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 SBS 추적자 홈페이지 캡처

▲ 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 SBS 추적자 홈페이지 캡처 ⓒ SBS 추적자 홈페이지


[기사수정 7월 10일 16시 55분]

요즘 '본방 사수'하는 드라마가 SBS의 <추적자>다. 다소 억측스러운 부분과 백홍석의 도주 행각에 살짝 지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스토리에 녹아있는 반전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추적자>에 등장하는 한오그룹이다. 추적자 속 국내 최대의 그룹, 누구에게도 머리 숙일 필요가 한오그룹의 오너, 그리고 대통령 선거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이것이 바로 드라마 속 한오그룹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 하면 떠오르는 것이 삼성과 현대다. 현대의 경우 이미 수많은 계열분리와 속칭 '왕자의 난'을 통해 쪼개질 대로 쪼개졌지만, 여전히 한국 기업사를 관통하는 그들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삼성 역시 '재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IMF를 거치며 현대전자가 공중분해 되고, 엘지와 함께 전자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론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 세가 커졌다. 애니콜 브랜드와 파브 티비로 대표되는 삼성전자 외에도 건설,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재벌을 이야기할 때 땔래야 땔 수 없는 이 두 그룹, 그러나 닮은 듯, 다른 듯 하면서 드라마 추적자 속의 한오그룹을 스쳐지나고 있다. 과연 누가 더 한오그룹과 닮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에 큰 발을 들여놓은 선대 정주영 회장부터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까지를 보면 정치에 관여하고 싶어 하는 흐름이 현대와는 조금 멀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으로 봐서도 현재 기아차 인수 후 자동차 그룹으로 세계속에 도약하고 있는 현대차 그룹이라고 해도 2006년 정몽구 회장이 기소된 사례처럼 한오그룹의 위상과는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삼성은 어떨까. 중앙집권체제,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와 함께 정치와는 선긋기, 현재 국내 최대의 재벌그룹 등 위상을 따져 봤을 때 한오그룹의 롤모델은 삼성과 더 유사한 점을 가진다. 그럼 본격적으로 드라마 추적자 속 한오그룹과 국내 최대 재벌그룹인 삼성그룹, 드라마 속 닮은 점을 한번 알아보자.

 SBS드라마 <추적자>는 한국사회 지배권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SBS드라마 <추적자>는 한국사회 지배권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SBS


드라마속 불법 경영권 승계...어디서 많이 본 편법 경영권 승계

드라마 추적자 속 서 회장(박근형)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아들인 서영욱(전노민)에게 그룹을 승계하기 위해 펼쳤던 불법 유상증자에 대한 회의록이다. 서회장은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그것만은 꺼린다. 평생을 일궈온 그룹을 자식이 이어가지 못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 또한 이것은 자신의 기반마저 모두 잃을 수 있음을 뜻한다.

결국 서회장은 이 회의록의 유출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모든 사건은 줄기차게 전개될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그룹의 먹물이 튄 단 한 명의 사람까지 총 동원해서라도 이것을 막으려 한다. 실제 삼성 역시 에버랜드와 삼성 SDS의 주식을 편법으로 승계하는 절차와도 닮았고, 유상증자라는 수단까지 닮아있다.

 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의 두 주인공 백홍석(손현주)과 강동윤(김상중)

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의 두 주인공 백홍석(손현주)과 강동윤(김상중) ⓒ SBS


무능한 재벌 2세에 대한 회의감

극 중에서 서회장의 둘째 딸 서지수(김성령)는 오빠 서영욱을 질책하는 신이 여러 번 나온다. 무능한 오빠다. 한마디로 오빠가 무능해서 굴러 들어온 사위에게 다 빼앗기게 생겼는데 뭘 질책하느냐는 말이다. 극 중에서 서지수는 오빠가 실패한 사업의 항목을 조목조목 짚는다. 이 장면에서 현 삼성가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과거 사업 이력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전 삼성그룹 법무팀에서 근무했었고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한 폭로를 시도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이재용 사장의 무능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e 삼성(아직도 생각난다, 고등학교 졸업시점부터 뭔가 상당한 움직임이 있었던 기업이다)을 책임졌던 사람도 이재용이며, 그가 전면에 나선 사업치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업은 손을 꼽는다.

