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이 운현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현규, 전범선, 김보종, 장쌍놈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이 운현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현규, 전범선, 김보종, 장쌍놈 ⓒ 김광섭


2013년 11월 결성된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이 2집 앨범 <혁명가>를 들고 서울에 입성했다. <사랑가> <혁명가> <방랑가>로 이어지는 양반 3부작 중 두 번째 음반으로, 역사학도 전범선이 영국에서 혁명사를 공부하면서 느낀 혁명과 사랑에 관한 악상을 표현했다.

<혁명가>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149명 혁명동지의 힘을 입어 전봉준 장군 기병일인 3월 21일에 발표됐다. 결의에 찬 봉기를 들려주는 '안개 속의 뱃사공'을 시작으로,'아래로부터의 혁명', '불놀이야', '도깨비' 등의 노래가 담겼다. 혁명의 깃을 펄럭이며 북도 치고 추임새도 넣지만 끝내 혁명의 깃을 꽂지 못한 듯 "나는 철학자도 선비도 아니야, 나는 혁명가도 영웅도 아니야"라고 자조한다. 그러나 "그대 마음을 훔치러 나선 사내일 뿐"이란 고백, 이것이 전범선과 양반들의 음악이다.

"전국 팔도를 누비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할 겁니다. 바다를 건널까 생각도 해요. 혁명을 퍼트리기 위해서죠."

위와 같은 포부를 밝힌 전범선과 양반들, 그들은 혁명의 실패로 연(鳶)을 더 높고 멀리 띄우고 있다. 오는 5월 7일 쇼케이스 <봉기>를 앞두고, 연을 더욱 튼튼하게 담금질 중이다.

지난 6일 운현궁에서 전범선과 양반들 4명의 멤버를 만났다. 노래 전범선, 기타 최현규, 베이스 장쌍놈, 드럼 김보종. 흥미로운 네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상상 속에만 있던 멜로디를 손에 쥐다

- 흥미로운 팀 명입니다.
전범선 "제가 역사 공부를 해요. 낮에는 공자 왈 맹자 왈 하듯 철학사를 공부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살고 싶은 삶은, 낮에는 공자 왈 맹자 왈 훈장질을 하고, 밤에는 풍류를 즐기는 삶이더군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고요. 이를 포용할 수 있는 것이 양반이나 한량인데, 범용성이 있는 양반들로 했습니다."

- 2집 <혁명가>를 발표하니 어떤가요?
장쌍놈 "1집을 낸 경험이 있어서 앨범을 낸 것에 감흥은 없지만, 1집 때보다 반응도 있고 계속 활동할 수 있어서 지금 상황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쇼케이스도 기대가 되고요."
최현규 "상상 속에만 있던 음악 혹은 멜로디들이 형체화되어 손에 쥘 수 있다는 느낌은 1집이든 2집이든 늘 새롭고 설레더라고요. 감동적이죠."
김보종 "5월 7일 쇼케이스를 통해 단독 공연을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원래는 앨범 내고 최소 한 달 내에 하려고 했는데 늦어졌죠. 그날 공연에 많이 찾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지금은 잠시 다른 공연은 안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기에 그 부분이 더 기대되는 상황이에요."

- 왜 혁명가인가요?
전범선 "영국에서 9개월간 프랑스혁명, 미국혁명을 공부하면서 곡을 썼어요. 낮에 혁명 관련 책을 읽고 밤에 곡을 쓰니 단어, 이미지, 이야기 구조를 혁명에서 가져오게 되더라고요. 20대 초반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을 이야기했던 것이 1집 <사랑가>라면, 좀 더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랑이 2집 <혁명가> 같아요."

