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만난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지난 27일 만난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 이영광


지난 14일 방송된 <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2013년 MBC를 떠났던 문지애 전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은 것이다.

문 전 아나운서는 2012년 170일 파업을 하기 전까지 예능과 라디오 DJ 그리고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까지 맡아 종횡무진 활동했다. 하지만 파업 후 업무에서 배제됐고 고통 받는 동료들을 보며 견디지 못하고 2013년 MBC를 떠났다. 그 후 MBC에서 문 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세상이 달라졌고 문 전 아나운서가 MBC 프로그램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친정인 MBC에 오랜만에 출연한 소감이 궁금해 지난 27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문 전 아나운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문 전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퇴사한 지 4년 만에 방문한 MBC

문지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 방송인 문지애가 5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한 공연장 에서 열린 <댄스그룹인 SF9(에스에프나인)데뷔 싱글 Feeling Sensation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문지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 방송인 문지애가 지난 2016년 10월 5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한 공연장 에서 열린 <댄스그룹인 SF9(에스에프나인)데뷔 싱글 Feeling Sensation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이정민


- 지난 14일 방송된 <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의 내레이션을 하셨잖아요. 퇴사한 지 4년 만에 처음인데 기분이 어땠나요.
"이번 다큐멘터리는 MBC에서 할 수 없었던 걸 다룬 것이잖아요. MBC가 바뀌었고 세상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MBC 동료들의 용기와 고생, 그리고 MBC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그동안 MBC에서 할 수 없었던 것을 촬영할 수 있었고, 저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에 그날은 먹먹하더라고요."

- 방문하시는 모습이 TV에 나오던데 어땠어요?
"너무 낯설었어요. 저는 여의도에서 MBC 생활을 마무리했어요. 상암사옥은 < MBC 스페셜> 내레이션과 인터뷰 때 처음 방문했거든요. MBC 사람들이 얘기하던 MBC가 이렇게 생겼구나 했어요.

근데 로비에서 만난 동료들 표정이 제가 지난 4~5년 봤던 동료들의 표정과 달랐어요. 한 명 한 명 다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고 표정도 굉장히 생생했죠. 상암 MBC에서 새로 시작하는 동료들의 일터가 이렇게 신나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 출입증을 어디에 찍는지 몰라 헤매는 모습이 재밌더라고요(웃음).
"사실 이제는 외부인이잖아요. 제가 회사에 와서 출입증을 받아서 들어가는 게 너무 낯설더라고요. 여의도 사옥에 있을 땐 위에다 찍는 거였거든요. 정말 어리바리하게 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게 아마 시청자들에게 짠하기도 하면서 재밌기도 하셨던 것 같아요."

- < MBC 스페셜>에서 내레이션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떠셨어요?
"제의가 들어왔을 땐 담담했어요. 그날 방송했던 < MBC 스페셜>은 지난 5년 길게는 7년 동안 MBC가 어떻게 왜 얼마나 망가졌는지에 대한 기록이었고 거기서 빠질 수 없었던 게 MBC 구성원들의 반성이었잖아요. 이건 저나 MBC에 아주 특별하고 각별한 기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저는 MBC 구성원이었기도 했고 최근엔 외부인이기도 하니 MBC에 대한 반성과 질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저에게 내레이션이 들어온 게 아닌가 해요. 담담하지만 기쁘게 응했습니다."

"내레이션 할 때 느낌과 본방송 볼 때의 느낌이 달랐다"

MBC파업콘서트 참석한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퇴사한 (왼쪽부터)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아나운서가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MBC파업콘서트 참석한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지난 10월 25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퇴사한 (왼쪽부터)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아나운서가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 내레이션할 때 과정이 궁금해요.
"방송 전날 밤늦게 녹음을 했거든요. 저는 내레이션 할 때 영상 한 번 보고, 제 목소리가 입혀진 건 본방송 때 봤어요. 내레이션을 할 때의 마음과 본 방송을 볼 때 마음이 달랐어요. 아무 소리도 없는 영상을 봤을 땐 '참담한 구성원'이었던 마음이 더 강했어요. 감정도 없고 표정도 없고 영혼도 없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듯한 MBC의 그림들이 아프게 다가왔어요.

한창 MBC가 힘들고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차를 타고 우연히 상암동에서 MBC 동료들이 횡단보도에 서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원래 알고 있던 동료들을 한 발 떨어져서 본 건데, 그 누구도 웃지 않았어요. 차창 밖으로도 적막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내레이션을 할 때 영상에서 느껴지는 MBC의 모습이 제가 우연히 봤던 MBC 동료들의 모습이나 표정과 비슷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본 방송은 철저하게 시청자의 느낌으로 봤어요. 처절한 반성이 좋았습니다. 시청자들이 굉장히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MBC는 박근혜다'나 'MBC는 <무한도전>이다'라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시청자들의 말들이 참 가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한 느낌이랄까요? 그동안 망가졌던 MBC를 시청자들이 정확히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했어요."

