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구텐버그>의 장현덕(왼쪽)과 정상훈.

뮤지컬 <구텐버그>의 장현덕(왼쪽)과 정상훈. ⓒ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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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할 때마다 셔츠를 땀으로 적셔야 하는 두 명의 배우가 있다. 2인극인 뮤지컬 <구텐버그>를 연기하는 배우 정상훈과 장현덕이다. 스태프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극을 이끌어가야 하다 보니 20여 개의 배역을 둘이서 모두 소화하면서 워낙 많이 몸을 움직이다가 땀으로 목욕을 하기 일쑤가 되어서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무슨 배역을 연기해야 할지조차 순간적으로 잊을 정도로 스피디하게 진행되기도 하니 배우의 노련함과 집중력이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다. 매 공연 때마다 집중력을 테스트 받아야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는 정상훈과 장현덕을 충무아트홀에서 만나보았다.

- 공연 중 써야 하는 모자가 20개가 넘는다. 하나의 뮤지컬에서 스무 개가 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적응이 잘 되는가?
장현덕: "<구텐버그>를 하기 직전에 배우 지현준이 연기하는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를 보았다. 배우 한 사람이 의상 한 벌만 갖고 몸짓이나 소리를 모두 바꾸고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는 걸 보고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구텐버그>에서 내가 이 상황을 연기해야 하다니.

연기뿐만 아니라 넘버(노래)까지 소화해야만 하니,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 제약이 따른다. 연극은 배역이 변할 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가 있다. 하지만 이번 뮤지컬은 순식간에 휙휙 바뀔 정도로 변화가 빨랐다. 뿐만 아니라 모자를 바꿀 때 상대 배우와 호흡도 맞춰야만 한다.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작업이다. 모자를 쓰면 모자 챙에 얼굴이 가려서 표정 연기가 잘 보이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 <스팸어랏>을 마치자마자 <구텐버그>에 급하게 합류한다.
정상훈: "연습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스팸어랏>을 하고 있던 터라 낮 시간밖에 연습을 하지 못했다. <구텐버그>를 '배우 예술'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각보다 호흡을 맞춰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다. 극중 극이라 해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관객이 '뭐야, 장난하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이기 쉽다.

하지만 열심히 뛰어다니는 덕분에 배우들은 땀에 흠뻑 젖기 일쑤다. 저희가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며 관객이 감정이입이 되는 거 같아서 배우 입장에서는 흐뭇하다.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힘들지만 팀워크가 너무나도 좋아서 나도 모르게 연습실로 달려오게 된다."

구텐버그 장현덕

▲ 구텐버그 장현덕 ⓒ 박정환


- 여타 공연에서는 본인이 연기하는 부분이 아니면 무대 뒤에서 숨 돌릴 틈이라도 있다. 하지만 <구텐버그>는 두 명이 무대에서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어려운 점은?
장현덕: "연습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면 극 진행이 안 된다는 걸 실감했다. 제가 처지는 걸 막기 위해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컨디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한다. 저희끼리는 매번 보는 배우와 스태프들이라 새로움이 없다. 하지만 관객은 매번 새로운 분들이 앉는다. 새로운 관객과 피드백을 나눌 때 더욱 힘을 얻고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장현덕씨가 연기하면서 힐링을 받는다는 건 무슨 뜻인가?
장현덕: "평소에 대본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대본을 보자마자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느끼게끔 만들어준 건 (<구텐버그>가)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는 루저(패배자)지만 실패해도 다시금 일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가 너무나도 명확하게 들어있다.

그동안 밑바닥으로 들어가는 듯한 우울한 작품만 연기했다. 연극 <모범생들>을 공연할 때에는 계속 울고 소리 지르느라 애를 먹었다. 일련의 우울한 작품을 하면서 가라앉은 마음이 이번 뮤지컬 연습을 하는 가운데서 치유를 많이 받았다. 뮤지컬을 연기할 때의 짠한 감동을 관객이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연습하며 있었다. 그런데 공연을 통해 감동 받는 관객의 모습을 볼 때마다 배우인 저도 감동을 받는다."

- 그동안 대극장 뮤지컬에만 서다가 중극장에 올라오니 관객의 반응이 눈에 확 들어올 것 같다.
정상훈: "배우의 우스꽝스러운 연기 때문에 관객이 웃는 것이지, (다른 배역이 없이 단 둘이서만 공연해야 하기에) 배우는 굉장히 열심히 연기해야만 한다. 극 초반에 관객이 즐거워한다면 후반 들어서는 배우의 숨소리까지 집중해서 연기를 관전한다. 어느 날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한 관객이 서럽게 울었다. <어쌔신>을 제외하고 관객이 우는 공연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

* 인터뷰 2편으로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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