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새 멤버 이강을 영입해 4월 28일 활동을 재개한 '거북이'

▲ 거북이 새 멤버 이강을 영입해 4월 28일 활동을 재개한 '거북이' ⓒ 소나무엔터테인먼트


솔직히 낯설었다. 터틀맨 없는 거북이.

'거북이' 하면 듬직한 풍채와 터틀맨(고 임성훈)의 묵직하면서도 정겨운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거북이가 데뷔한 지도 올해로 벌써 10년. 그 역사를 이끌어온 터틀맨이 2008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고 3년 만에 새로운 멤버를 영입했다. 재결합하기까지 얼마만큼의 고민과 안간힘이 들어가야 했을지 짐작하면서도 그의 빈자리를 먼저 더듬게 된다. 터틀맨은 거북이에게 그런 존재였다.

터틀맨 부재 딛고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거북이 멤버들을 만났다. 새로운 남자 멤버 이강도 함께였다. 4월 28일 신곡 <주인공>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1주일쯤 지나 한창 바쁠 때였다. 기존 멤버 지이와 금비에게서는 10년 차 가수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금비는 "3년 만에 돌아와 보니 가요계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면서도 "예전에는 몰랐는데 방송이 정말 편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은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동료 가수들도 거의 없고 선배보다 후배가 훨씬 많죠. 아이돌과 어떻게 경쟁할 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는 아이돌과 다르기 때문에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금비)

거북이의 재결합 이야기가 나온 건 작년 여름. 터틀맨이 떠난 이후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금비는 솔로활동으로 지이는 일본 유학으로 떨어져 지냈다. 금비가 먼저 지이에게 "다시 거북이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지이는 "뚱이오빠(터틀맨)가 없으면 거북이로 무대에 설 수 없다"고 답했다. 새 멤버의 영입을 반대했던 지이는 "거북이의 음악 스타일을 살리려면 남자 멤버까지 3명의 구성이 맞다"는 금비의 설득으로 어렵게 재결합에 수긍했다.

"처음에는 터틀맨과 비슷한 느낌의 멤버를 물색했는데 그 친구들을 연습시킬 때마다 터틀맨의 실력과 더 비교가 되곤 했어요. 그래서 좀 다른 느낌으로 가보자고 방향을 바꾼 거죠. 새 멤버 이강씨는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사람은 겪어봐야 알지만 의욕도 있고, 인생의 굴곡이 느껴지더라고요. 인생에 역경과 고난을 겪은 사람이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는 거잖아요." (금비)

2001년 힙합그룹 '엑스클랜'의 객원 래퍼로 무대에 섰던 경험이 있는 이강은 과거 거북이의 히트곡으로 연습을 하며 터틀맨의 존재감을 여실히 확인했다. 그는 "터틀맨이 래퍼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노래를 해야 하는 부분도 많더라"며 "랩만 하던 내가 높은 키의 노래와 군무까지 소화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거북이(왼쪽부터 지이, 이강, 금비)

거북이(왼쪽부터 지이, 이강, 금비) ⓒ 소나무엔터테인먼트


10년 골수팬들이 거북이 일으켜준 '주인공'

"일어나 다시 한 번 일어나"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신곡 <주인공>처럼 거북이가 재기할 수 있게 한 동력은 팬들이다. 터틀맨의 죽음이라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던 거북이는 하루아침에 절망과 직면했다.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해체 후에 우리는 가요계에서 잊혔다고 생각하고 살았죠.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인터넷에서 어떤 팬의 글을 봤는데 '우리가 힘들어할 때 거북이의 노래를 듣고 용기를 얻었으니 이제 우리가 거북이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쓰여 있더군요. 그분들 덕분에 다시 노래하고 싶은 힘이 생긴 것 같아요." (금비)

얼마 전 새 멤버 이강의 생일에는 '부산 4인방'이라 불리는 거북이의 10년 골수팬들이 축하를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 고등학생이었던 그들은 어느새 직장인이 됐다. 그뿐인가. 터틀맨의 기일마다 독일에서 찾아오는 아저씨 팬도 있다. 독일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그는 거북이 노래를 클래식으로 편곡해 강의하기도 한다고. 거북이 팬으로 만난 남녀가 결혼해서 지금은 두 아이의 부모가 된 사연은 또 얼마나 드라마틱한가. 거북이에게는 스케줄마다 쫓아다니거나 방송국 앞에서 기다리는 팬은 없지만 뜨내기 철새팬도 없다. 10년 새 그들과 팬의 사이는 가족이나 다름없이 끈끈해졌다.

신곡 <주인공>은 그렇게 얻은 힘을 다시 되돌려주는 희망의 부메랑 같은 노래다. 어느 날 금비의 메일에 전해온 "자살을 결심했는데 거북이 노래를 듣고 다시 한 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팬의 절절한 고백은 거북이 음악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했다. 희망적인 메시지, 세 멤버가 시원하게 내지르는 '떼창'(합창)은 새롭게 시작하는 거북이가 꼭 이어야 할 요소였다.

"우리가 변화를 꿈꾸기 때문에 새 멤버를 영입해 다시 시작한 게 아니에요. 새 앨범은 우리가 했던 음악의 연결선상에 있어요.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세련미를 가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추구했던 메시지, 함께 불렀던 떼창, 그 신나는 스타일은 이어나갈 거예요." (지이)

거북이는 2001년 <사계>로 활동했던 1집부터 터틀맨이 활동을 채 다하지 못하고 떠난 5집까지 테이프 제작을 고집했었다. 거북이의 음악을 즐겨듣는 이들이 트럭을 운전하거나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등 주로 테이프에 익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금비는 "실제로 테이프 판매량이 CD 못지않았다"라며 "테이프 판매량이 정확하게 기록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CD보다 제작단가는 높고, 마진은 적은 테이프를 계속 만들었던 사연은 거북이가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했었는지 보여준다. 새롭게 출발하는 거북이가 가요계에서 다시 한 번 달릴 수 있는 힘은 바로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해 내는 것에서부터 나올 것이다.

거북이 터틀맨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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