- 말씀하시는 걸 보면 몸은 밖에 있지만, 마음은 MBC에 있는 것 같아요. 시청자 입장으로 볼 때 그런 말이 가슴 아프진 않거든요.
"저는 회사를 떠나 있었지만 계속 MBC 구성원들에 둘러싸여 지내왔어요. 아나운서 동료들,  PD들, 그리고 남편(전종환 아나운서)도 있어서 MBC의 상황과 멀어지려고 했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태였죠. MBC가 제가 떠난 이후 얼마나 망가졌는지도 알고, 동료들의 아픔이 제가 겪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아요. 너무나 애정을 가졌던 회사다 보니 여전히 저의 회사를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신 게 아닌가 싶네요. 그 마음이 아마 맞을 겁니다."

- 남편이 전종환 아나운서잖아요. MBC 상황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떠셨어요? 구성원들의 가족과 또 달랐을 것 같은데.
"보도국 기자로 일하던 남편은 파업 이후 한동안 드라미아(세트장관리)에서 근무했어요. 시청자만 보고 가겠다는 배현진 아나운서에 대한 트위트 글을 문제 삼았던 것이죠. 남편은 워낙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 지금은 그저 견뎌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고, 그 말이 우리의 지난 5년을 지탱해줬어요.

다시 보도국에 돌아와 기자로서의 업무를 시작했지만 작은 저항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듯한 답답한 상황을 자주 느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쫓겨났다가 돌아왔음에도 보도국 내부에 남아있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참 안쓰럽더라고요."

- 첫 화면이 폐허처럼 변한 여의도 사옥이잖아요. 문 전 아나운서는 여의도 사옥에서만 근무하셨는데 폐허로 변한 모습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여의도 갈 일 있으면 보라색 벽돌의 MBC를 한번 돌고 지나가요. 제 마음이 편해졌나봐요. 예전에는 굳이 여의도 사옥을 보고 가지는 않았거든요. 좋았던 기억도 많지만 저는 거기서 마무리를 했기 때문에요.

근데 MBC 정상화 시작 후 여의도를 갔는데 가고 싶더라고요. 일부러 한번 들러서 돌아 지나온 적이 있어요. 이제는 여의도 MBC가 저에게 아픈 곳이 아니라 에너지 넘치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 뭐가 가장 아팠어요?
"제가 처음 MBC에 들어왔을 때의 문화가 없어진 거요. MBC는 존중과 자유가 있는 곳이었거든요. 막내부터 사장까지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책임감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한 자유가 있는 곳. 저는 그게 MBC를 설명하는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너무 당연하게 존재해온 MBC의 문화가 어느 날부터는 누군가를 감시하고 억압하고 순응하지 않으면 쫓겨나는 공포심을 심어주는 곳으로 변했어요. MBC의 문화가 이상하게 변해가는 모습이 일단 슬펐고 함께 일했던 동료와 선후배들이 제 눈앞에서 다치고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고 징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아팠죠."

- 그래서 도망치듯 MBC를 퇴사하신 건가요?
"그렇죠. 그때는 '이것보다 더 최악이 있고 이것보다 더 심한 일이 있을까 버티자'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또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제 자존감을 추스르고 제가 정신적으로 조금 더 편안해지고 싶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피하고 도망친 거죠. 그런 마음으로 회사를 나온 것 같아요. 아마 회사를 나갈 때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싶다고 표현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때 마음과 몸은 많이 지쳐 있었죠."

"도망치듯 MBC 퇴사,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지난 27일 만난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지난 27일 만난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 이영광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선택 어때요?
"한 번씩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있어요. 아마 저는 시기가 조금 미뤄졌을 뿐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시청자께서 '얼마나 힘들었기에 견디지 못하고 나가기까지 해'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렇지만 제가 겪은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고작 1년간 MBC 암흑기를 보냈을 뿐이고, 제가 떠난 이후 MBC는 말도 못하게 망가지고 악랄해졌거든요. 선배들은 훨씬 더 힘든 시간을 견디고 버텨서 지금의 MBC를 만들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저의 아팠던 시간들, 힘들었던 시간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요. 제가 겪은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 이번에 MBC 노조가 72일 파업했잖아요. 파업 과정은 어떻게 보셨어요?
"시청광장 파업 콘서트에 함께 했거든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제가 기억하기로 평일 저녁이었는데 정말 많은 시민이 광장을 채워주신 거예요. 2012년 170일 파업할 때 생각이 더 많이 났어요. 저희는 보통 신촌이나 강남역 주변에서 거리 선전전하고 시민 서명 받았어요. 그때 받았던 응원, 함성, 그리고 따뜻한 마음에 대해 응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불편한 마음이 계속 있었는데 그때의 시민들이 긴 시간 동안 MBC를 질책하면서도 여전히 MBC의 정상화를 위해서 함께 해주신다는 게 느껴졌어요.

