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해' '지는해'

 

아무리 대학 시절부터 NBA로 가도 즉시 전력감이라는 덩컨이었지만 그가 지금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크기까지에는 분명 로빈슨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었다. 한때 센터 4인방으로 불리며 리그를 호령했던 로빈슨은 89년 데뷔이후 부상으로 말아먹은(?) 96~97시즌 빼고는 20득점-10리바를 덩컨 데뷔 전까지 계속 찍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덩컨이 팀에 들어오자 장기였던 득점은 덩컨에게 밀어주고 수비,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서장훈의 입장도 별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서장훈을 보유한 팀들은 그동안 그의 득점력을 높이고 리바운드 부담을 덜기 위해 리바운드 능력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선발해 왔고 이것이 적중한 경우 우승했다.

 

SK 시절 재키 존스, 삼성 시절 오예데지 등 한마디로 팀이 서장훈을 중심으로 돌아갔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젠 바뀌었다. 구단 입장에선 점점 노쇠화 기미를 보이는 서장훈보다야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싱싱한(?) 하승진을 위주로 작전을 구사할 것이고  이를 서장훈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팀은 내분에 휩싸일 수 있다. 서장훈이 득점 가담이 지나친 외국인 센터와 같이 뛴 시즌은 항상 팀 성적이 좋지 못했다.

 

로빈슨을 배워라

 

결국 서장훈은 환골탈태해야 우승에 다가갈 수 있다. 이제 서장훈 선수는 때론 리바운드나 수비 등 그동안 등한시했던 플레이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아직은 루키로서 이런 점에 부족할 하승진의 단점을 그가 보완해야 한다.

 

실제 덩컨이 본격적으로 손맛을 느낀 리그 2년차부터는 로빈슨의 시즌 평균 20득점 이상, 10리바운드 이상은 은퇴전까지 한번도 없었다. 이것은 로빈슨이 팀의 우승을 위해 상당한 희생을 감수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의 전성기 때 스퍼스는 로빈슨의 득점력을 높이고 리바운드의 부담을 덜기위해 악동 로드맨을 영입했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스퍼스의 트윈타워와 달리 KCC의 트윈타워는 수비와 체력이라는 문제점도 해결해야 한다. 높이로 KCC를 당해낼 수 없는 다른 팀들은 어떻게든 속공으로 공격하려 들 것이고 수비와 체력으로 이를 당해낼 수 없는 두명의 장신 선수를 허재 감독이 계속 동시에 기용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런 경우 때론 서장훈이 하승진의 백업도 감수해야 한다. 말이 쉽지 지금껏 KBL을 호령해온 국보급 센터에게 하루 아침에 '식스맨처럼 플레이하라'는 주문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단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로빈슨의 경우 결국 그토록 염원했던 우승 반지를 2개나 낄 수 있었다.

 

샌안토니오가 지금껏 왕조를 유지할 수 있는 중심에는 덩컨이 있다. 하지만 그 덩컨이 지금의 덩컨이 되기까지에는 분명 로빈슨의 묵묵한 희생도 있었다.

 

이제 공은 서장훈에게 넘어갔다.

2008.02.01 17:00 ⓒ 2008 OhmyNews
NBA 농구 KCC 하승진 서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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