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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만난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지난 27일 만난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이영광


지난 14일 방송된 <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2013년 MBC를 떠났던 문지애 전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은 것이다.

문 전 아나운서는 2012년 170일 파업을 하기 전까지 예능과 라디오 DJ 그리고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까지 맡아 종횡무진 활동했다. 하지만 파업 후 업무에서 배제됐고 고통 받는 동료들을 보며 견디지 못하고 2013년 MBC를 떠났다. 그 후 MBC에서 문 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세상이 달라졌고 문 전 아나운서가 MBC 프로그램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친정인 MBC에 오랜만에 출연한 소감이 궁금해 지난 27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문 전 아나운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문 전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퇴사한 지 4년 만에 방문한 MBC

문지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 방송인 문지애가 5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한 공연장 에서 열린 <댄스그룹인 SF9(에스에프나인)데뷔 싱글 Feeling Sensation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문지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방송인 문지애가 지난 2016년 10월 5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한 공연장 에서 열린 <댄스그룹인 SF9(에스에프나인)데뷔 싱글 Feeling Sensation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이정민


- 지난 14일 방송된 <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의 내레이션을 하셨잖아요. 퇴사한 지 4년 만에 처음인데 기분이 어땠나요.
"이번 다큐멘터리는 MBC에서 할 수 없었던 걸 다룬 것이잖아요. MBC가 바뀌었고 세상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MBC 동료들의 용기와 고생, 그리고 MBC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그동안 MBC에서 할 수 없었던 것을 촬영할 수 있었고, 저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에 그날은 먹먹하더라고요."

- 방문하시는 모습이 TV에 나오던데 어땠어요?
"너무 낯설었어요. 저는 여의도에서 MBC 생활을 마무리했어요. 상암사옥은 < MBC 스페셜> 내레이션과 인터뷰 때 처음 방문했거든요. MBC 사람들이 얘기하던 MBC가 이렇게 생겼구나 했어요.

근데 로비에서 만난 동료들 표정이 제가 지난 4~5년 봤던 동료들의 표정과 달랐어요. 한 명 한 명 다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고 표정도 굉장히 생생했죠. 상암 MBC에서 새로 시작하는 동료들의 일터가 이렇게 신나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 출입증을 어디에 찍는지 몰라 헤매는 모습이 재밌더라고요(웃음).
"사실 이제는 외부인이잖아요. 제가 회사에 와서 출입증을 받아서 들어가는 게 너무 낯설더라고요. 여의도 사옥에 있을 땐 위에다 찍는 거였거든요. 정말 어리바리하게 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게 아마 시청자들에게 짠하기도 하면서 재밌기도 하셨던 것 같아요."

- < MBC 스페셜>에서 내레이션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떠셨어요?
"제의가 들어왔을 땐 담담했어요. 그날 방송했던 < MBC 스페셜>은 지난 5년 길게는 7년 동안 MBC가 어떻게 왜 얼마나 망가졌는지에 대한 기록이었고 거기서 빠질 수 없었던 게 MBC 구성원들의 반성이었잖아요. 이건 저나 MBC에 아주 특별하고 각별한 기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저는 MBC 구성원이었기도 했고 최근엔 외부인이기도 하니 MBC에 대한 반성과 질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저에게 내레이션이 들어온 게 아닌가 해요. 담담하지만 기쁘게 응했습니다."

"내레이션 할 때 느낌과 본방송 볼 때의 느낌이 달랐다"

MBC파업콘서트 참석한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퇴사한 (왼쪽부터)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아나운서가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MBC파업콘서트 참석한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지난 10월 25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퇴사한 (왼쪽부터)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아나운서가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우성


- 내레이션할 때 과정이 궁금해요.
"방송 전날 밤늦게 녹음을 했거든요. 저는 내레이션 할 때 영상 한 번 보고, 제 목소리가 입혀진 건 본방송 때 봤어요. 내레이션을 할 때의 마음과 본 방송을 볼 때 마음이 달랐어요. 아무 소리도 없는 영상을 봤을 땐 '참담한 구성원'이었던 마음이 더 강했어요. 감정도 없고 표정도 없고 영혼도 없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듯한 MBC의 그림들이 아프게 다가왔어요.

