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세련된 전자음이 귀를 확 잡아끈다. 댄서블한 리듬, 그리고 그 사이를 탄탄하게 채우는 악기의 조합은 앨범 제목처럼 우주 바깥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밴드 포스트패닉(보컬 앤디·기타 켄·베이스 PJ·드럼 김상균)이 1집 <아우터 스페이스>(Outer Space) 발매 이후 홍대 인디씬에서 점차 세를 넓혀 가고 있는 이유다.

'더 유나이티드93'에서 '포스트패닉'으로, 이유 있었던 변화

 밴드 포스트패닉. 왼쪽부터 켄(기타), PJ(베이스), 김상균(드럼), 앤디(보컬, 기타)

밴드 포스트패닉. 왼쪽부터 켄(기타), PJ(베이스), 김상균(드럼), 앤디(보컬, 기타) ⓒ 사운드홀릭


포스트패닉의 전신은 '유구삼'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밴드 더 유나이티드93이다. KBS 2TV <톱밴드2>에도 출연했던 이 밴드는 거침없는 연주와 무대매너로 록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나쁜 뜻으로 지었던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9.11 테러와 연관된 이름이다 보니 거부감을 갖는 분들도 있더라"며 "설명을 하면 이해는 해 주시는데, 계속 설명하기도 그렇고 외국에 가서 공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앤디)는 게 팀명을 바꾼 이유란다.

그렇게 해서 '다음 세대의 신선한 충격'이라는 뜻의 포스트패닉이 이들의 새 이름이 됐다. 이와 함께 이들은 음악적으로도 변화를 꾀했다. 앤디는 "그동안은 라이브에서의 느낌이 음원으로 들었을 땐 덜한 것 같았다"며 "음원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음악을 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솔직히 <톱밴드2>에서의 탈락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어요. '달리기만 하는 애들'로만 봐 주시니까…. 무작정 에너지만 쏟아내고, 뛰고, 달릴 줄만 아는 아이들로 봐 주시는 게 안 좋았어요. 한 마디로 들기만 할 때도 좋은 평을 받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앤디)

과거와 비교하면 포스트패닉의 음악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변화가 있다고 어색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어 켄이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해 보는 게 익숙해서 어색한 건 잠시였다"고 말하자, 앤디가 "아예 신인 밴드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 유나이티드93과 다른 팀이라고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단 색깔이 너무 다른 음악을 하는 거고, 둘 사이에 연결점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포털 사이트 프로필도 따로 만들어 뒀을 정도에요." (앤디)

"그렇다고 더 유나이티드93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언젠가는 포스트패닉으로도, 또 더 유나이티드93으로도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저나 성균이 형은 하드한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지금은 포스트패닉으로 음악을 하고 있지만, 또 그런 갈망이 더 유나이티드93의 음악으로 해소가 되기도 해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거죠." (켄)

 밴드 포스트패닉의 1집 <아우터 스페이스> 앨범 재킷

밴드 포스트패닉의 1집 <아우터 스페이스> 앨범 재킷 ⓒ 사운드홀릭


한 달 하고도 보름 만에…'폭풍처럼' 완성된 정규 1집?

이번 앨범의 수록곡 대부분은 앤디가 한 달하고도 보름 만에 작업실에서 완성해낸 것들이다. 앤디는 "그간 170bpm 이하의 곡들을 써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시도해 봤다"며 "평소와는 다르게 타이틀곡은 영감이 와서 데모 작업까지 딱 하루 만에 끝났다"고 설명했다. 곡을 만드는 일부터 녹음까지, 그야말로 '폭풍처럼' 끝났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처음 앤디가 타이틀곡을 갖고 왔을 때 멤버들이나 회사(사운드홀릭) 모두 '이거다'라고 생각했어요. 딱 그렇게 필이 왔을 때 쓰는 곡들이 좋더라고요. 완성된 앨범은 만족스러운 편이에요. 물론 100%는 아니죠. 항상 아쉬운 게 남으니까요. 이번엔 좀 더 여유롭게 작업했으면 더 좋은 게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켄)

