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사가 끝나고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 고희영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시사가 끝나고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 고희영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노철중


지난 20일 CGV 왕십리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 언론배급 시시회가 열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한국경쟁특별언급상과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받은 바 있다.

영화는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 해녀들의 삶을 장장 7년 동안 끈질긴 취재 끝에 얻어낸 값진 성과다. 그만큼 공들인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그것은 영화에 드러나는 해녀들의 진솔한 삶이고 바다의 경외로움과 우도만의 독특한 자연을 담아낸 탁월한 영상미다.

해녀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8시간 동안 일하는데, 한 번도 쉬지 않고 내내 물속에 있다. 따라서 카메라도 바다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 몇 컷의 공중 촬영과 인터뷰 장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카메라는 물속에 있다. 바다와 해녀 그리고 카메라는 하나가 되어 영화를 만들어간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52세의 해녀와 85세의 해녀가 함께 물질한다는 것, 오직 바다에서만 생을 일궈 온 그녀들의 인생 그리고 생명을 집어삼킬 듯 거대한 자연. 그것들은 영화 내내 경외감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저미게 한다.

영화의 제목인 <물숨>은 사전에도 없는 해녀들의 은어라고 하는데, 그것은 해녀들만이 느낄 수 있는 '죽음'의 순간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해녀들이 만나게 되는 공포의 순간이다. 그렇지만 두려워한다거나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으니까 물질하는 거 보면, 숨비소리 나면, 가슴이 출렁출렁해 가고 싶기만 해. 고요할 때는 숨비소리가 듣고 싶어져 '호이호이' 하는 소리."

70여 년을 바다에서 살다 바다로 돌아간 고 고창선 해녀가 남긴 말이다. '숨비소리'는 장시간 숨을 참았다가 수면 위로 올라온 해녀들이 호흡을 편하게 하려고 내는 소리다. 살기 위해 숨을 멈춰야만 하는 여인들이 내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이 그 소리에 내포되어 있다.

고희영 감독은 "5년 동안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예전에는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 제주도가 가고 싶어졌다"라며 "거기서 그때 해녀를 본 것이다, 이전에는 '풍경화'로 봤다면 그때는 나의 감정을 담아서 봤고, 거기서 큰 힘을 얻었다"며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사실 <물숨>은 곧 유명을 달리할 해녀라는 존재를 붙잡고 싶어 한다. 실제로 이 영화의 제작진들은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고 감독도 우도의 가장 젊은 해녀들의 모임인 '코스모스회'를 계속해서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결국 <물숨>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해녀들의 숭고미를 발견하고 이를 예술로서 보존하고자 하는 영화다. 오는 29일 개봉한다.

 영화 <물숨>의 메인 포스터.

영화 <물숨>의 메인 포스터. ⓒ 영화사 숨비



물술 해녀 숨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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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땐 영문학 전공, 대학원땐 영화이론 전공 그런데 지금은 회사원... 이직을 고민중인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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