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대표적 '야수 노망주(노장+유망주)'로는 김주형(31)이 첫손에 꼽힌다. 워낙 뛰어난 신체조건과 자질을 가지고 있어 그대로 포기하기도 어렵지만 막상 기대를 하면 항상 실망을 안겨준 존재가 바로 김주형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는 가운데 어느새 10년이 넘는 세월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KIA팬들 사이에서 김주형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선수'로 찍히고 말았던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는'하면서 기다린 시간이 너무 길어 모두들 지쳐버렸다. 그만큼 김주형은 KIA 입장에서 애증의 존재이자 계륵같은 대상이다.

 '노망주' 김주형은 이제서야 자신의 필요성을 어필할 수 있게 됐다.

'노망주' 김주형은 이제서야 자신의 필요성을 어필할 수 있게 됐다. ⓒ KIA 타이거즈


10년 넘게 드러내지 못한 거포로서의 재능

오랜 시간 동안 변변히 보여준게 없음에도 팬, 구단 모두 김주형을 간절하게 기다렸던 것은 엄청난 잠재력 때문이다. 그는 186cm의 듬직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인상적인 전형적 거포형 타자다. 광주 동성고 재학시절 무시무시한 배팅 파워를 뽐내며 고교무대를 평정했으며 이에 고무된 연고팀 KIA는 2004년 김수화라는 거물투수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를 1차 지명했다.

거포에 목말랐던 팬들 역시 김주형 지명을 충분히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고교시절 명성만 놓고 보면 팀 내 동료인 나지완은 물론 최진행(한화), 박석민(NC), 전준우(롯데) 등 쟁쟁한 선수들보다도 한 단계 위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교 최고 타자였던 김주형은 프로 입문 후 좀처럼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나지완-김선빈-안치홍 등이 팀의 핵심타자로 하나둘 성장하고 심지어 같은 노망주로 불렸던 신종길마저도 주전급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항상 같은 자리였다. "김주형은 안돼!"라는 의견이 대세가 되어버린 이유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 김주형이 달라지고 있다. 김상현, 박병호처럼 알을 깨고 폭발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김기태 감독의 믿음 아래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고 장점을 살려 팀에 필요한 존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올 시즌 김주형은 개인적으로는 커리어하이를 달리고 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 출장한 그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안타 등 대부분 영역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홈런(14개)도 드디어 두 자릿수를 넘겼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김주형 개인의 최고 성적이다. 리그 전체에서 보면 압도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화려한 주연보다 필요한 조연으로

진짜 주목해야 될 부분은 팀 공헌도다. 김주형은 개인으로서 주연급은 아니지만 올 시즌 여러모로 쏠쏠한 조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김주형의 최대 장점은 내외야 커버가 모두 가능한 전천후 수비수라는 점이다. 시즌 초 김기태 감독은 김주형을 유격수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모험을 감행했다.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되고 말았지만 덩치 큰 거포형 선수가 유격수 포지션이 가능했다는 것 자체가 김주형이 수비 재능을 설명해주고 있다.

현재의 기량으로 꾸준히 유격수 포지션을 맡아줄 만한 수준은 되지못하지만 급할 때 채워줄 정도는 된다. 거기에 3루, 2루, 1루는 물론 코너 외야수도 어느 정도 소화할 정도로 다양한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다. '야구천재' 이종범 이후 이 정도로 수비 영역이 넓은 야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포형 야수치고 번트를 대는대도 매우 안정적이다. '공격 빼고 다 된다'는 농담 섞인 팬들의 평가를 올 시즌 진짜로 증명해주고 있다.

김주형은 덩치에 비해 몸이 매우 유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힘이 좋은 편인데 타구에 체중을 제대로 실을 줄 안다. 배트스피드가 느려 타고난 파워를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올 시즌 노림수나 배트 컨트롤 등이 부쩍 늘며 질좋은 안타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 거기에 어깨가 좋고 글러브 핸들링이 좋은지라 내야 구석구석을 맡는 수비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덩치 큰 선수의 특성상 빠르게 굴러가는 땅볼 타구에 약해 내야수비를 볼 때 이런 부분에서 실책을 많이 범하는 편이다. 유격수 포지션을 맡았을 때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다.

어쨌거나 현 시점에서 김주형은 없어서는 안 될 선수 중 하나가 됐다. 지난 시즌 은퇴한 박기남은 2, 3루를 넘나드는 멀티 백업 내야수로 팀 공헌도가 쏠쏠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김주형은 박기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붙박이 주전으로는 여전히 2%모자란 것이 사실이지만 박기남보다도 수비 포지션의 영역이 넓고 일발 장타력을 갖추고 있어 하위타선이나 대타로 가치가 높다.

어쩌면 김주형은 09년 김상현이나 넥센에서 포텐이 터진 박병호처럼 간판급 거포로서의 모습은 영영 못 보여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보다 훨씬 다재다능한 장점을 살려 '멀티 살림꾼'으로서 KIA의 한축을 담당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 시즌 김주형의 키워드는 '노망주의 재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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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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