한창 MBC가 힘들고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차를 타고 우연히 상암동에서 MBC 동료들이 횡단보도에 서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원래 알고 있던 동료들을 한 발 떨어져서 본 건데, 그 누구도 웃지 않았어요. 차창 밖으로도 적막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내레이션을 할 때 영상에서 느껴지는 MBC의 모습이 제가 우연히 봤던 MBC 동료들의 모습이나 표정과 비슷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본 방송은 철저하게 시청자의 느낌으로 봤어요. 처절한 반성이 좋았습니다. 시청자들이 굉장히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MBC는 박근혜다'나 'MBC는 <무한도전>이다'라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시청자들의 말들이 참 가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한 느낌이랄까요? 그동안 망가졌던 MBC를 시청자들이 정확히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했어요."

- 말씀하시는 걸 보면 몸은 밖에 있지만, 마음은 MBC에 있는 것 같아요. 시청자 입장으로 볼 때 그런 말이 가슴 아프진 않거든요.
"저는 회사를 떠나 있었지만 계속 MBC 구성원들에 둘러싸여 지내왔어요. 아나운서 동료들,  PD들, 그리고 남편(전종환 아나운서)도 있어서 MBC의 상황과 멀어지려고 했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태였죠. MBC가 제가 떠난 이후 얼마나 망가졌는지도 알고, 동료들의 아픔이 제가 겪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아요. 너무나 애정을 가졌던 회사다 보니 여전히 저의 회사를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신 게 아닌가 싶네요. 그 마음이 아마 맞을 겁니다."

- 남편이 전종환 아나운서잖아요. MBC 상황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떠셨어요? 구성원들의 가족과 또 달랐을 것 같은데.
"보도국 기자로 일하던 남편은 파업 이후 한동안 드라미아(세트장관리)에서 근무했어요. 시청자만 보고 가겠다는 배현진 아나운서에 대한 트위트 글을 문제 삼았던 것이죠. 남편은 워낙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 지금은 그저 견뎌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고, 그 말이 우리의 지난 5년을 지탱해줬어요.

다시 보도국에 돌아와 기자로서의 업무를 시작했지만 작은 저항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듯한 답답한 상황을 자주 느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쫓겨났다가 돌아왔음에도 보도국 내부에 남아있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참 안쓰럽더라고요."

- 첫 화면이 폐허처럼 변한 여의도 사옥이잖아요. 문 전 아나운서는 여의도 사옥에서만 근무하셨는데 폐허로 변한 모습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여의도 갈 일 있으면 보라색 벽돌의 MBC를 한번 돌고 지나가요. 제 마음이 편해졌나봐요. 예전에는 굳이 여의도 사옥을 보고 가지는 않았거든요. 좋았던 기억도 많지만 저는 거기서 마무리를 했기 때문에요.

근데 MBC 정상화 시작 후 여의도를 갔는데 가고 싶더라고요. 일부러 한번 들러서 돌아 지나온 적이 있어요. 이제는 여의도 MBC가 저에게 아픈 곳이 아니라 에너지 넘치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 뭐가 가장 아팠어요?
"제가 처음 MBC에 들어왔을 때의 문화가 없어진 거요. MBC는 존중과 자유가 있는 곳이었거든요. 막내부터 사장까지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책임감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한 자유가 있는 곳. 저는 그게 MBC를 설명하는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너무 당연하게 존재해온 MBC의 문화가 어느 날부터는 누군가를 감시하고 억압하고 순응하지 않으면 쫓겨나는 공포심을 심어주는 곳으로 변했어요. MBC의 문화가 이상하게 변해가는 모습이 일단 슬펐고 함께 일했던 동료와 선후배들이 제 눈앞에서 다치고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고 징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아팠죠."

- 그래서 도망치듯 MBC를 퇴사하신 건가요?
"그렇죠. 그때는 '이것보다 더 최악이 있고 이것보다 더 심한 일이 있을까 버티자'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또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제 자존감을 추스르고 제가 정신적으로 조금 더 편안해지고 싶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피하고 도망친 거죠. 그런 마음으로 회사를 나온 것 같아요. 아마 회사를 나갈 때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싶다고 표현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때 마음과 몸은 많이 지쳐 있었죠."

