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럼을 짜는 선수들
ⓒ 대안중학교 제공
"레디고"
"으이샤"
"계속 가슴 내밀고, 엉덩이 낮춰. 작아도 자세만 바로 잡으면 안 밀린단 말이야."

지루한 장마가 멈춘 안양 대안중학교 운동장은 후텁지근하다. 지난 6월 22일, 대통령기 전국럭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의 머리와 운동복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고, 그 열기는 무더위마저 밀어낼 기세다.

인내는 승리의 열매

"상대가 너보다 작아, 커?"
"크다고, 그럼 도망가야지."
"너는 힘이 좋지. 그럼 치는 거야."

일일이 개개인의 체형과 특성에 맞는 첨삭지도가 병행되고 있었다. 초등학생처럼 작고 홀쭉한 선수는 뛰면서 공을 빼내는 강점을 살린 적임자다.

특성에 맞게 배열된 선수들은 하드와 백스 두 팀으로 나눠져 각각 배병철, 전필승 코치의 지도아래 투혼을 불태우고 있었다.

"지고 울지 말고, 이기고 울자"는 배 코치의 좌우명이다. 선수들이 지친 듯하자 "기본기부터 철저히 해서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자! 열심히 하면 게임방은 물론, 야영도 갈 거다"라며 사기를 북돋우는 코치다.

"우~아"하는 함성과 함께 선수들의 눈동자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우승이 아니라 압승이다.

▲ 목이터져라 응원중인 교사와 재학생들
ⓒ 대안중학교 제공
"대안중학교 파이팅!"

대통령기 전국럭비선수권 대회가 있던 오류동 럭비구장에서 목이 터져라 외쳐댄 함성이다. 중등부 8개 팀과 대결 후 결승전에서 난곡중학교에 31대 10으로 압승하기까지, 전후반 25분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구기 종목은 순식간에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승자만 살아남는 냉혹함 속에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선수들은 얼싸 않고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김재민 교장은 "우승하는 순간 덤덤했는데, 결승 때 교가제창을 훈련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며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 우승기를 든 선수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대안중학교 제공
평촌신도시가 조성되기 전인 1983년 논바닥에 설립된, 대안중학교에 럭비부가 창단된 것은 1986년이다. 1997년 충무기, 대통령기대회 우승에 이어서 1998년 전국소년체전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럭비명문으로 급부상했지만, 1999년 이인순(47세) 감독이 부천북중으로 떠나며 침체기를 맞았다.

2005년 이 감독이 복귀하며 제자 배병철 코치와 함께 3명뿐이던 선수들을 26명으로 늘려, 김재민 교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10년만에 정상을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3월 춘계리그전에서 준우승과 5월, 충무기 대회에서 우승했던 여세를 몰아 예견된 우승이었다.

모범생 그룹의 선수들

학교 수업을 마치고 3시부터 5시까지 연습하는, 선수들의 학업성적 또한 상위권이다. 교내에선 예의바르고 인성이 갖춰진 모범생 그룹으로 칭송만이 자자할 뿐이다.

럭비는 손을 사용하여 공을 잡거나 던질 수도 있고 축구처럼 발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전방으로 패스하는 것은 금지된 운동이다.

이 감독은 타고난 끼와 탁월한 신체조건에도 부모의 반대에 직면, 아까운 재원을 놓칠 때가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 경기중인 선수들
ⓒ 대안중학교 제공
선수들은 지난해는 가평 계곡에서 어항이나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고, 조를 짜서 텐트 속에서 야영했다. 서바이벌 게임 때 코치를 향해 일제히 물감 총으로 공격할 때의 통쾌함을 선수들은 잊을 수가 없다.

강승구(2년)군은 "럭비 선수가 되기까지 지난해 주전이었던 형(부천북고1년)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이렇듯 기량을 연마한 선수들은 희망에 따라 부천북고등학교로 진학, 국가대표 선수는 물론 체육교사로 활약하기도 한다.

국가대표로 활약하다가 일본으로 픽업된 아시아계의 럭비 1인자 임영춘 선수도 이 학교 출신이다. 후배들의 희망이 되고 있는 선배처럼, 내년을 위해 뛰는 선수들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안양에도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8-05 17:07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리안양에도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럭비 대안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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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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