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미국 개봉 '디워'의 영문타이틀 'Dragon W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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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의 '디워'가 끊임없는 소용돌이를 양산해내고 있다. 비평가 대 네티즌의 대립, 충무로 대 비충무로의 대결 등 점입가경이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낸 기이할정도로 놀라운 한국 사회의 현상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이 있다. 그 눈들 중에서 과연 심형래 감독의 눈은 어디에 가 있을까? 영화감독의 눈이 머무는 그 곳에 '디워' 소용돌이의 시작과 끝이 있다.

많은 비평가들과 영화계는 '디워'를 '영화'로만 바라보고 평가를 내린다. 재미난 것은 네티즌들의 '눈'이다. '영화를 영화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이 무엇이 이상하냐'를 말 자체를 많은 네티즌들은 이상하게 여긴다. IT강국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으로 무장한 그들의 시각은 글로벌적이다. 하지만 그 밑바탕엔 지난날 붉은 악마가 보여주었던것 처럼 알 수 없는 강렬한 문화적 동질감으로 무장한 민족적 코드도 갖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 세대가 가진 독특한 점은 바로 민족주의적 문화적 동질성과 글로벌 시각으로 무장한 '눈'을 가졌다는 점이다.

'영화를 영화로 바라본다'는 시각을 넘어 그들은 '심형래의 도전'을 바라본다.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언 '바보' 심형래가 처음부터 세계 영화의 심장부를 겨냥해서 만든 영화임을 그들은 알고 있다. 주인공은 백인이요, 대사는 영어다. 영화 중간에 조선시대 스토리에서 나오는 한국어가 오히려 색다르게 느껴진다. 대한민국 영화판에서, 극장에 들어가서 보았던 수많은 한국 영화들 중 과연 대사가 영어이고, 주인공은 백인이요, 병사는 유럽풍이요, 배경은 미국인 영화. 더불어, 관객층도 글로벌 영화관객기준이라는 12세로 잡았던 영화가 있었을까?

네티즌의 눈은 바로 거기에 가 있다. 문화적 주권을 지키기 위한 스크린쿼터제의 명분도 알지만 한국 영화계가 현실에 안주해 있다고 그들은 느낀다. 한 편의 조폭 영화가 성공하면 연이어 시리즈물을 만들어내는 충무로를 그래서 그들은 싫어한다. 비평가들은 네티즌들의 감성적 애국주의를 얘기하지만, 영화계 만큼 애국주의를 내세운 곳이 없다고 그들은 느낀다. 하지만, '왕의 남자'에 감탄하고 '괴물'에 환호한다. 영화 불법다운로드 사이트에 가급적 한국영화를 상영전에 올리지 말자는 보이지 않는 룰을 만들어 내는 것 역시 한국 네티즌들이다. 물론, 자기와 다른 얘기를 하면 심정적 분노를 일으켜 사이버공격도 서슴치 않는 일부 네티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네티즌 전체라 여기면 곤란하다.

글로벌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는 네티즌들은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도전을 기다려 왔다. 그 답답한 기다림 속에 심형래가 있었고, 디워가 나온 것이다. '바보' 심형래가 보여준 글로벌한 시각과 도전이 한국 네티즌의 코드와 맞닺뜨려졌다. 이미 세계 최대의 동영상사이트 '유투브'에는 100여개가 넘는 디워 동영상이 올라가 있다. 헐리우드 공략을 향한 디워팬들의 진군나팔이 인터넷상에는 한창이다. 외국인과의 채팅사이트에서도 '디워' 알리기에 열을 올린다. 그들의 이러한 행동을 과연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영화를 영화로 바라보고 평가한다'던 많은 비평가들의 비평 속에 빠진 것이 있다면 바로 한국 영화 최초의 글로벌전략으로 무장한 '디워'의 탄생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 없이 비평을 위한 비평만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네티즌들이 애정어린 비평을 기다리는건 바로 지금껏 한국 영화가 시도하지 못했던 '도전'이 '디워'에 자리한다는 것이다.

스토리부재와 연출의 미숙함을 탓하는 것도 좋다. 향후 더 좋은 영화의 완성도를 향해 건전한 비판 또한 지극히 필요하다. 하지만, 왜 우리는 도전하지 못하나. 스크린쿼터제를 겁내면서 왜 우리는 세계 영화의 심장부를 공략하지 못할까. '왕의 남자', '올드보이', '괴물' 같은 멋진 영화를 만들어내는 한국 영화감독들의 창의성을 자랑스러워하는 것 이상으로 이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지구촌을 향한 문화적 자신감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창의적 컨텐츠의 생산 이상으로 영화를 영화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글로벌전략이 한국영화가 도약해야할 또다른 화두이다. 디워는 그러한 시대적 흐름에 하나의 돌파구를 던져주고 있다.

당신은 어떠한 눈으로 디워를 바라보고 있는가.

디워 심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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