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29 07:18최종 업데이트 23.12.2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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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에게는 감상의 대상이자, 어떤 사람에게는 청소의 대상인 겨울 눈. 처분 대상이 되는 순간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 최수경


'예쁜 쓰레기'라는 말이 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빚은 소담스런 눈은 성탄 분위기를 가중시켜 반가웠다. 그러나 전방의 군인들에게 함박눈은 고통이다. 중노동이 예고된 치워야 할 쓰레기이다. 알록달록 단풍이 진 늦가을 거리에 깔린 낙엽을 밟는 일은 낭만이지만, 거리에 쌓인 플라타너스 잎들은 미화원에게 고통이다. 낙엽은 치워야 할 쓰레기일 뿐이다.

엄밀하게 자연현상에서의 산물은 쓰레기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자연분해되기 때문이다. '예쁜 쓰레기는 예쁨으로써 쓸모를 다했다'라는 짤이 돈다. 함박눈이나 낙엽과 같은 자연의 감성값만큼 물건도 실용성보다는 감성 자극이 첫 번째 구매 이유임을 말한다.

쓰레기란 사용자에게 유용하게 쓰임을 당하다가 불필요하거나 쓸모가 없어지면 유효기간을 다 해 처분되는 것을 의미한다. 처분은 어떤 것을 제거하는 행동 즉 물건이 쓰레기로 버려지는지, 재활용을 위해 전달되는지 또는 재사용되는지에 관계없이 현재 소유자가 가지는 제품의 수명이 다한 마지막 단계이다.
 

행사 기념품으로 받아온 텀블러는 처분대상 예쁜 쓰레기이다. ⓒ 최수경


기관이나 단체의 행사 기념품은 사용 단계를 거치지 않은 마지막 단계인 경우가 많다.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소지하게 되어 용처가 불분명하게 쌓여있는 텀블러들이 대표적이다. 유명 브랜드의 시즌 텀블러도 시즌이 지나면 구매 당시의 감성 가치와 비교했을 때, 그 효용을 다했기 때문에 처분 대상이 된다.

젊은이들이 찾는 거리에 편집숍이나 스티커숍이 눈에 띄게 많다. 편집숍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구비해놓고 판매하는 매장을 말하는데, 한 공간에 두 개 이상의 브랜드 제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형태이다. 주로 인테리어 편집숍, 뷰티 편집숍 등 특정 범주에 집중되어 있다.

편집숍에서 MZ세대는 남과 다른 소비 행태를 보인다. 이들의 소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브랜드가 제시하는 스토리와 분위기가 자신의 취향이 맞으면 소비한다. MZ세대는 주로 과시형 소비 행태를 보이지만 반면 가성비를 중시하고 가치 지향적인 소비를 하는 상충적 면을 갖고 있다. 따라서 포장지 없는 매장, 공정하고 환경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편집숍도 등장했다.
  

선물을 싼 친환경 포장지 예쁜 포장지는 용도를 다 할 때까지 사용될 수 있지만, 버리기 아까워 보관한 하고 있다가는 종국에 쓰레기화될 수 밖에 없다. ⓒ 최수경

 
예쁜 쓰레기는 없다

스티커숍은 스티커사진 자판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일명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위한 마켓이 등장했다. 자신의 감정을 글 대신 스티커로 표현하는데, 동물, 인물, 스틸 이미지 등 캐릭터와 같은 그림으로 하루의 일상을 기록한다.


이들은 이미 스마트 환경 안에서 모바일스티커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플라스틱 스티커를 자신이 원하는 곳에 언제든지 떼고 붙이고를 자유롭고 다양하게 하는 데 익숙하다. 오히려 글로 표현이 안 되는 자신의 감정을 더 명확하고 풍부하게 표현하여 개성을 표출한다.

이러한 편집숍과 스티커숍의 공통점은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가치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식품이나 생활용품에는 돈을 아끼더라도 마음 가는 것은 꼭 구매하는 소비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제품의 수명이 다해 처분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사람마다 기호와 감성 가치가 우선이었던 제품들은 폐기 이후 재활용 시장에서 재선택되는 것은 쉽지 않다.
 

예쁘게 포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완충재료가 용도를 다하면 쓰레기가 된다 ⓒ 최수경

 
나무, 유리, 철 등의 재료에서 값싼 플라스틱 재질로 점차 대체되면서 천원 숍의 눈부신 성장도 예쁜 쓰레기를 늘리고 있다.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플라스틱은 색깔과 무늬, 모양도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 가격도 싸고 어떤 모양으로도 바뀔 수 있는 가소성의 소재이다 보니 플라스틱 사용량은 늘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상의 물건들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유행과 소비재 덕분에 도시의 대량소비가 증가하고, 물건의 수명 주기가 짧아지고 가볍게 쓰고 버리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쓰레기양이 증가한다.
 

분리수거를 통해 재활용이 된다면 금상첨화이지만, 대부분 소각과 매립이 된다. ⓒ 최수경

   
아이가 유치원에서 열심히 만든 미술 조형물들을 집에 갖고 왔었다. 아이들의 미숙한 손의 협응력으로 어림없는 완성품들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결과물이 중했는지, 선생님들이 반제품을 미리 만들어 작품을 완성시켰다. 다양하고 풍부한 재료를 활용한 미술 활동은 창의융합능력을 키우는데 효과가 있다.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한 결과물들인지라 일단 집에 보관 전시해 놓았다. 그러나 클리어파일에 보관할 수 있는 것들을 제하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보관 장소와 재료가 용이하지 않았다.

결국 쓰레기로 내놓으려면 종이나 플라스틱 등 한 번에 버려지는 것들이 아니었다. 분리수거를 위해 일일이 분해하느니 쓰레기 봉지에 넣는 편이 차라리 수월했다. 아이들 키울 때 미술작품은 일찍부터 예쁜 쓰레기로 인식되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뒤에 버려질 예쁜 쓰레기 포장재들 감성이 쓰임용도보다 더한 가치를 갖고 선택된 물건은 없는가 ⓒ 최수경


최근에는 쓰레기가 오브제미술이라는 미술의 한 장르로서 미학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포장재를 작품의 재료로 선택하여 공간에 설치함으로써, 관람객에게 현실에서의 소재가 미적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쓰레기가 갖는 매체로서의 가치와 재생의 의미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쓰레기가 예쁜 쓰레기로 한 번 더 소비되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환경을 생각하면 예쁜 쓰레기는 없다. 다만 쓰레기만 있을 뿐이다. 나의 자아와 주체성은 곧 내가 어떤 상품을 소비하고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구성된다. 올 크리스마스에 주고받는 수많은 선물과 성탄축하행사들 가운데, '순간 예쁨'으로써 그 쓸모를 다한 쓰레기를 얼마나 만들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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