"도망치듯 MBC 퇴사,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지난 27일 만난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지난 27일 만난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이영광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선택 어때요?
"한 번씩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있어요. 아마 저는 시기가 조금 미뤄졌을 뿐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시청자께서 '얼마나 힘들었기에 견디지 못하고 나가기까지 해'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렇지만 제가 겪은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고작 1년간 MBC 암흑기를 보냈을 뿐이고, 제가 떠난 이후 MBC는 말도 못하게 망가지고 악랄해졌거든요. 선배들은 훨씬 더 힘든 시간을 견디고 버텨서 지금의 MBC를 만들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저의 아팠던 시간들, 힘들었던 시간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요. 제가 겪은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 이번에 MBC 노조가 72일 파업했잖아요. 파업 과정은 어떻게 보셨어요?
"시청광장 파업 콘서트에 함께 했거든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제가 기억하기로 평일 저녁이었는데 정말 많은 시민이 광장을 채워주신 거예요. 2012년 170일 파업할 때 생각이 더 많이 났어요. 저희는 보통 신촌이나 강남역 주변에서 거리 선전전하고 시민 서명 받았어요. 그때 받았던 응원, 함성, 그리고 따뜻한 마음에 대해 응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불편한 마음이 계속 있었는데 그때의 시민들이 긴 시간 동안 MBC를 질책하면서도 여전히 MBC의 정상화를 위해서 함께 해주신다는 게 느껴졌어요.

저는 신촌이나 강남역 가면 그때 생각이 많이 나거든요. 무엇보다도 제가 나갔을 때와 똑같은 마음과 똑같은 뜻으로 그날까지 함께 힘을 모으는 동료들에게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그 자리에서 꼭 드리고 싶었어요. 그 모멸감과 수치심, 자괴감, 상처를 견뎌내고... 자그마치 5년의 시간이거든요. 결코 쉽지 않아요. 그 시간을 저는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는데 그 많은 동료는 그 긴 시간을 버티고 버텨서 그날 같은 상황을 제 눈앞에 연출해 준 거죠. 결국 MBC 정상화를 이뤄냈기 때문에 그때의 감동이 굉장히 컸어요."

- 콘서트에 함께 했던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섰잖아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제가 거기 함께하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겠어요? 동료들이 무대에 서고 시민 여러분께 함께해 달라고 인사를 드리는데 미력하나마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함께 섰어요. 그때 손정은 아나운서가 많이 울었거든요. 제 동기예요. 손 아나운서가 가장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던 것 같아요. '우리는 늘 이렇게 함께했었는데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있고...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우리가 다시 만나서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며 울먹이던 손 아나운서의 메시지가 집에 가는데도 들리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죠. "

"예전 그립지만... 제가 한 선택에 책임질 것"

문지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 방송인 문지애가 5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한 공연장 에서 열린 <댄스그룹인 SF9(에스에프나인)데뷔 싱글 Feeling Sensation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문지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방송인 문지애가 지난 2016년 10월 5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한 공연장 에서 열린 <댄스그룹인 SF9(에스에프나인)데뷔 싱글 Feeling Sensation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이정민


- 예전이 그리우신가요?
"그럼요. 너무 그립죠. 그렇지만 이것도 제가 한 선택이거든요. 프리랜서로서의 고민도 많지만, 이것 역시 제가 한 선택이기 때문에 욕심 없이 즐겁게 제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늘 그때 그 시간은 그립죠."

- 혹시 재입사 생각은 아예 없나요?
"글쎄요.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우선 나가 있는 사람들 의사도 그렇지만 회사 내부 구성원들 정서도 중요하고요. 경영진의 판단도 있어야죠. 그렇지만 기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어려운 시절엔 떠나놓고 좋은 시절이 오니 함께 하겠다는 게 저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닌 다른 아나운서 동료들에게 그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들 좋아하고 기뻐할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저도 제가 한 이야기가 있고 제가 했던 선택이기도 하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제가 한 선택에 대한 책임은 지고 싶은 마음이에요."

- 내년 1월 1일부터 <굿모닝FM> 임시 DJ를 맡았잖아요. 오랜만의 DJ라 설렐 것 같아요.
"저 사실 엄청 부담돼요. 정식 진행자가 오기까지 제가 한 달 동안 자리를 메우는 건데, 지금 MBC는 정상화 출발선에 서 있기 때문에 MBC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시청자 관심이 굉장히 뜨겁고 거기 부응하려는 PD들의 노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겐 임시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MBC에는 중요한 시기잖아요. 잘 해야만 하고 잘 하고 싶고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게 MBC에서 제가 받았던 수많은 기회에 대한 보답입니다. 한 달 동안 저의 모든 에너지를 <굿모닝 FM>에 부어서 MBC를 떠나셨던 분들도 다시 돌아오실 수 있게 해보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시청자 여러분들, 그리고 MBC가 항상 어려울 때마다 응원해 주신 시민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현재 MBC 구성원은 아니지만, 좌절감에 빠졌던 MBC 구성원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상식적인 사회를 다시 만들어주고 MBC의 정상화를 이끌어 준 건 결국 촛불 시민의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들을 다시 볼 수 있고 MBC다운 MBC를 다시 볼 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신 시청자분들 감사합니다."

