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 소희> 포스터

영화 <다음 소희> 포스터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 <다음 소희>의 첫 장면은 소희가 혼자 춤 연습을 하는데 자꾸만 넘어지는 모습이었다. 소희는 힘들어 보이지만 즐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소희의 숨소리가 너무 거칠어 좀 쉬었다 하라고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소희의 춤 장면이다. 첫 장면에서와는 달리 멋지게 춤을 완성하고 기뻐서 깡충깡충 뛰는 모습이 보기에도 즐겁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 사이에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일들이 일어난다. 소희는 졸업 전에 실습을 나가게 되는데 전공과는 관계없는 콜센터 업무이다. 소희가 감당하기에는 고난도의 감정노동이다. 오죽했으면 소희가 속한 팀의 팀장이 회사 주차장에서 모두가 볼 수 있게 자살을 감행했을까. 소희도 죽을 만큼 일이 힘들지만 그만두겠다고 말하지 못한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소희에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알코올이다.
 
위태위태하게 버티던 소희는 겨울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유서도 없었다. 소희가 남긴 거라고는 댄스 동영상 뿐이다. 소희는 댄스를 좋아하고 잘했던 자신의 모습만 남기고 싶었다. 나머지는 모두 지우고 싶은 것들 뿐이었다.
 
야근을 하느라 댄스를 그만두기로 작정한 날 어두운 지하 계단에서 올려다 본 겨울 눈발, 죽기 전에 마신 차가운 병맥주 2병, 맨발을 잠시 녹이며 스쳐 지나간 저녁 햇살뿐이었다. 소희의 절망과 낙담을 알아챘지만 침묵할 수밖에 없는 증인들이라곤.
 
소희가 죽은 후 소희의 목소리와 감정은 소희의 사건을 맡은 형사 유진의 것이 되었다. 유진은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쳤고 밝혀진 만큼 분노했지만 시원하게 해결할 수는 없었다. 가해자들이 피해자들만큼이나 많은 데다가 가해자들은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힘이 없는 가해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려는 양상을 보였다.
 
그래서 유진의 분노와 목소리가 <다음 소희>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몫이 되었다. 작은 영화가 일으킨 파장이 널리 퍼져갔다. 새로운 법안이 마련되었다. 물론 충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소희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야 홀가분해졌을 소희가 역시 편한 얼굴로 소희를 맞아줄 팀장과 함께 지난했던 고통을 담담하게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우울증 1위의 나라, 학생들과 교사들이 자살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라. 교사에 대한 존경과 학생에 대한 애정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지금, 학교가 행복해지려면, 정상적인 교육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발벗고 나서서 고민해야 할까?
 
교육의 현장인 학교가 학생들 사이에,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폭력으로 얼룩지고 추락하고 있다. 모두의 책임이기에 도리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심각한 학교 문제들은 어쩌면 물질주의, 성공주의, 외모 지상주의 등의 병폐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를 거울처럼 비쳐내는 건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너무 나간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학교가 본연의 모습과 기능으로부터 멀어졌을 때 '다음 소희'들이 자꾸만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과 일선의 교사들이 비전과 꿈을 잃고 추락해 버린 작금의 현실을 통탄하며 이제 제법 큰 물줄기가 된 <다음 소희>의 물결이 좀 더 뜨겁게 폭넓게 퍼져가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첨부파일 다음소희.jpg
다음소희 실습과 졸업장 감정노동과 노동력 착취 자살 실화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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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시인 유튜버,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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