대중이 에이핑크의 상큼하고 청순한 이미지와 매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 할 수 있겠다.

 1일 신곡 '어이'를 통해 컴백을 알린 크레용팝.

1일 신곡 '어이'를 통해 컴백을 알린 크레용팝. ⓒ 크롬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보다 한발 늦었지만, 지난해 '빠빠빠'를 통해 선풍적인 화제를 모았던 크레용팝의 컴백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크레용팝은 4월 1일 다섯 번째 싱글앨범 '어이'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자신들의 컴백을 알렸다.

지난해 헬멧을 쓰고 직렬 5기통 댄스를 선보였던 크레용팝은 이번 미니앨범에서는 빨간 두건과 닭다리 춤으로 다시 한 번 대중들의 시선 끌기에 나섰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트로트 풍 멜로디가 반복되는 노래, 핫팬츠나 미니스커트가 아닌 빨간 양말에 추리닝으로 무장한 의상에서도 크레용팝이 추구하는 콘셉트는 분명해 보인다. 엽기 혹은 코믹. '망가짐'을 정체성으로 삼아, 역시 무리한 변화보다는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는 안정적인 전략을 택했다.

아직까진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겠으나, '빠빠빠' 때도 그렇듯 크레용팝은 조금 더 장기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경쟁력은 음원 그 자체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크레용팝의 무대를 패러디하고 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음원은 언제든지 '역주행'을 통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아마도 크레용팝은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야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기존 걸그룹과 차별화된 그들만의 마이너 콘셉트는 에이핑크와 마찬가지로 섹시 콘셉트에 염증을 느낀 대중들의 시선을 붙잡는데 있어서 충분히 효과적이란 점에서, 그 앞날을 기대해볼만 하겠다.

하루 차이를 두고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공개한 에이핑크와 크레용팝. '섹시'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보여줄 게 많다는 것을 증명한 이들이 각자 자신들의 영역에서 성공을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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