MBC파업콘서트 참석한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퇴사한 (왼쪽부터)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아나운서가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MBC파업콘서트 참석한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지난 10월 25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퇴사한 (왼쪽부터)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아나운서가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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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과외받는 박성호·손정은 앵커... <뉴스데스크>의 고군분투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50] 박성호-손정은 앵커 "MBC 뉴스, 자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재정비 시간을 갖기 위해 MBC 간판 뉴스인 <뉴스데스크>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2012년 170일 파업이 있기 전까지 <뉴스투데이> 앵커였던 박성호 기자와 손정은 아나운서를 앵커로 내세워, 성탄절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6일부터 <뉴스데스크>를 다시 시작했다.새로운 사장 체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뉴스인 만큼 사람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뉴스데스크>를 시청했다. 박성호 앵커는 지난날 MBC 뉴스에 대한 사과와 반성으로 시작을 알렸다. 그런데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첫날부터 오보를 하는 등 일주일 동안 두 번이나 사과를 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고 안정을 찾으면서 지난 28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의혹 관련 단독 기사를 내보내 '역시 MBC'란 소리를 들었다.앵커로 보낸 한 달이 어땠는지 궁금해 지난 1월 29일 서울 상암 MBC 사옥 보도국에서 박성호, 손정은 앵커를 만나 <뉴스데스크>를 한 달 진행한 소회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박성호, 손정은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아직 주말에도 쉬어본 적 없어요" - MBC의 간판뉴스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은 지 한 달이 지났어요. 어떻게 보냈어요?박성호 앵커(이하 박): "<뉴스데스크> 정상화한다고 이런저런 준비하느라 정신없어서 한 달이 6개월 같았어요.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서 편집회의 참석하고 뉴스 진행한 뒤 퇴근하니까 회사에서 하루 12시간을 보내요. 아침 출근길에는 조간신문 읽고 라디오 듣고 퇴근 후에도 타사 뉴스 모니터까지 하고 자다 보니,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뉴스만 보고 있어요. 그리고 후배 기자들이 취재 보도에 필요한 가이드북을 만들어 달라는 데 그런 걸 제대로 쓰려면 휴일을 활용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아직 주말에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손정은 앵커(이하 손): "한 달은 정신없었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하는 첫 주보다는 뉴스 준비과정이나 뉴스 스튜디오가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적응 중이에요. 저도 여러 가지 이슈를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그날그날 뉴스를 따라가는 공부가 있는데 하루를 다 써도 모자라요. 하루종일 뉴스 보면서 시간을 다 보내는 것 같아요.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에요. 그래서 자는 시간 빼고는 몸과 마음이 많이 바빠요."- 5년의 공백이 있었잖아요. 앵커 제의가 왔을 때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을 것 같은데.박: "맞아요. 저는 엄밀히 따지면 5년 11개월 만에 마이크를 잡았어요. 거의 6년 만이죠. 오랜 시간 해왔던 일이지만 손 놓았던 시간도 길어서 공백을 채워야 했어요. 그러니 자투리 시간까지 다 쏟아부어야 하죠. 좀 속도가 느릴지 몰라도 꾸준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봐요. 공백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뉴스의 이력을 역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밤에 과거 기사나 자료를 찾아 읽다 보면 새벽 2시를 넘기기 일쑤예요. 앵커 멘트 쓸 때는 취재기자나 담당 부서 부장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손: "저도 방송을 5년 반 이상 쉰 거잖아요. 아직도 적응이 다 안 됐어요. 제가 진행한 뉴스를 다시 보면 어떨 때는 한숨이 나올 정도예요. 좋은 점수를 줄 만한 날은 아직 하루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예전에 한 프로그램을 맡은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모든 것에 익숙해지더라고요. 저 스스로 너무 조급하고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마음 비우려고 노력해요."- 첫 방송할 때 기분이 어땠나요?손: "시청자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속으로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의 뉴스에 대해 사과하며 첫 방송을 시작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어요. 그러면서도 '새롭게 시작하는 MBC 뉴스를 어떻게 봐주실까'라는 기대감으로 뉴스를 진행한 것 같아요."박: "솔직히 저는 별로 특별한 게 없었어요. 