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울 신경전

인천-서울 신경전 ⓒ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스포츠에서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응원을 빙자하여 상대팀에게 대한 인신공격과 욕설도 모자라, 그라운드에서 이물질을 투척하여 선수가 맞는 불상사가 K리그에서 벌어졌다. 절대 묵과해서도, 가볍게 넘어가서도 안 될 중대한 사건이다.

11일 오후 인천의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는'하나은행 K리그1 2024 12라운드'에서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인더비'가 펼쳐졌다. 서울이 상대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에 힘입어 윌리안의 멀티골로 인천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우천 속에서 진행된 이날 경기는 라이벌전답게 상당히 과열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양 팀 선수들은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과 신경전을 펼쳤다.
 
전반 경기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인천이었다. 전반 36분 인천의 코너킥 상황에서 최우진이 왼쪽에서 올린 공을 수비 뒤쪽에서 달려나온 무고사가 발로 밀어넣어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인천은 전반 추가시간 제르소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열세라는 악재에 봉착했다. 볼이 없는 지역에서 몸싸움을 펼치던 최준과 제르소가 서로 뒤엉켜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최준이 제르소의 목을 팔로 감쌌고, 이에 화가난 제르소가 일어나면서 최준의 목을 팔로 가격하는 보복행위를 저질렀다. 양팀 선수들이 각자 동료를 보호하기 위하여 달려오며 그라운드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김용우 주심은 상황을 확인한 후 제르소에게 경고없는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밀치며 몸싸움을 벌인 서울의 권완규와 인천의 무고사, 퇴장 판정에 항의하던 조성환 인천 감독은 모두 옐로카드를 받았다. 분노한 인천 팬들은 야유를 보냈고, 이때부터 경기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후반들어 서울 김기동 감독은 윌리안과 팔로세비치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3분만에 최준의 크로스를 인천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고 흐른 볼이 윌리안 앞으로 떨어졌다. 윌리안이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어 후반 17분에는 또다시 윌리안이 해결사로 나섰다.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박스 부근에서 왼발 슛을 시도한 것이 인천 요니치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골망 안으로 들어가는 행운의 역전골이 터졌다. 처음에는 요니치의 자책골로 기록됐지만, 경기 종료 후 슈팅 방향이 골문 안쪽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되며 윌리안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역전을 허용한 인천은 수적 열세 속에서 공격수들을 연이어 교체투입하며 승부를 걸었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귀중한 승리를 따낸 서울은 4승 3무 5패, 승점 15점을 기록하며 리그 5위로 올라섰다. 인천은 3승 5무 4패, 승점 14점을 기록하며 7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더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졌다. 서울 골키퍼 백종범이 승리가 확정되자 돌연 인천 서포터스 쪽을 향하여 두 팔을 들고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며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 원인이었다.
 
이를 도발로 받아들인 인천 팬들은 격분하여 그라운드를 향하여 물병과 이물질을 투척하기 시작했다. 그라운드는 삽시간에 팬들이 던진 이물질로 아수라장이 됐다. 백종범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은 물론이고 인천 선수들까지 달려와서 자제를 요청했지만, 팬들의 위험한 투척행위는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험악해진 분위기 속에서 양팀 선수들은 간신히 그라운드를 빠져나가야했다.
 
프로축구연맹으로서는 이 사건에 대한 엄중한 조사와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관중이 선수들 물리적으로 위협하고, 그라운드에 이물질을 투척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특히 물이 든 물병을 사람에게 던지는 것은 사실상 흉기를 투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라이벌전에서 과하지만 않다면 이런 분위기나 흥분도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선수가 다칠 수 있는 부분은 좀 자제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피해자인 기성용 역시 "물병 투척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행위다. 프로축구연맹이 판단해야할 것"이라며 에둘러 비판하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인천 팬들의 난동은 제르소의 퇴장으로 심판 판정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불만, 라이벌전에서의 역전패로 이미 한창 격앙되어있던 상황에서, 경기 후 백종범의 불필요한 도발성 세리머니까지 더해지며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 사건으로 인하여 연맹의 징계가 내려진다면 백종범 역시 인천 팬을 자극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백종범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로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인천 팬들의 기분을 좋지 않게 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백종범은 그런 세리머니가 나온 이유에 대해서도 속사정을 밝혔다. 백종범은 "인천 팬들이 후반전 시작부터 내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욕을 하고, 계속 부모님 욕을 하기도 했다. 흥분했기에 그런 동작이 나온 것 같다"고 뒷이야기를 설명했다.
 
백종범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먼저 원인제공을 한 인천 팬들과 쌍방과실이 되는 셈이다. 물론 백종범이 감정적으로 반응한 것도 결코 좋은 대응은 아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직도 응원을 빙자하여 선수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나 인신공격을 일삼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발상은, 축구장에서 사라져야 할 부끄러운 악습이다. 더구나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상해를 입힐 수도 있는 물병투척은 아에 차원이 다른 범죄 행위였다.
 
결국 경기에도 지고 매너도 진 인천 구단은 경기후 공식 소셜미디어(SNS) 채널을 통해 FC서울전 경기 종료 뒤 벌어진 일부 관중의 물병 투척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해야했다.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는 구단을 통해 "홈 경기를 운영하는 우리 구단은 모든 팬들이 안전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순식간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관람객과 선수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K리그를 사랑하는 팬분들과 모든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향후 우리 구단은 물병 투척과 관련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사과 정도로 적당히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연맹과 인천 구단은 이 사태를 신속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 이런 사건을 대충 넘어간다면, 이는 그라운드 안에서 앞으로 팬들의 소요와 폭력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물질투척에 가담한 이들이나 서포터즈 전체에게는 경기장 출입정지를 시키거나, 인천 구단에게 무관중 홈 경기같은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 더 이상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훌리건식 난동이 축구팬들의 응원문화나 열정 따위로 미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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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더비 물병투척 FC서울 인천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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