이건희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최고의 경영인으로 손꼽지만, 그 역시 자동차, 명품, 시계 등 많은 사업에서 결국 손을 떼야 했었다. 특히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를 받자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을 현금화 하는 조건으로 부채를 탕감받았지만, 삼성생명의 주식은 현금화하지 않았고, 채권단 손실의 상당 부분은 공적자금으로 메꿨다. 결국, 이건희와 이재용 둘을 합치면 서영욱이 나온다.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 그러나 자식에게 기업을 통째로 넘겨주려는 노력, 삼성과 한오그룹은 닮아있다.

 26일 방영된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10회에서는 강동윤과 서회장이 신혜라 중재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을 담았다.

26일 방영된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10회에서는 강동윤과 서회장이 신혜라 중재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을 담았다. ⓒ SBS


가족 간의 쟁탈전, 과연 가족인가?

밥상머리에 앉아 평안하게 밥을 먹는다. 그러나 오가는 대화에는 뼈가 있다. 칼이 숨겨져 있다. 겉으로는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닌 계약관계와 금전관계에 가깝다.

최근 차명계좌의 주식에 대한 소유권으로 삼성가와 계열 분리한 CJ그룹 간의 불협화음이 대단하다. 뭔가 한오그룹과 닮아있다. 한오그룹 역시 '다섯 형제가 하나처럼'이라는 모토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그러나 극 중 서회장의 말에 의하면 나머지 형제들과의 관계가 비극적이다. 누구는 죽고 누구는 떠난다. 그룹 회장 한자리를 두고는 그 누구도 친구가 될 수 없다. 그것이 설사 가족이라 하더라도.

현재 펼쳐지고 있는 삼성그룹과 CJ그룹 간의 법정싸움. 이는 분명 드라마 추적자 속 한오그룹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여기에 계열분리된 그룹 중 백화점, 미디어 그룹... 극 중에서 서지수가 계열분리해 소유한 기업들이다. 삼성가에서 분리한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유통, CJ그룹은 미디어가 주류다. 분명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지난 12일 방송된 SBS <추적자> 6회에서 강동윤(김상중 분)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백홍석(손현주 분)에게 "용서는 힘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포기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SBS <추적자> 6회에서 강동윤(김상중 분)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백홍석(손현주 분)에게 "용서는 힘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포기다"라고 말했다. ⓒ SBS


그 외에 추적자 속 한오그룹이 주는 수많은 사인들...

강동윤(김상중)은 자신이 곤경에 처하자 서회장에게 부탁한다. 한오그룹 장학생을 동원해 막아 달라고 한다. 물론 법조계 인사들이다. 한때 노회찬 의원을 곤경에 몬 'X파일 사건'이다. 법조계에 수많은 인사가 삼성 장학생이라는 이야기다. 당시 검찰청은 떡값을 안 받은 이가 없다하여 '떡찰청'이라 불렸었다. 삼성 장학생, 한오그룹 장학생... 뭔가 닮아 있다.

그리고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백홍석을 찾아내라는 서회장의 말에서 또 삼성의 사조직들이 생각난다. 최근 들어 CJ그룹과의 마찰에서 이미 삼성그룹의 인력활용에 대한 부분이 드러났다. 법 위에 군림하고 법보다 빠른 조직이다. 최고의 법무팀과 법조 네트워크를 가진 삼성그룹, 한오그룹은 삼성을 빼다 박았다.

드라마 <추적자> 속 국내 최대 그룹 한오그룹과 현재 대한민국의 삼성그룹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그러나 비단 이것이 삼성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현대그룹 역시 '형제의 난'이라는 가족 간의 다툼으로 그룹이 찢어졌다. 그들 역시 불법 비자금을 만들고 그룹 총수가 법정에 서는 수난을 겪었다.

결국 누구 하나를 꼭 집어 이야기 하기보다는 기형적인 대한민국의 재벌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거기서 던져 주는 메시지를 통해 일반이 재벌을 보는 시각을 분명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추적자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 역시 국민의 눈높이를 <추적자>에 맞게 낮춰줬다. <추적자>에서 느끼는 스릴과 치밀한 구성에 대한 찬사, 그러나 곧바로 이어지는 씁쓸한 현실. 삼성과 한오그룹 뿐 아니라 모든 것이 현재 상황과 닮아 있어 유쾌하지만은 않다.

덧붙이는 글 이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게제된 글입니다. 오마이스타는 본인이 쓴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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