그냥 담담했고 다만 상황이 엊그제까지 회사 출입도 못 하다가 뉴스를 진행한다니 드라마틱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생각해 보니 제가 기자 초년 시절에 엄기영, 신경민 앵커 성대모사를 좀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분들이 하던 자리를 제가 하게 됐으니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두 분은 5년 전 <뉴스투데이>에서 같이 앵커를 맡으셨는데 재회하니 어떤가요?손: "박성호 선배가 워낙 저를 배려해주고 많이 가르쳐 줘요. 보면 다른 사람을 잘 가르치는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해직 기간에 고려대에서 강의했을 때 학생들이 열광했던 것 같아요. 제가 몇 번 특강을 하러 가서 느꼈어요. 돌아와서 앵커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힘들 텐데, 그 와중에 다른 부서 후배들에게 매뉴얼이나 보도지침 가이드까지 다 만들어서 가르쳐 줘요. 후배들에게 하는 것처럼 저에게도 가르침을 주거든요. 저는 최고의 파트너를 만난 거죠. 많은 가르침을 받으려고 해요."박: "(손정은 아나운서가) 이렇게 말하면 전 뭐라고 해야 하죠?(웃음) 옆에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저도 손정은씨에게 가르침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좋아요. 제가 예전에 아침 뉴스할 때는 앵커로서 햇병아리였기 때문에 엄청 다듬을 게 많았는데 그때 손정은씨에게 과외를 집중적으로 받았어요. 그래서 허심탄회하게 호흡을 맞추는 사이가 됐고 6년 만에 또 코치를 받고 있어요. 저희끼리는 뉴스 끝나고 서로의 멘트에 대해 편하게 지적하고 조언해요. 그런 부분에서 고맙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인 것 같아요.""수많은 뉴스와 경쟁해도 우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확신" - 박 앵커는 리포트 하고 싶지는 않으세요?박: "당연히 하고 싶죠. 그렇지만 해직 전에도 리포터를 끝내고 앵커를 하던 상황이라 다시 리포트할 기회가 돌아오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래서 복직하면 취재부서 데스크나 부장을 맡아서 후배들과 함께 일하는 걸 꿈꿨는데 그게 어려워져서 아쉬워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JTBC <뉴스룸>이 시청자들에게 인정받고 있어요. 많은 시청자들이 보고요. 동시간대라서 부담도 클 것 같아요.박: "(부담감이) 있죠. 그런 것도 저희가 헤쳐 나가야죠. JTBC는 촛불정국을 촉발시켰고, 정권을 바꾸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 매체였어요. 세월호 참사 때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도했던 매체였기 때문에 엄청난 신뢰를 받고 있어요. 그 신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저희는 공영방송으로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면 되죠. 시간대는 8시, 9시 어딜 가든 경쟁자가 있기 때문에 그건 방송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손 앵커가 기자간담회에서 "5년간 JTBC 뉴스만 봤다"고 했잖아요. 지금도 시청자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평가한다면요.손: "8시에 같이 시작하기 때문에 더 이상 타사 뉴스는 실시간으로 보기 어려워졌죠. 점점 저희 보도국 기자들도 출입처에 익숙해지고 더 열심히 취재해 와요. 그런 모습 보면서 더 자부심도 생기고 같은 시간대에 경쟁해도 남부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어 내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MBC가 망가져 있을 땐 의도적으로 회피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뉴스와 경쟁해도 우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어요. 시청자들도 언젠가는 알아주실 거라 믿어요." - 주로 클로징 멘트 없이 '뉴스 마친다'는 말로 끝맺던데, 클로징 멘트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텐데, 없어서 아쉽던데요.박: "맞아요. 그런 말씀을 듣는데요. 일단 준비가 부족하단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클로징 멘트를 하는 날도 있고 하지 않는 날도 있어요. 대체로 하루걸러 하루 하는 셈이죠. 클로징 멘트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 문 닫는 순서에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본편에 더 충실한 게 먼저라고 봐요. 리포트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앵커멘트를 고민하고 공들이는 데도 시간이 빠듯해서 여력이 잘 없더라고요. 아직 저의 한계죠. 조금 더 일이 익숙해지면 그때 어설프지 않게 클로징 멘트를 할까 해요."- 한 달 동안 <뉴스데스크> 진행하면서,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박: "첫 방송하던 날, 딱 감기에 걸려서 콧물과 기침이 엄청 심했어요. 코 푸느라 휴지 한 통을 다 썼어요. 게다가 눈도 충혈돼서 안약 넣고 정말 난리가 난 상태로 시작했죠. 첫 뉴스로 그간의 MBC 보도에 대한 사과 리포트를 소개했는데, 막상 방송으로는 다행히 감기 걸린 티가 안 나더라고요."손: "매일 하는 2시 편집회의에는 보도국장 아래로 정치부, 경제부, 사회1부, 사회2부, 국제부, 문화과학부, 통일외교부 등 각 부서 부장들이 들어와서 오늘 뉴스에 대해 보통 30분 정도로 이야기해요. 충북 제천 화재 참사에 대해 사과 보도를 할 것인지, 한다면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또 MBC 뉴스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야 할 것인지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럴 땐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갑니다. 지난 5년간은 이미 뉴스의 방향이 정해져 있었으니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을 거예요. 지금은 열린 토론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고 MBC 뉴스만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면서 우리 뉴스의 희망을 봅니다. 