저는 신촌이나 강남역 가면 그때 생각이 많이 나거든요. 무엇보다도 제가 나갔을 때와 똑같은 마음과 똑같은 뜻으로 그날까지 함께 힘을 모으는 동료들에게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그 자리에서 꼭 드리고 싶었어요. 그 모멸감과 수치심, 자괴감, 상처를 견뎌내고... 자그마치 5년의 시간이거든요. 결코 쉽지 않아요. 그 시간을 저는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는데 그 많은 동료는 그 긴 시간을 버티고 버텨서 그날 같은 상황을 제 눈앞에 연출해 준 거죠. 결국 MBC 정상화를 이뤄냈기 때문에 그때의 감동이 굉장히 컸어요."

- 콘서트에 함께 했던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섰잖아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제가 거기 함께하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겠어요? 동료들이 무대에 서고 시민 여러분께 함께해 달라고 인사를 드리는데 미력하나마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함께 섰어요. 그때 손정은 아나운서가 많이 울었거든요. 제 동기예요. 손 아나운서가 가장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던 것 같아요. '우리는 늘 이렇게 함께했었는데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있고...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우리가 다시 만나서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며 울먹이던 손 아나운서의 메시지가 집에 가는데도 들리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죠. "

"예전 그립지만... 제가 한 선택에 책임질 것"

문지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 방송인 문지애가 5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한 공연장 에서 열린 <댄스그룹인 SF9(에스에프나인)데뷔 싱글 Feeling Sensation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문지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 방송인 문지애가 지난 2016년 10월 5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한 공연장 에서 열린 <댄스그룹인 SF9(에스에프나인)데뷔 싱글 Feeling Sensation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이정민


- 예전이 그리우신가요?
"그럼요. 너무 그립죠. 그렇지만 이것도 제가 한 선택이거든요. 프리랜서로서의 고민도 많지만, 이것 역시 제가 한 선택이기 때문에 욕심 없이 즐겁게 제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늘 그때 그 시간은 그립죠."

- 혹시 재입사 생각은 아예 없나요?
"글쎄요.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우선 나가 있는 사람들 의사도 그렇지만 회사 내부 구성원들 정서도 중요하고요. 경영진의 판단도 있어야죠. 그렇지만 기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어려운 시절엔 떠나놓고 좋은 시절이 오니 함께 하겠다는 게 저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닌 다른 아나운서 동료들에게 그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들 좋아하고 기뻐할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저도 제가 한 이야기가 있고 제가 했던 선택이기도 하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제가 한 선택에 대한 책임은 지고 싶은 마음이에요."

- 내년 1월 1일부터 <굿모닝FM> 임시 DJ를 맡았잖아요. 오랜만의 DJ라 설렐 것 같아요.
"저 사실 엄청 부담돼요. 정식 진행자가 오기까지 제가 한 달 동안 자리를 메우는 건데, 지금 MBC는 정상화 출발선에 서 있기 때문에 MBC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시청자 관심이 굉장히 뜨겁고 거기 부응하려는 PD들의 노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겐 임시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MBC에는 중요한 시기잖아요. 잘 해야만 하고 잘 하고 싶고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게 MBC에서 제가 받았던 수많은 기회에 대한 보답입니다. 한 달 동안 저의 모든 에너지를 <굿모닝 FM>에 부어서 MBC를 떠나셨던 분들도 다시 돌아오실 수 있게 해보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시청자 여러분들, 그리고 MBC가 항상 어려울 때마다 응원해 주신 시민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현재 MBC 구성원은 아니지만, 좌절감에 빠졌던 MBC 구성원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상식적인 사회를 다시 만들어주고 MBC의 정상화를 이끌어 준 건 결국 촛불 시민의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들을 다시 볼 수 있고 MBC다운 MBC를 다시 볼 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신 시청자분들 감사합니다."

