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스키선수 한상민의 경기 모습
ⓒ 대한장애인체육회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태백에 사는 김경희라고 합니다. 전 어린시절부터 운동(핸드볼)을 하였지만 지금은 지체장애를 얻어 운동을 못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해보고 싶었던 마음은 정말 많았습니다. 하지만 태백에선 장애인 운동선수들을 접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구기종목을 하였지만 지금은 개인종목에 도전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건지 아님 장애인선수들도 어린시절부터 쭉 운동을 하던 선수들인지 여러가지 궁금합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어느 여성 장애인의 글이다.

대뜸 왜 이 글을 인용하는가?

한국시각으로 5일 오전 8시 25분 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는 2014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소치를 선정했다. 평창이 또다시 유치에 실패한 것이다.

과테말라 현지에서 날아온 소식에 기운이 쭉 빠지는 아침, 평창과 함께 장애인동계올림픽을 준비했던 장애인 체육인들과 관계자들에게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는 낙심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들에게 기회의 문 닫히지 않았으면

지난 6월 4일 IOC가 발표한 2014년 동계올림픽 후보 도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 평창이 장애인올림픽 개최 부문에서 상대 도시인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와 소치(러시아)에 비해 우수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근대장애인올림픽의 효시로 자리매김한 1988 서울장애인올림픽과 2002 아태장애인경기대회개최 경험, 그리고 올림픽 전체 예산의 3.88%에 이르는 안정적인 재정 지원 (소치 0.47%, 잘츠부르크 2.85%) 약속 등이 좋은 평가를 얻는 데 기여한 것이다.

특히 유럽국가들은 일반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을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기에 평창의 장애인올림픽 경쟁 우위는 유럽 IOC 위원들에게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물론, 2014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소치로 결정났고 우리는 이제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있다. 그러나 못내 아쉬운 점은 앞서 소개한 여성 장애인 사례처럼 운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혹시나 기회의 문이 굳게 닫히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 '88서울장애인올림픽 때부터인 점을 고려하면 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이 우리 사회 장애인들에게 다시 가져다줄 파급효과는 그야말로 엄청날 것이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2014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다. 그러나 국제스포츠 외교사에서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뿜어낸 저력은 가치있게 빛날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한상민을 보라

▲ IOC 과테말라 총회 외신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 스키선수 한상민
ⓒ 평창유치위 제공
과테말라 현장에서 휠체어를 밀며 유치활동을 펼쳤던 한상민 선수가 생각난다. 한상민 선수는 지난 2002 솔트레이크 동계장애인올림픽대회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 통틀어 알파인스키에서 우리나라에 첫 메달(은)을 안겨주었던 주인공이다.

어려서 앓은 소아마비로 1급장애를 갖게 된 그는 택시기사를 하는 아버지와 봉제공장에 다니는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며 금은세공 일을 하던 젊은이었다. 어느날 우연히 참가한 장애인스키캠프에서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휠체어장애인용 모노스키를 타고 거침없이 자신의 인생을 헤쳐나가게 된 그는 이번 IOC 총회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임을 알렸다.

한상민 선수의 이런 모습 자체가 많은 장애인, 특히 장애를 끌어안고 힘들게 살아가는 청소년과 그 가족들에게 꿈이자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창,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다.
2007-07-05 10:21 ⓒ 2007 OhmyNews
장애인올림픽 평창 대한장애인체육회 한상민 I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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