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 시사회에서 남편이 스파이라는 걸 모르는 안영희 역의 배우 문소리가 1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스파이> 시사회에서 남편이 스파이라는 걸 모르는 안영희 역의 배우 문소리가 1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배우 문소리가 코미디로 돌아왔다. 그동안 '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여배우'로 알려졌던 문소리는 추석을 겨냥한 영화 <스파이>에서 제대로 웃긴다. 하지만 한없이 망가져서 폭소를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그가 분한 영희는 현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아내라서 더욱 유쾌하다.

문소리는 임신에 공을 들이고, 출산까지 신경 쓰면서 한동안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1년 가까이 되는 공백기 동안 그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인지도'였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연기자이지만, 어쨌든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 아닌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마주한 문소리는 "복귀는 무섭지 않았는데, 떨어진 인지도를 올리는 건 신경이 쓰이더라"고 털어놨다.


'배우' 문소리 "설경구와 3번째…세월은 어디 가지 않더라"

문소리는 <스파이>에서 낯익은 얼굴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영화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의 그, 설경구였다. <박하사탕> 때는 설경구와 눈을 맞춘 적도 없고, 반대로 <오아시스> 때는 문소리가 안쓰러워 곁에도 잘 오지 못했다는 설경구와의 작업이었다. 문소리는 "평소에도 애틋하게 생각하고 연락하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세월은 어디 가지 않더라"면서 "훨씬 여유가 생겼다"고 미소 지었다.

본격적인 코미디와는 첫 인연이다. "왜 이제야"라고 묻자 문소리는 "작품도 인연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코미디물의) 섭외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제안이 있어서 하게 됐다"고 답했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선사한다는 건,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문소리는 "'저렇게까지 하니' '안 웃겨' 이런 말보다 재밌다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영화 <스파이>의 한 장면

영화 <스파이>의 한 장면 ⓒ JK필름


<스파이>에서 문소리는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빨간색 튜브톱 원피스를 입고 액션 연기를 소화한다. 아기를 낳고 몇 개월 지나지 않은 것이 무색할 정도다. 그때 이후로 부기가 한층 더 빠져서일까.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을 찍을 때, 문소리는 화이트 팬츠를 무려 '허리 라인을 잡아서' 입었다. 엄청난 비법이라도 있을 줄 알았건만 "덜 먹고 많이 뛰는 게 방법이다. 팔자려니 해야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인간' 문소리 "채식주의 규정하고 싶진 않아"

문소리는 임순례 감독을 만나고부터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가입했다. 슬슬 고기도 먹지 않게 됐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로 정의하기는 주저했다. "맥주를 마시다 기분이 좋으면 치킨도 한 조각 먹을 수 있는 거지"라면서 "먹어도 되는데 잘 안 먹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엄격하게 선을 그어서 자신을 틀에 가두려 하기보다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두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스스로 엄격한 지점이 안 그래도 많은데. 늘 충돌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두 가지 마음이 계속 싸우죠. '열심히 일했는데 자유롭게 살아야지' 생각하지만, 삶의 방식은 지키는 거죠. 평소에 텀블러도 갖고 다니고요. '생각은 하자. 지키려고 노력하자' 이 정도예요. 얼굴에 주름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마음에 주름이 많이 생기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웃음) 풀어줄 때는 풀어주는 편이죠."


문소리에게 설경구는 든든한 오빠요, 송강호는 적적할 때 맥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선배다. 송강호와는 연기나 작품 등에 대해 생각하는 지점이 비슷하다고. 이창동 감독과 임순례 감독, 홍상수 감독과 명필름 심재명 대표 등을 언급한 문소리는 "인복은 대한민국 톱"이라면서 "이분들에게 영화뿐만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도 배웠다"고 전했다. 오늘날의 '인간'이자 '배우' 문소리를 있게 한 이들이다.

'아내' 문소리 "남편 영화 '화이' 개봉, 내가 다 떨린다"

문소리가 <스파이>로 9월을 책임진다면, 10월은 그의 남편인 장준환 감독이 돌아오는 달이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를 통해 '천재 감독' 소리를 들었던 장 감독은 오는 9일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를 내놓는다. 문소리는 "<스파이>와 <화이> 중 어느 영화가 더 잘됐으면 좋겠냐"는 짓궂은 질문에 <화이>라고 답했다. "우리 영화는 어떤지 아는데, <화이>는 잘 모르는데다 기대치도 높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제가 다 떨려요. 10년 만에 만드는 작품이잖아요. 남편은 정말 다정다감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시작하니까 확 다르더라고요. 평소에 가족에게 잘하던 사람이라서 더욱 격차를 크게 느끼나 봐요. <화이>에 같은 회사 배우 조진웅이 출연해서 매니저를 통해 현장 스케줄표를 다 받았어요.(웃음) 덕분에 촬영장 분위기 파악이 쉬웠어요. 현장에 가도 되는 신, 안되는 신도 알 수 있었고요."


장준환 감독은 <화이> 스태프가 뽑은 '한국에서 가장 가정적인 영화감독 남편'에 등극했단다. 이유는 3가지였다. 문소리는 "힘들 때, 남편이 혼자 앉아서 휴대전화 속 아기 사진을 보면서 빙긋이 웃었다더라"면서 "또 내가 촬영장에 찾아갔을 때, 장염에 걸렸다가 열흘 만에 식판에 밥을 받았을 때처럼 환하게 웃었다더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이유는 후반 작업을 하던 중, 집에서 전화가 오자 받아서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문소리는 "대부분 전화를 안 받는다더라"면서 "영화감독의 아내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존경스럽다"고 혀를 내둘렀다.     

문소리 스파이 설경구 장준환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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