MBC파업콘서트 참석한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퇴사한 (왼쪽부터)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아나운서가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MBC파업콘서트 참석한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지난 10월 25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퇴사한 (왼쪽부터)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아나운서가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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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KBS도 간섭 심했다, 김대중 다뤘다가 '빨갱이' 소리 듣기도"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40] 신봉승 언론노조 KBS 본부 복지국장

가만히 앉아 있어도 추운 겨울, 언론노조 KBS 본부(위원장 성재호, 아래 KBS 새노조)의 파업이 어느새 100일을 훌쩍 넘겼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10일 동안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까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릴레이 발언을 이어갔다.릴레이 발언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궁금해, 릴레이 발언 현장에 있던 KBS 촬영기자인 신봉승 새노조 복지국장을 만났다. 신 국장으로부터 릴레이 발언 뒷이야기와 함께 촬영기자에게 가해진 사측의 편집 간섭에 관해 들어 보았다. 다음은 신 복지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이어말하기, 평범한 개인이 참회할 시간 갖자는 생각에 시작"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제안한 것은 아니에요. 사실은 조합 집행부 몇 명이 용산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학창시절 영화를 전공했던 선배가 '투쟁이나 과격한 방법이 아니라 평범한 조합원 개개인이 참회할 수 있는 시간을 갖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왔어요. 그 아이디어를 집행부 회의시간에 파업 프로그램을 짜면서 제안을 했는데, 안 그래도 추운 겨울에 선전전·피케팅 등 조합원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 힘들 것 같아서 이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되리라 예상은 못 했죠. 그런데 KBS 비리 이사들의 감사원 결과 발표 사적유용 의심액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엄청난 금액임에도 방통위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안 보였잖아요. 그래서 조합원들이 그럼 광화문 한복판에서 무기한으로 릴레이 발언이라도 해서 KBS의 파업 상황을 알리고 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자는 의미에서 이 릴레이 발언을 하게 되었어요.""조합원들이 처음에는 반대가 좀 있었죠. 이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저희 스스로도 의구심이 있었어요. 20분씩 10일만 한다고 해도 720명의 사람이 필요해서 어렵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예상 못 했던 일들이 일어났죠. 한 후배조합원이 단체카톡방에 '여러분이 자원을 해주시면 여러분의 동료가 추위에서 떠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남긴 뒤로 선후배들이 서로 자원을 해서 10분, 20분, 30분씩 나눠서 하게 되었습니다.""무엇보다도 먼저 조합원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사람 중 한 명이고 조합집행부로서 추운 겨울 광화문 광장에 나와서 발언을 이어간 조합원들에게 미안하고 정말 감사하죠. 10일, 240시간 릴레이 발언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KBS새노조의 힘이고 저력이라고 생각합니다.""'시민들도 오셔서 말씀하실 수 있다'고 말씀은 드렸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처음 하루는 오시지 않으셨어요. 발언하기로 했던 사람도 막상 그 자리에 서면 부담스럽고, 광화문이라는 공간이 또 특별하잖아요. 그런데 릴레이 발언 시작하고 둘째 날에 지나가는 시민이 선뜻 발언하시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 뒤로도 발언해주시고 가시는 분들이 여러분 계셨고, 발언은 안 하더라도 현장에 있는 단식 중인 성재호 위원장과 조합원들에게 핫팩·따뜻한 커피· 초콜릿·장갑·손편지 등을 전해주면서 응원해주셨습니다. '그동안 KBS 파업하는 것을 몰랐다, 여러분들의 발언을 현장과 유튜브에서 보고 당신들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릴레이 발언을 했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모든 분들이 우리들의 파업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접점에 있었던 분들은 저희의 진정성을 어느 정도 알게 되셨다고 생각합니다.""교향악단 트럼펫 연주자 보며 'KBS가 망가트린 것' 생각했다" "MBC와 JTBC 등 여러 매체에서 저희 릴레이 발언을 보도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지나가는 분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여러 번 들었는데요. KBS 파업과 릴레이 발언에 대해서 많이들 알고 계셨어요.""7일째 되는 날에는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서 정말 추웠어요. 