그럴 때마다 '역시 MBC구나, 우린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하고 기쁩니다."- '시청자에게 응답하는 뉴스, 시청자와 소통하는 뉴스'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이렇게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박: "제가 만든 말인데요. 구체적인 뉴스 형태나 포맷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MBC 뉴스가 가야 할 지향점을 추상적인 얘기로 던진 거죠. 시청자에게 응답한다는 건 시청자들의 알 권리, 시청자들의 요구에 책임지겠다는 것이고, 시청자와 소통한다는 것은 일반 시민의 목소리가 뉴스에 더 많이 반영되게 하자는 거예요.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에서는 평소 발언권을 잘 갖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발언권을 제공하는 고정적인 포맷을 '마봉춘이 간다'는 이름으로 하는 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메인 뉴스에서 어떻게 해볼지 연구하고 있어요.""언론이 모든 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만용" - 박 앵커는 지난해 영국 BBC와 KBS 뉴스의 불편부당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잖아요. 최근 기계적 중립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있는데, 기계적 중립과 불편 부당성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박: "기계적이란 말 자체에 부정적 뉘앙스가 있죠. 가치 판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1: 1 비율을 맞추겠다는 뜻이잖아요. 그것은 공정하다거나 불편부당하다는 것과 큰 관련이 없어요. 방송에서 기계적 중립을 취한다는 것은 시간을 동등하게 배분하는 것뿐이에요. 시간을 동등하게 맞춰도 그 내용을 질적으로는 불균등하게 할 수도 있어요.불편부당성은 갈등 사안에 적용되는 건데요. 사실은 물론이고 의견과 주장을 제대로 반영하라는 것이죠. 소수의견이라도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 거죠. 각각의 관점을 다양하게 드러내 주는 게 중요하고요, 그것의 시간 비중은 기사 가치나 사안의 성격에 따라 배분하는 거죠. 시간 배분이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게 이미 다 기자들의 기사 가치 판단이죠.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고 버리는 행위부터 완전한 객관은 없어요."- 스포츠에는 해설가와 심판이 있잖아요. 해설가는 어느 것에도 치우침 없이 중립적으로 시청자가 경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역할이고, 심판은 잘잘못을 따져서 시시비비를 가리죠. 그럼 둘 중에 언론의 역할은 어느 것일까요?박: "이 문제를 예전에도 고민해본 적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해설자가 맞다고 생각해요. 세상 이슈를 이해시키고 관심을 갖도록 하는 해설자 기능이 언론에게 있죠. 언론이 재판관이나 신이 아닌데, 모든 것의 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만용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시청자들의 판단이 더 정확할 수도 있죠, 시청자들 사이에 판단도 다를 수 있고, 다름 자체가 중요할 수 있거든요. 다만 아무런 가치 판단 없이 'A 정당과 B 정당이 이렇게 떠드니 우리는 모르겠다'고 팔짱만 끼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죠. 해설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다 보면 사안에 따라 그것이 어떤 경우에는 심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봐요. 심판이 되려고 하는 것보다 충실한 해설자가 되면 그 자체로 시청자가 심판이 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환경이 많이 달라져서 이런 것도 앵커에게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박: "맞아요. 느끼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미 팟캐스트라든지 토크 성향의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고 있어서 뉴스 진행자들에 대한 기호나 기대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것 같아요. 전통적인 진행 방식이라서 변화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해요. 다만 공영성은 유지하면서 어떻게 접점을 찾고 새로운 걸 제시할 수 있을지가 숙제예요."손: "그 고민은 저도 하고 있어요. 어떤 방식이 됐든 좀 더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친구처럼 가까운 느낌을 주는 앵커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요. 고민하다 보면 새로운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마디 부탁드려요.손: "그동안 공백이 컸어요. 7~8년 전 제가 했던 뉴스를 보신 분도 있겠지만 처음 보시는 분도 있잖아요. 제가 뉴스에 익숙해지고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시청자들도 MBC 뉴스에 익숙해지고 앵커들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매일매일 좋은 뉴스로 시청자들에게 보답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죠. 좀 더 저희에게 친숙해지고 저희 뉴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박: "저는 각오는 따로 없고 MBC 기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고 그래서 빠른 속도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보시기엔 여전히 많이 부족할 거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저희에게 기대하고 요구했던 명령 같은 것을 부담으로 느끼면서 다들 일하고 있어요."