밴드 슈퍼키드의 헤비포터는 이번 앨범을 완성하는 데까지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수록곡 '댄스 온 더 레이저'같은 경우, 헤비포터의 아이디어가 너무 좋았던 나머지 아예 헤비포터 리믹스 버전을 따로 싣기도 했다. 앤디는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는 거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형이 막막했던 점을 해결해 줬다"며 "또 곡의 대부분을 혼자 쓰다 보니 나에게 익숙한 곡 진행 방식이 있었는데, 그걸 형이 새롭게 바꿔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렇게 바뀐 음악을 들고 다시 무대에 오르던 날, 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켄은 "좋아해 주는 분들도 있었고, 어색해 하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다"며 "활동을 하면서 신곡을 하나하나 발표한 게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고 첫 무대 당시를 돌이켰다.

그러자 앤디 역시 "아마 이런 음악을 하리라고는 (팬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클럽과 음악 축제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팬들과의 간극을 좁혀 갔다. 그리고 그 결과, 한 밴드 지원 프로그램에서 '입소문'만으로 1등을 달리고 있다. 소위 말하는 '포텐'이 터진 셈이다.

"이제 시작점…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다"

 밴드 포스트패닉. 왼쪽부터 김상균(드럼), 앤디(보컬, 기타), 켄(기타), PJ(베이스)

밴드 포스트패닉. 왼쪽부터 김상균(드럼), 앤디(보컬, 기타), 켄(기타), PJ(베이스) ⓒ 사운드홀릭


동갑내기 세 사람, 앤디·켄·PJ는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중학생 시절 우연히 서로를 알게 된 앤디와 켄은 콘과 림프 비즈킷의 열렬한 팬이었고, 너바나를 두고 입씨름을 할 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었다. 외국으로 건너간 앤디 때문에 메신저로만 연락을 이어 나가던 이들은 앤디가 잠시 귀국하자 록페스티벌에 나가겠다며 동네 교회에서 합주를 시작했다.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콘의 음악이라니, 상상만 해도 재미있는 광경이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켄은 PJ를 만났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어머니 덕에 아침에 일어나며 비발디 사계를 들었고, 고등학교 때는 엑스재팬을 좋아했다"는 PJ는 켄이 생일 선물로 건넨 마릴린 맨슨의 앨범을 듣고 "그간 내가 듣던 음악이 다가 아니구나"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후로 켄과 의기투합한 PJ는 "듣는 것도 좋지만 직접 연주를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고, 주저 없이 평소 좋아했던 악기인 베이스를 골랐다. 

먼저 인연을 맺은 셋에, 맏형 김상균까지 함께 하면서 밴드가 탄생했다. 김상균 역시 중학교 1학년 때 컴퓨터 번들로 들어 있던 마이클 잭슨 CD로 음악을 듣기 시작해 친구의 소개로 록 마니아가 된 경우였다. "드럼 자체가 재미있다 보니 밴드를 하게 됐고,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돈을 보고 시작했다면 이렇게까지 안 했겠죠. '록스타가 되고 싶은 거니까."

김상균의 말처럼, 네 명의 '록키드'들이 한데 모여 꿈꾸는 것은 '록스타'다. 한국 무대를 휘저어놓고 싶은 것은 물론이요, 언젠가는 유수의 해외 무대에서도 공연하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켄은 "밴드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꿈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도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어 앤디가 "일단 라이브를 많이 하고 싶다"며 "좋은 무대에 많이 올라가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포스트패닉으로 활동하면서 음악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딱히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기보단, 음악적으로 계속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김상균)

"이제 1집 정규 앨범이 나왔잖아요. 아직 완성체는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포스트패닉으로서의 음악의 시작점이니까요. 앞으로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시작점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켄)

포스트패닉 더 유나이티드93 슈퍼키드 탑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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