밤에는 영하 13도까지 내려가기도 했고 발언자 뒤편에 세워둔 현수막이 강풍에 찢어지기도 했습니다. 날씨가 추우면 집중해서 말하기 힘들지만, 야간에는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릴레이 발언 현장에 LED 조명이 있는데 야간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에서 눈앞에 강한 조명이 있으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거든요. 훈련된 아나운서나 기자들도 어려운데 카메라 앞에 선 경험이 적은 엔지니어나 경영 직군 조합원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원고를 적어오시기도 하고 발언을 하는 동료가 말문이 막히면 옆에 있는 다른 분이 급하게 나오셔서 대신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봤던 장면이 하나 있어요. 엉터리 조직개편으로 지금은 행정업무를 보고 있는 KBS교향악단 트럼펫 연주자가 노동조합 손수건을 트럼펫에 달고 릴레이발언석에서 연주하고 있는 걸 봤을 때 가슴이 너무 아프고 9년 동안 KBS가 참으로 여러 부서를 망가트렸다고 생각했었습니다.""밖에서 보셨을 때 그렇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은 고생스럽고 힘든 일을 집행부가 부탁하기도 전에 아나운서 선후배들이 자원해줬습니다. (아나운서는) 대중 앞에서 이야기를 듣고 또 본인의 생각과 저희들의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하는 전문가인데, 조합 입장에서 그분들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죠.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라 선뜻 제안하지는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먼저 아나운서 동료 여러분이 기꺼이 하겠다고 해줘서 릴레이 발언이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새벽에는 광화문 현장에서 같이 보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릴레이 발언을 또 유튜브로 240시간 생중계를 했었습니다. 새벽 3, 4시에도 항상 20~30명씩은 같이 보고 궁금한 것들은 물어보셨어요. 저희 발언자 중에서 실시간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그 댓글들에 답을 해주신 분들도 있었고요. 또 기자나 PD뿐만 아니라 다양한 KBS 구성원들이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9년 동안 KBS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방송은 한 방향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 릴레이 발언 유튜브 중계를 하면서 시청자들과의 접점이 커진 것 같습니다.""촬영 기자들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촬영 기자들은 릴레이 발언뿐만 아니라 240시간 동안 550여 명의 발언자들을 빼놓지 않고, 그 순간을 모두 기록하고 편집해서 영상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고마운 것은 발언자들이 어두운 밤 외롭지 않게 그들과 함께 광화문을 발언을 지켜줬다는 점입니다. 릴레이 발언자들에게도 정말 큰 힘이 되기도 했고요.""KBS는 큰 조직이고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9년 동안 이병순, 김인규, 길환영, 조대현, 고대영까지 우리 스스로가 권력과 부서장의 부당한 명령에도 현실과 타협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 사람들 입장에서 왜 힘들었는지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릴레이 발언을 보면서 다양한 직군, 다양한 연차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국민들에게 미안함도 있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세월호 현장에 있었고 취재를 하면서 유가족들에게 크게 질책도 받고 취재를 거부당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나라도 취재를 해야 이런 이야기들이 나가지 않겠냐며 항변하기도 했었습니다.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저희는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릴레이 발언에서 이어지는 참회록을 듣다 보면 제가 너무 우리 회사 동료들과 그들의 어려움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일 동안 집에 가면 드라마나 뉴스를 보기보다는 유튜브를 TV에 연결해서 실시간 릴레이 연상을 새벽까지 보면서 응원하고 KBS를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촬영기자에 간섭, 세월호 가족이 대통령에 분노하는 장면 못 쓰기도" "KBS도 간섭이 심했습니다. 저의 경우, 2009년 광화문 광장 개장 취재를 하면서 광장 양옆에 있는 역사물길에 대해서 촬영을 했습니다. 조선 건국 이후 우리나라 주요사건을 기록해 뒀는데 저는 2000년도를 찍어서 뉴스에 보냈습니다. 2000년에 무슨 내용이 있었냐면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이 있었습니다. 주말이라서 낮 단신이 나갔는데 갑자기 상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라고 묻길래 "무슨 의도를 말씀하시는 거냐? 200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가 있어서 찍은 거고 그 해에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건 객관적인 사실 아니냐? 