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외주제작사계의 천재적 경영종결자 앤서니 김 역의 배우 김명민이 카리스마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10월 31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외주제작사계의 천재적 경영종결자 앤서니 김 역의 배우 김명민이 카리스마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하얀거탑> 이후 김명민의 드라마 캐릭터는 사포질이 필요해보일 정도로 유난히 까칠하고 차갑다. 장준혁 과장이 오로지 성공만을 좇느라 자기 몸조차 돌보지 못한 외과의였다면,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똥덩어리'라는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독선적인 지휘자였다.    

SBS 새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의 앤서니김은 김명민이 구축해온 '까칠 캐릭터'의 명맥을 잇는다. 드라마 흥행 성공률 93.1%에 빛나는 외주제작사계의 천재적 경영인인 그의 특기는 '독설'. 그나마 강마에의 독설에 음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면, 앤서니에게 중요한 것은 돈밖에 없다. 드라마는 인간애라곤 없는 그가 '드라마는 인간애'라고 믿는 신인작가 이고은(정려원 분)과 함께 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릴 예정이다. 

앤서니의 우스울 정도로 과장된 제스춰와 상대를 내려다보는 안하무인격의 눈빛은 강마에를 떠오르게 하지만, 야심으로 가득 찬 내면을 보면 오히려 장준혁과 비슷하다. 그러니까 앤서니는 김명민이 드라마에서 이슈화시킨 캐릭터의 총집합체로도 보인다.   

트렌드라고 하기에 '나쁜남자'가 너무 흔해진 드라마에서 김명민이 연기하는 인물은 시크한 표정과 차가운 말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까칠함이 비단 여성을 애태우는 연애도구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벌2세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이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면, 김명민의 까칠함은 콤플렉스와 밑천을 들키지 않기 위한 인간적인 발버둥처럼 보인다. 

악인이라고 규정하기도 어렵다. 표현만 까칠하지 속은 선한 강마에는 물론이거니와, 외과과장이 되기 위해 도의를 저버리는 장준혁 역시 지나치게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연민을 하게 만든다. 저마다 갖고 있는 정의와 선의 기준이 다름을 알려주는,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현실적인 캐릭터라서 흥미롭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신들의 욕망을 발견한다. 

남들이 악한이라고 부르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모험이 가능한 것은 그 이중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의 역량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비결은 몰입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준혁과 강마에를 연기하고 나서도, 앤서니김으로 출연을 앞두고 있을 때도 김명민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말은 "악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였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드라마의 제왕> 작가진의 설명처럼, 드라마 제작현실의 명암을 드러낼 이 작품에서 앤서니가 보여줄 것 역시 인간의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까칠한 그에게서 위선보다 나은 악을 기대한다.

드라마의 제왕 김명민 강마에 장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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