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무게>의 전규환 감독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화<무게>의 전규환 감독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무게>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경쟁과 비경쟁을 통틀어 단 한 작품에게 주어지는 퀴어 라이온 상을 받으며 전규환 감독은 해외 관객들에게 보다 한걸음 다가가게 됐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그의 영화는 독립영화 혹은 저예산 영화로 분류돼 있고 그만큼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열렸던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역시 세계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은 <바라나시-불륜의 시대>는 올해까지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사실상 개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늦은 오후 <오마이스타>와 만난 자리에서 전규환 감독은 국내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배급사를 잡지 못해 난색인 상황임을 밝혔다. 동시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심사도 받아야 하기에 혹시나 전작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부분이 있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해외에서든 국내 관객들에게든 열심히 한 결과물에 대해 박수를 받고 있는데 영등위라는 단체에서 우리들의 작품을 부끄럽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스타 배우의 노출은 괜찮다고 그러는데 그건 상업영화잖아요. 우리 같은 영화는 다른 색깔을 가진 이야기인데 그걸 부끄럽게 만드는 그 분들이 왜있는지 모르겠어요. 창작하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단체는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듭니다."

 영화<무게>의 전규환 감독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마크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영화<무게>의 전규환 감독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마크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유럽 진출할 <무게> 하지만 한국에서는 걱정이 앞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였다. 수상도 큰 기쁨이겠지만 전규환 감독은 유럽 관객과 자신의 영화가 소통했다는 사실에 더 만족하고 있었다.

"영화제 직후에 유럽에서 러브콜이 온 걸로 알고 있어요. 제 작품이 그분들 정서에 잘 부응할 수 있었던 거 같군요. 현지에서도 <무게>를 두고 다른 판타지 물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과하지 않은 절제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걸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정작 한국 개봉을 앞두고 전규환 감독은 여러 걱정이 있었다. 배급과 심의 문제가 그것이다. 전작 <바라나시-불륜의 시대>(이하 '바라나시')가 두 차례나 제한상영등급을 받아 개봉하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나죠. 독재의 시대도 아닌데 이런 검열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 영화제에 나가면 이런 질문을 받아요. '이런 수위의 표현이 한국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지나' '상영하는데 문제는 없나' 등이죠. 그때마다 전 '한국이 그런 후진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해요.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달랐죠.

<바라나시>를 가지고 해외에 나갔을 때 현지에선 단 한 번도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영화가 야하다는 말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한국에서만 유독 그랬죠. 그렇게 따지면 10대들로 이뤄진 걸 그룹이 선정적 춤을 추며 공중파에 나오는 것 역시 야한 거 아닌가요? 제 영화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에요. 15세 관람가를 목표로 두는 것도 아니고, 삶에 대해 어느 정도의 경험과 이해가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환데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고 하면서 등급을 정하는 건 좀 안 맞는 거 같아요.

제 영화가 그간 에로틱함에 초점을 둔 게 없었어요. <바라나시>의 경우에도 인간의 업보나 여러 위선을 다룬 작품이죠. 이건 어느 정도 욕망을 갖고 살아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데 그걸 그렇게 판단하는 게 웃긴 거죠. 영등위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들이 뭘 제지할 만큼의 영화에 대한 학습이 돼 있는 사람인지, 누구를 검열할 만한 수준에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영화<무게>의 전규환 감독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화<무게>의 전규환 감독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문화와 자본의 결탁, 언론도 문제다

거대 배급사를 잡지 못하는 작은 영화들이 한국 영화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개봉을 한다는 건 녹록치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독립영화 전용 배급사 등 여러 중소 배급사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어렵다. 일부 감독은 배급사가 아닌 포털사이트와 직접 계약을 통해 극장이 아닌 온라인 상영으로 탈출구를 마련하기도 한다.

"권력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죠. 극장 잡고 싶어도 독점 구조가 막고 있으니까요. 독점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끊임없이 나와야 합니다. 자신들의 거대 자본으로 영화를 거는 걸로 인해 다른 영화가 걸려야 할 자리조차도 뺏는 행태를 하고 있는 겁니다. 한 영화가 여러 관을  통틀어 상영하는 건 멀티플렉스라는 말에도 안 맞는 행태에요. 저예산, 예술영화는 출발부터 다른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거죠."

전규환 감독은 대기업 위주의 체인화를 문제로 짚었다. 동네극장들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과 만나는 환격이 없어졌다는 말이었다. 전규환 감독은 개인극장이든 동네극장이든 예술영화나 작은 영화들을 큰 영화들과 함께 상영하는 사례들이 대형 멀티플렉스의 일괄적인 잠식으로 사라지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 스스로 위험한 길을 자초하는 겁니다. 영화를 만들어도 이젠 걸 데가 없으니까요. 방법은 법을 바꾸는 일밖에 없다고 봐요. 모든 게 자본의 섭리대로 움직이니까요. 자본을 설득하는 건 말이 안되죠. 자본엔 양심이 없습니다. 법으로 보호하는 수밖엔 없죠. 약한 사람을 법으로 보호하듯이 약한 문화도 보호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안에서 문화의 다양성이 나올 수 있어요.

그리고 언론 역시 반성해야 해요. 서양 쪽 언론은 좋은 영화에 대한 촉들이 있어요. 무엇이 좋고 별로인지 다양한 영화를 꾸준히 보면서 감이 생긴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그에 대한 훈련이 덜 돼 있어요. 상업영화의 달콤함에 길들여져 있는 셈이죠. 이건 어떻게 보면 문화와 자본, 언론과 자본의 결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규환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그간 자신의 영화를 들고 언론 앞에 설 때 사비를 들여 극장을 빌리고 제작보고를 했던 일을 공개했다. 예술영화, 독립영화 창작자의 작품들이 영화 시장 진입 초기부터 너무나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건 아닌지 전규환 감독의 말을 통해 생각해 볼 일이다. 참고로 영화 <무게>는 모든 과정이 순탄하다면 오는 하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전규환 무게 조재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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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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