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숨쉬는 공기> 포스터

<내가 숨쉬는 공기> 포스터 ⓒ 엔에이엘에니 필름 엘엘씨

한국계 감독의 할리우드 장편 데뷔작, 초호화 캐스팅으로 개봉 전 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지호 감독의 영화 <내가 숨쉬는 공기>가 지난 4월9일 개봉했다. 관객들에게 '배우 김민의 남편'이라는 수식어로 먼저 알려진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영화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듯 보인다.

 

영화는 행복, 기쁨, 슬픔, 사랑이라는 인간의 네 가지 감정이 서로 몰랐던 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의 결말로 종착됨을 이야기한다. 즉, 각각의 감정에 해당되는 인물들을 통해 그 감정이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보여주고, 묘하게 얽히는 이 감정들의 결합이 결국 우리의 삶임을 말하는 것이다.

 

'행복'에 해당하는 포레스트 휘태커는 소심하지만 일탈을 꿈꾸는 펀드 매니저이고, '기쁨'에 해당하는 브랜든 프레이져는 미래를 내다 보는 조직의 해결사이며, '슬픔'에 해당하는 사라 미셸 겔러는 무능한 매니저로 인해 핑거스(앤디 가르시아 분)에게 팔리다 싶이 한 가수이다. 마지막 '사랑' 파트에서 케빈 베이컨은 사랑을 놓친 의사를 연기한다. 이렇듯 네 가지 감정들은 나름 짜임새 있게 연결되어 영화의 후반부에 절묘하게 크로스오버된다.

 

사실, 이러한 옴니버스식 구성은 <내가 숨쉬는 공기> 이 전에도 많은 영화들(<크래쉬>,<바벨> 등)을 통해 보여졌기 때문에 그리 새롭지도, 크게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할리우드라는 미국 땅에서 이러한 동양의 정서를, 좀 더 세분화한다면 한국의 정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풀어나갔다는 점이다.

 

구성자체가 희로애락의 감정에 따른 것이어서 그런지, 영화를 보다보면 한국의 연속극, 혹은 미니시리즈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분명 극이 진행되는 장소는 미국이고 배우들 또한 대부분이 미국사람임에도 말이다. 이것은 어쩌면 친근함을 무기로 한 플러스 요인일 수도 있으나, 한국의 드라마를 짜깁기 한 듯 한 느낌이 들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 할 수도 있다. 판단은 물론 관객들의 몫이겠지만.

 

영화의 구성 이외에 또 주목할 점은 감각적인 영상과 편집이다. 이것은 영화 도입부인 오프닝시퀀스에서부터 그 면모를 드러낸다. 마치 스릴러 영화의 표준이 된 <세븐>을 보는 듯한 타이틀은 처음부터 긴장을 조성한다.

 

행복 초반에 보이는 프리즈 프레임 기법(정지된 화면)이나 빠른 편집들, 미래가 스쳐가는 영상 등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이러한 감각적 영상은 이지호 감독이 과거 CF와 뮤직비디오 연출에서 쌓은 노하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영화 중간, 카메오로 깜짝출연한 감독의 모습과, 어릴 적 누구나 해봤을 동서남북 종이접기 놀이의 등장도 흥미롭다.

 

비록 이지호 감독의 <내가 숨쉬는 공기>는 모두가 감탄했던 탄탄한 시나리오에 비해 연출력이 미흡한 듯 보이지만, 장편 데뷔작으로서 큰 성과를 이룬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영화 시작 전 밝혔듯이, 한국에서 나온 아이디어이고, 감독 자신이 한국의 심장을 가졌기 때문인지 한국인으로서 그의 작품에 더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2008.04.16 09:16 ⓒ 2008 OhmyNews
내가 숨쉬는 공기 이지호 앤디 가르시아 포레스트 휘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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