"도망치듯 MBC 떠난 문지애... 내부 이야기도 하고 팠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39] < MBC 스페셜> 김정민·김호성 PD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로고송을 들어 봤을 것이다. 그만큼 MBC는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였다. 그러나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C는 좋은 친구가 아니라 '나쁜 친구'가 됐다. 시청자는 MBC 채널을 지우기 시작했다.MBC는 파업 72일 만에 김장겸 사장을 몰아냈다. MBC는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시작했다. 12일 방송된 MBC 시사 프로그램 < PD수첩> 'MBC 몰락, 7년의 기록' 편을 방송한 데 이어, 14일 <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에서는 MBC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방송 뒷이야기가 궁금해 1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의 공동 연출을 맡은 김정민 PD, 김호성 P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방송 이틀 전에 < PD수첩>이 방송됐어요. 과거 MBC를 스스로 비판하고 반성하는 내용이었는데 시청률이 높았어요(12일 < PD수첩> 시청률은 5.1%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꼈고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우리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민들을 만났을 때는 MBC에 대해 무관심한 분들이 많았어요. 시청자들이 이번 다큐멘터리에 대해 관심을 보여줄지 걱정했죠. 다행스럽게 우리가 전달하고자 했던 MBC 내부의 반성에 대해 이해해주고 희망을 기대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반면 '아직도 반성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이번 방송으로 지난 MBC의 잘못을 모두 사과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공정한 보도를 통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보여야죠." : "일단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문지애 전 아나운서는 인터뷰에서 '도망치듯 MBC를 나갔다'고 말했죠. 그 사람이 MBC의 과거를 반성하는 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을 맡는 게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 무엇보다 문지애 전 아나운서는 내레이션을 잘하기 때문에 (연출자로서) 항상 탐나는 내레이터예요. 감정을 적절히 전달하는 동시에 정확한 발성이 가능한 분이죠.": "여의도 사옥은 '만나면 좋은 친구 MBC'와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편집자 주) MBC'가 공존하는 곳이죠. 정확히 말하면 국민의 편이었던 MBC도, 2014년 세월호 보도 참사를 만들었을 때도 모두 여의도 사옥에 있었죠. 그래서 방송강령을 내레이션으로 넣고 폐허처럼 바뀐 여의도 사옥을 보여줌으로써 망가져 가는 MBC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시민들의 목소리와 잘못된 보도를 교차해 보여주며 '왜 MBC가 이렇게 됐는지, 현재 MBC는 국민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말하고 싶었어요. 방송강령을 제대로 따랐다면 지금의 망가진 MBC는 없었겠죠. 마지막 상암 MBC에 또 방송강령을 넣은 이유는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제대로 된 MBC를 만들어 보겠다는 구성원들의 각오와 반성이 담긴 장면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맞아요. 오히려 비판이 감사했어요. 그동안 MBC에 관심이 많았고 애정으로 봐 주셨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시민 인터뷰를 하면서 충격을 받았던 건, 무관심한 시민들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특히 20대 같은 경우, 망가지기 이전의 MBC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다른 좋은 채널이 많은데 왜 굳이 이상한 MBC를 보겠냐'고 하더군요. 젊은층에게 '국민의 편, 만나면 좋은 친구 MBC'는 처음부터 없었던 거죠. 이 부분을 우리 구성원들이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시민들을 만나면서, MBC를 비판하는 만큼 MBC를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마음이 아팠죠. MBC 섭외에 응해 주셨고 MBC와 인터뷰 하기 위해 먼 길을 와 주셨고 'MBC가 밉다'고 말하지만 MBC PD인 제 요구를 잘 들어주셨죠. 밉지만 애정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방송사마다 대표하는 콘텐츠가 있잖아요. 그게 MBC에선 <무한도전>인 거죠. 과거엔 < PD수첩>도 있었고 < 100분 토론>도 있었는데 존재감이 거의 없어졌어요.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잊혔던 거죠. 많이 반성하고 각성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MBC=<무한도전>'이라는 얘기는 <무한도전> 덕분에 MBC의 존재감이 유지됐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구성원들에겐 뼈아픈 얘기죠. 사실 저도 지금까지 <무한도전>만 봤어요.