또 이게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라면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오세훈인데 돌판에 쓰지도 않았을 것 아닙니까?"라고 되물었죠. 그랬더니 제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좌파, 빨갱이'라며 온갖 욕을 퍼부었습니다.용산 참사가 있었을 때는 더 했습니다. 철거민에 관한 리포트를 제작하면서 서울 시내 철거민 문제를 촬영했는데 그 현장에서 '청계천 8가'라는 노래가 나왔습니다. 그 현장음을 편집할 때 배경음으로 넣었더니 그날 저녁 뉴스가 나가자마자 바로 국장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왜 뉴스에 민중가요가 들리게 편집하느냐'라면서 또 지적을 했습니다. 세월호 때는 '유가족들이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들에게 화를 내거나 분노하는 장면들은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제가 겪었던 9년 동안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눈에 보이는 뉴스 영상에 대해 간섭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취재나 보도의 방향만큼이나 보도 영상에 대한 간섭도 많았습니다.""촬영 기자들은 물리적으로 취재원과 가장 가깝게 만나는 사람들이잖아요? 촬영하거나 촬영 전에 설득을 하는 과정도 있는데 KBS 보도가 잘 못 나가고 잘못된 팩트들이 전달되면 현장에서 가장 먼저 지적을 당하는 것은 촬영 기자들입니다. 제가 찍어온 그림이나 제가 편집한 영상과 전혀 다른 형태로 뉴스가 나가게 돼서 욕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난감하더라고요. 매번 현장에서 '저는 아닙니다. 저는 새노조예요'라고 이야기했지만 돌아오는 건 '너희도 똑같은 놈들이야'라는 질책이었습니다. 제 영상과 편집본이 엉뚱한 형태로 재가공 되는 것을 봤을 때 정말 '끝까지 촬영 기자를 해야 하나'하는 고민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위에서 하라는 대로 할 수도 있죠.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KBS가 지금 이렇게 망가져 왔을 텐데. 얘기 안 되는 리포트를 얘기 되게 만드는 건 기자가 아니라 뉴스기술자라고 생각합니다. 뉴스가 안 될 만한 것들은 안 된다고 말을 해야죠. 흔히 기자들끼리 '초를 친다'라고 하잖아요? 기사를 쓰다 보면 원하는 방향으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을 때 몇몇 사실들을 감추거나 숫자를 부풀려서 기사를 그럴싸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영상과 이미지는 보이는 대로 그대로 믿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경우에 뉴스가 주는 해악이 너무 크죠. 그렇게 하는 분들 아직도 저 안에 많이 있습니다. 제가 단연코 말씀드리는데 본인 스스로 능력 있는 기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은 뉴스 기술자입니다.""저는 회사 SNS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뉴미디어 분야에도 관심이 있어서 관련 글들을 읽으면서 다른 방송국들은 어떻게 하는지 한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KBS 안에서도 지난 1~2년 동안 디지털 관련 부서들도 많이 생겼고, 디지털 전략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자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SBS처럼 SNS전략을 잘 짠 회사들도 있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SNS에서 관심을 끄는 콘텐츠는 포장을 잘하거나 플랫폼 전략을 잘 세운 것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였습니다.예를 들면 탄핵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거하거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생중계 영상은 '풀 그림'이라 앵커 멘트를 제외하면 같은 영상이 나가거든요. SNS상에서 KBS 시청자가 100명이면 SBS는 1000명이고 같은 중계 영상을 JTBC는 3만 명이 봅니다. 저는 이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결과적으로 뉴스는 신뢰도의 문제인 것이고, 어떻게 포장하고 가공하느냐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결국은 진실을 전하는 매체이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이 방송국을 바라보는 신뢰도가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장과 플랫폼도 중요할 수 있지만 30000 : 1000 : 100 등의 숫자를 보고 나서는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KBS SNS 채널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KBS의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들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단순히 KBS 프로그램들이 재미없거나 예전보다 잘 못 만든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의 공정성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스테이션을 바라보는 전반적인 이미지가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우성 응원에 눈물... 홍준표 '파업 중단' 발언 어이없어"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42] 강나루 KBS 기자