 음반 자켓

음반 자켓 ⓒ 전범선과 양반들


- 첫 곡 '안개 속 뱃사공'에서 "님은 아직도 잠들었건만", 마지막 곡 '보쌈'에서 "침대 속에서 나를 해방시켜주오"라는 가사를 봤을 때, 시작과 끝이 잠과 관련 있던데요. 꿈결처럼 후반부로 갈수록 자조적이고 처연한 느낌이네요.
전범선 "그렇죠. 곡 '구운몽'도 영국에서 보낸 9개월의 시간에서 나온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영국 생활에 대한 아쉬움, 허무한 마음이 담겨 있어요. 흔히 혁명이라고 하면 박진감 있고 시끄러울 거로 생각하는데 사실 혁명이 일어난 상황에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혁명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실질적으로 혁명은 굉장히 짧죠. 그 후에 찾아오는 허무감, 실패감, 상실감이 훨씬 더 혁명사에서 중요하더라고요."
장쌍놈 "혁명은 모두 다 실패로 끝났어요."
전범선 "혁명의 목적은 인간의 이상향이면서 제가 가진 사랑에 대한 이상향이죠. 그러나 짧은 순간인 만큼 강렬하고 행복하면서도 결국은 이룰 수 없고, 완벽할 수 없는 거죠. 그런 느낌을 음반에 담았어요."

- 결의에서 회한으로?
전범선 "그렇죠."

-<혁명가> 음반은 어떤가요?
전범선 "(웃음) 성공한 음반으로 판단하고 싶지만, 그 점은 저희가 판단할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업혀 놀기 1회 이용권은 사용한 사람 없어...

 전범선(왼쪽에서 두 번째)은 역사학도 답게 '혁명'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었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음악 그 이상의 메시지를 듣게 될 것이다.

전범선(왼쪽에서 두 번째)은 역사학도 답게 '혁명'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었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음악 그 이상의 메시지를 듣게 될 것이다. ⓒ 김광섭


- 전범선씨는 지역색을 가진 음악에 대한 고민을 했었죠. 예나 지금이나, 다들 서울로 상경하는 것 같아요.
전범선 "옛날 양반들은 입신양명하기 위해 상경했어요. 그런데도 지방마다 서원과 학파가 있었죠. 남인이 있고 서인이 있고요. 서울에서 살기는 했어도 어느 정도 다양성이 있었죠. 음악을 서울에서 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음악적으로 획일성이 생기는 것 같아 아쉬워요. 당장 상상하여 제가 춘천에서 소양강, 봉의산을 보면서 곡을 썼으면 뭔가 다른 곡이 나왔을 거죠. 영국에서 써서 혁명가가 나온 것처럼요. 서울에 갇혀서 곡 쓰는 그림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같아요."

- 2집 음반 제작에 필요한 추가비용 500만 원을 충당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지요?
김보종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어요. 도움이 없었으면 음반의 질이 떨어지거나 퀄리티를 위해 작업 기간이 더 오래 걸렸을 수도 있죠. 보답을 하기 위해서 사인 음반도 보내드렸는데 굉장히 뿌듯한 시간이었어요."

- 20만 원 이상 참여한 분들에게 '전범선에게 업혀 놀기 1회 이용권'이 주어졌는데 사용한 분이 있는지요?
전범선 "아직 없습니다. 제가 전화를 드려서 '어디로 가서 업어드릴까요?' 하고 여쭈면 부끄러워하시더라고요. 조만간 있을 것 같아요. 이용권이라서 지금 당장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현규 "반 농담이지만 만약 그런 이벤트가 없었으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 않을까 해요.(웃음)"

- 난세에 필요한 영웅은 누구일까?
전범선 "영웅을 기다리며 바라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난세의 영웅'이란 곡은 사랑 노래라서 그렇게 표현했지만, 영웅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얻거나 행복을 얻는 세대는 아닌 것 같아요. 각자 알아서~.

- 이 혁명이 오래갈 것으로 생각하나요?
전범선 "평론가의 반응도 좋고, 들어주시는 분들도 좋아해 주셔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해요. 혁명은 실패해도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범선과양반들 혁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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