(웃음)": "최후의 보루였다고 생각해요. MBC의 많은 프로그램이 사랑 받았지만 9년 전부터 하나씩 미움 받았잖아요. <무한도전>만이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켰으니 MBC 구성원들은 고맙게 생각하죠. <무한도전>은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이었어요.": "2012년 당시 170일간 파업할 때도 <무한도전>은 구성원들에게 하나의 무기였어요.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MBC 문제에 관심 가져달라'고 말하면 시민들이 (전단지를) 잘 안 받았어요. 그런데 '<무한도전> 다시 방송할 수 있게 MBC 파업을 응원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전단지를 받아가더라고요. 실제 김태호 PD가 나오면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죠. 그만큼 <무한도전>이 사랑 받았다는 증거죠. 김태호 PD는 파업에 늘 참여했어요.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결방한다는 건 굉장히 중대한 선택이에요. 그런데도 항상 파업에도 동참해 줬으니 <무한도전>은 여러모로 고마운 프로그램이었죠." : "14세 소녀가 'MBC는 박근혜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이런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는 게 MBC 구성원으로서 씁쓸했어요. 10대 청소년들은 MBC의 미래잖아요. 젊은층이 MBC를 사랑해야 오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니까요. 아주 강한 표현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팠죠.": "MBC 보도로 인해 상처 받았던 분들에 대한 사례를 모았어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 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만한 사례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가장 잘못했고 아픈 사람을 더 아프게 한 사건이었죠. MBC가 했던, 가장 안 좋은 선택을 강조해서 보여주려는 의도였어요.": "MBC 로고송이 너무 유명하잖아요. 시청자들은 누구나 다 알죠. 정말 좋았던 방송이었는데 무너졌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마지막에 'MBC는 반성해야 할 친구'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과 같은 맥락입니다.": "'내 친구 MBC의 고백' 편이잖아요. 사실 오랜 기간 파업하고 투쟁하는 모습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MBC 내부에서 '암흑기'를 겪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하고 싶었어요. 솔직한 속얘기를 담아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웠다거나 자기검열했다는 고백을 많이 담으려 했어요. MBC가 무너지는 동안 내부 구성원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 < PD수첩> <공범자들>과) 비슷하게 가는 건 피하고 싶었어요. <공범자들>은 내부 구성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 PD수첩>은 MBC가 왜 이리 망가졌는지를 탐사보도로 보여줬죠. < MBC 스페셜>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차별화 하려고 했어요.": "시청자들이 MBC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전에는 제 생각과 시청자의 생각이 비슷할 거라고 여겼어요. 사장이 바뀌면 내부 구성원들은 제대로 방송할 수 있고 그러면 시청자들이 MBC를 다시 볼 거라고 믿었죠. 그런데 무관심하거나 혹은 아직도 배신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죠. 이번 취재를 통해 MBC의 현 위치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됐어요.": "우리의 반성을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했어요. 핑계가 될 수도 있잖아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더 중점을 뒀어요. 또 하나는 현재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MBC를 제대로 보여주자는 것이었어요. 결국 가장 큰 부분은 반성이었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 방송으로 사과를 다 한 것이 아니에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신뢰를 회복해야죠. 앞으로 MBC가 시청자를 위한, 시민을 향한 제대로 된 방송을 하는 게 진짜 사과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 방송이 부족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MBC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속상해 하는 분들이 보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도 너무 잘 압니다. 첫걸음이잖아요. 과거에 대한 마침표를 찍자는 의미의 방송이었어요. 앞으로의 방송은 확실히 과거와 달라질 겁니다. 프로그램을 보고, MBC에 대한 신뢰도를 재고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는 예전 선배들이 누렸던, 대단했던 MBC를 경험하지 못했어요. 젊은 PD 대다수가 그래요. 국민에게 사랑받는 게 무엇인지 느껴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잘해야겠죠. 공정한 방송, 진짜 '만나면 좋은 친구 MBC'를 만들 테니 시청자분들이 다시 한번 관대한 마음으로 MBC를 바라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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