지난 9월 초 시작했던 언론노조 KBS 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 새노조) 파업의 끝이 보인다. 지난 12월 2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감사원의 비리 이사 해임 요청을 받아들여 문재인 대통령에 강규형 이사의 해임 건의를 했고 28일 문 대통령은 방통위의 강 이사 해임 건의에 재가했다. KBS 새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116일 만이다.파업 과정과 강 이사 해임을 KBS 새노조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를 반성하며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었던 강나루 KBS 기자를 지난 27일 KBS 새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제가 2011년 8월에 입사해서 이번이 세 번째 파업이에요. 지난 2012년에 95일 파업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파업을 시작할 때는 다소 편한 마음으로 시작한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지금 석 달이 지나서 넉 달째가 되고 있죠.석 달이 지난 시점에서는 생각보다 길어지는구나 싶어서 조금 마음이 착잡한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이번 파업을 반팔입고 시작했고, 그때 위원장도 찬바람이 불기 전에 끝내겠다고 얘기했었거든요. 그러나 27일 방통위가 비리 이사 강규형씨에 대한 해임 건의를 의결했고,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강규형 이사 해임 제청 건을 재가했잖아요. 그래서 조금 느리긴 하지만 승리를 향해 확실히 다가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저는 2년 전에 결혼했는데 아내도 일하고, 아직 애가 없어서 그렇게 힘든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선배 중엔 외벌이이거나 부부가 둘 다 파업을 하거나 애들도 둘셋 이렇게 있는 집이 있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있어요. 또 시간이 길어지면 정신적으로도 쉽게 피로해지죠.그렇지만 지금 쟁의 행위를 하는 사업장이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에 정말 우리보다 더 오래 그리고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불투명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업장도 많다고 생각해요. 파업이 길어지면서 분명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그때 MBC와 우리 상황이 정확히 지금은 반대가 됐죠. 사실 그때 같이 투쟁하던 MBC 조합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았어요. 뭔가 동료 등에 칼 꽂고 우리만 들어가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때와는 조금 다른 게 그때 우리는 이겨서 들어간 게 아니거든요. 당시 석 달 넘게 싸웠지만 결국 몰아내지 못했고 파업 출구를 찾지 못해 사실 고개 숙이고 들어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죠.그러나 지금 MBC가 들어간 건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적폐 사장을 몰아내고 당당히 승전보를 울리면서 들어간 거잖아요. 또 최승호 선배 같이 좋은 분을 사장으로 모셔서 하나씩 매우 빠른 속도로 바꿔나가는 MBC가 부럽죠. 물론 우리 입장에선 다소 속상한 부분도 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어요. MBC가 먼저 가서 많은 개혁을 이루고 있는데 우리도 이 싸움을 빨리 승리로 마무리하고, MBC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멋진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습니다.""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요. 감사원 결과 나오기까지도 오래 걸렸지만, 감사원에서 비리 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용이 적절치 않다고 한 달 정도 검토해서 힘들게 결론을 내렸고 이를 넘겨받은 방통위는 최소한의 행정 절차만 거쳐서 비리 이사 해임 결정을 내릴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너무 오래 걸렸죠. 특히 지난 22일로 예정돼 있었던 강 이사의 청문 일정이 자유한국당의 항의 방문으로 5일 연기됐을 때는 정말 많이 답답했어요. 그건 단순히 5일이 아니라 2200명 조합원에게는 만 일이 넘는 일정 연기였거든요. 그래서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이 크리스마스 지나자마자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한다고 했을 땐 많이 속상하더라고요.하지만 그래도 27일 청문이 끝나자자마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강규형 이사 해임 건의 안이 4:0으로 가결되고 다음 날 대통령의 재가가 이뤄져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한 해가 지나가기 전에 비리 이사를 내쫓음으로써 KBS 정상화의 디딤돌을 세울 수 있게 됐으니까요.""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던 28일 노조 전국 비대위가 열렸는데요. 거기서 비대위원들이 논의한 끝에 사장 퇴진 때까지 지금의 파업 대오를 강경하게 유지하되 예능과 드라마 구역은 다른 구역보다 파업 승리 이후 정상화에 걸리는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해서 1월 1일부터 복귀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요.우리 같은 보도구역은 당장 내일 복귀하더라도 곧바로 취재해서 예전과 다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지만, 예능과 드라마 구역은 쉽지 않아요. 그런 부분은 우리가 전체 파업 대오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 조합원들이 각 구역의 사정을 이해해줄 필요도 있다고 봐요. 물론 가장 좋은 건 새해가 되자마자 우리가 최대한 힘을 모아서 적폐 사장을 빨리 몰아내는 거겠지만요. 특히 2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있기 때문에 1월 되자마자 우리가 투쟁 수위를 높여서 빨리 사장을 우리 힘으로 몰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우리 이야기를 MBC에서 본다는 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우리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데 <PD수첩>을 통해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우리 파업 상황을 상기시켜준 게 감사했습니다. 그걸 보고 나서 SNS 등지에 KBS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글들을 많이 본 것 같아요. 확실히 MBC가 적폐 사장을 몰아내고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사장이 오니 저렇게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우리는 이제 '정우성님'이라고 부르는데, 정우성씨가 낮 뉴스에 출연하고 아마 다음 날이었을 거예요. 그 날 집회에 이른바 'KBS 본진 폭격 사건'이라고 불리는 정우성씨의 'KBS 정상화' 발언 영상을 보면서 기쁨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다음에 바로 정우성씨가 셀카로 찍은 응원 영상이 나오는 거예요. 그게 일종의 서프라이즈처럼 조합원들이 전혀 예상을 못 했던 것이기 때문에 특히 여성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아주 난리가 났었죠.그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우성씨가 단순히 응원의 말 몇 마디 건넨 게 아니라 우리 상황을 너무 정확히 알고 있는 거예요. 그때 오후 집회에서 처음 정우성씨의 개인 응원 영상을 단체로 관람했을 때 그 순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 큰 힘이 됐고, 아마 그거 보면서 눈물 흘린 조합원들도 꽤 있었을걸요. 저도 거의 눈물이 그렁그렁했던 것 같아요.""그때가 우리 본관 민주광장에서 이른바 세월호 파업이라고 불리는 2014년 파업을 결의하는 자리였을 거예요. 당시에 저를 포함한 막내급 기자들이 세월호 현장에서 느꼈던 참담한 문제점 등을 반성문 형식으로 사내 게시판에 올렸었거든요. 그래서 새노조 조합원들도 세월호 문제에 있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는 인식이 퍼져나갔고, 조합원 총회에 나와서 현장에서 느꼈던 부분을 얘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간 자리였어요.그 영상 이후에 그래도 국민들이 '아 KBS 모든 기자가 기레기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해주셨고, 우리가 2014년 파업 때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보도에 개입한 길환영 사장을 내쫓는 성과도 이뤄낼 수 있었죠. 하지만 그 일이 있고 3년 반이 지난 지금, 우리는 100일이 넘는 파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2012년 파업 때보다 더 긴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3년 반이 지난 지금 KBS 상황은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싶어요.""우리가 그때 간과했던 건 KBS 내부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견고한 적폐 세력들은 그대로인데 사장만 나갔다는 거예요. 적폐 세력들은 세월호라는 큰 사건 앞에 그냥 사장 한 명 갈아치우는 데 동조하고, 자기들끼리의 견고함은 그대로 유지했던 거죠. 그리고 우리는 사장을 몰아냈다는 승리에 취해 방심하고 있었고요.이후 새로운 사장이 오기까지 과도기에 우리는 나름 반성 보도도 하고 문창극 당시 총리 후보자도 날카로운 보도를 통해 하차시켰지만, 그 기간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어요. 다음에 온 사장도 청와대의 눈치를 엄청 보는 사람이었고, 그 다음은 지금 우리가 100일 넘는 파업을 하게 만든 장본인인 고대영 사장이 오면서 조직은 더욱 확실히 망가지게 된 거죠.""보면서 어이가 없더라고요. 홍준표 대표는 노조가 파업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진지한 고민이나 고찰 없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잖아요. 무슨 노조가 현 정권의 방송 장악을 위한 홍위병이란 시각이요. 우리 조합원이 2200명이 넘었고, 다 방송국 입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똑똑한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이 정권의 지시를 받아서 어떤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고 월급도 안 받아가면서 이렇게 오랜 기간 싸우겠어요?지난 9년 동안 방송 곳곳에 침투해서 언론의 제 기능을 못 하게 만든 장본인인 자유한국당 대표가 언론 자유를 얘기한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죠. 홍준표 대표 발언에 대해서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도 않아요.""신입사원 채용은 필요한 일이죠. 조직이 건강해지려면 젊은 인력들이 계속 채용되어야 하고요. 또 열심히 미래 언론인을 꿈꾸며 준비하는 지망생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가 얘기하는 건 비리 이사 강규형씨가 해임됨으로써 이제 적폐 사장이 나가는 건 시간문제인데, 왜 이 시점에 굳이 채용을 강행하냐는 거죠.사 측이 '우리는 아무 문제 없다, 아무리 새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어도 정상적으로 KBS의 모든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채용 과정이 빨리 진행이 돼서 지금의 사장이 최종 면접에 들어가게 되면 그것보다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면접 대상자들한테 뭐 지금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을 건가요? 채용과정에서의 철저한 '을'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뭐라고 얘기할 수 있겠어요.""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 파업을 거치면서 새노조 조합원들이 더욱 늘어서 KBS 내 다수 노조가 됐거든요. 내년이면 이제 교섭 대표노조가 될 거라서 우리 노조를 중심으로 어떤 KBS 변화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파업 후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이른바 KBS 내 적폐 청산이라고 생각해요. MBC 같은 경우는 적폐와의 전선이 꽤 뚜렷한 편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우리는 확실한 사람은 확실하지만, 일종의 '회색지대'가 너무 많거든요. 예를 들어 고대영 사장처럼 누가 봐도 명확하게 방송을 망가뜨리는데 기여한 건 아니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방송을 흐릿하게 만들고 물타기를 하고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그렇게 방송을 망쳐온 숨은 공범자들이죠. 그 회색지대를 청산하거나 정리하고 확실히 미래로 나가는 일이 우리 앞에 놓인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해요.""파업이 넉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저는 이 긴 파업 기간에 우리가 받는 어떤 고통과 어려움 같은 것들은 모두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걸로 생각해요. 왜냐면 단순하게 말해서 우리가 그동안 잘못했으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거죠. 물론 그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에요. 내부에서 나름 치열하게 싸웠고, 어떤 이는 징계를 받고 외곽 부서로 쫓겨나고 지역으로 발령나기도 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기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 결과물은 전파를 타고 그대로 방송됐고 대중들은 KBS를 외면하기 시작했죠.정말 이 싸움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저를 포함한 우리 노조의 모든 조합원이 그동안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려고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픔은 그동안 우리의 과오로 상처받았을 사회적 약자, 쟁의행위 중인 사업장 등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되지만 더 가열하게 투쟁해서 빨리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와서 그동안 우리가 보듬지 못했던 사회의 모든 이슈를 잘 다루는 방송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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