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라더>에서 주봉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

배우 이동휘가 영화 <부라더>로 상업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 권우성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이동휘는 늦깎이다. 스물아홉 나이에 영화 <남쪽으로 튀어>(2013)로 데뷔한 이후 잰 걸음을 걷더니 벌써 스무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품에 맛을 더하는 조연에서 어느덧 이동휘는 영화 전체를 함께 이끄는 주연으로 자리했다. 그것도 마동석과 같이 말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 <부라더>에서다.

코미디 가족물을 표방했는데 영화에서 이동휘가 맡은 캐릭터가 좀 의외다. 철없이 유물을 발굴하겠다며 일을 벌이는 형 석봉(마동석)에 비해 동생 주봉(이동휘)은 잘 나가는 건설회사 직원이며 집안의 희망이 걸린 대들보다. 이동휘 입장에선 마냥 웃길 수는 없고, 슬픔과 고뇌까지 표현해야 했다.

 영화 <부라더>의 한 장면.

가벼운 코미디물 같지만 영화는 형제와 가족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각이 잘 반영돼 있다. ⓒ 메가박스 플러스엠



아이디어 뱅크

"감독님께서 KBS <드라마 스페셜> '빨간 선생님'을 보시고 연락 주셨다. 시나리오를 보는데 장르적으로 재밌는데 제가 맡을 주봉은 뭔가 웃기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더라. 석봉은 꿈을 찾다가 사고가 벌어지고 해프닝에 즉각 반응하는데 주봉은 자기 일에 대한 절실함과 책임감이 느껴져서 되게 걱정이 많아 보이는 캐릭터였다. 

만화 <톰과 제리>에서 제리가 보통 톰을 제리가 골탕 먹이지 않나. <부라더>는 제리가 저일 거 같은데 사실 마동석 선배였다. 감독님과 얘기하다 나온 말이었다. 주봉 캐릭터에 절실하게 집중하는 게 중요했고, 겁을 많이 먹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기존 작품에서 제가 항상 긍정적이거나 밝거나 걱정 없이 사는 모습이었다면, 이번엔 반대여서 도전하게 됐다."

메가폰을 잡은 장유정 감독은 영화의 원작인 뮤지컬 버전에서도 연출을 맡은 장본인이다. 이동휘는 "각색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고 저만 잘하면 되는 거였다"고 말했다. 외동아들이라 형제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그는 여러 형제물을 섭렵했다. 또 형을 둔 친구들에게 여러 상황을 물어보며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이동휘의 특기 중 하나인 애드리브 역시 촬영 직전 감독과 상의해 가며 보태고 쌓아 갔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지금의 주봉 캐릭터였다.

 영화 <부라더>에서 주봉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

ⓒ 권우성


 영화 <부라더>에서 주봉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

ⓒ 권우성


"코미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연기로 웃기기 위해선 치밀하고 정확한 계산이 있어야 하는데 점점 고민이 많이 되더라. 이번엔 근데 신기한 게 의도치 않게 터지는 부분이 있었다. 마치 인생과 같은 것 같다. 아무리 준비해도 계획과 다르게 될 때가 있잖나. 그래도 기본 준비는 철저히 해놔야지. 그래야 될 것도 되는 것 같다. 

애드리브도 사실 촬영 전까지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준비한 거다. 현장에서 나온 대사? 의도한 건 아닌데 형이랑 매일 싸우며 자란 설정이라 자다가 형이 주봉 몸에 팔을 올렸을 때 '어디서 발을 올리냐'라고 던졌다. 진심 짜증나서 한 말이었는데 그게 살았더라(웃음). 진짜 근데 마동석 선배 현장에서 뵈면 그런 손은 처음 봤다. 누워 계시는 장면인데 그냥 몸이 떠있는 거 같더라. '사람 머리가 땅에 닿질 않네?' 속으로 생각했는데 감독님도 모니터로 보시고 웃으시더라. 극장에서 보실 관객 분들도 아마 신기할 거다. 이건 마동석 선배만이 가능한 일이다(웃음)."

지각 인생

첫 상업영화 주연에 이동휘는 "연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첫 단계"라고 심경을 표현했다. 자기 분량만 책임지는 걸 넘어 전체를 보다 보니 연기 이상의 것까지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그는 "무엇보다 대본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일단 거기에 집중하면서 진정성을 찾아가는 게 제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이동휘 역시 일생 일대 큰 인기를 얻은 걸 체감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늦은 나이였다. 29세에 <남쪽으로 튀어>(2013) 조연으로 영화계에 등장한 이후 그는 꾸준히 자기 길을 한 걸음씩 걸었다. 연기를 전공했음에도 이렇다 할 연극무대 경험이 많지 않았다. 이 얘기를 더 듣고 싶었다.

"맞아요. (웃음) 서울예대에서 연기를 전공했는데 1학년 때 첫 공연을 하잖아요. 조명도 연기도 어설픈데 부모님이 오셨죠. 조명이 어설퍼서 객석에서 무대가 다 훤히 보이는데 대사 치길 기다리고 있는 제 모습을 부모님이 계속 보고 계시더라고요. 아들이 뭘 하는 걸 보면서 행복해 하시는 모습에 '아, 이걸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런데 졸업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고, 그 사이에 부모님은 제게 '연기를 그만뒀으면 한다'고 하시고. 일이 안 들어왔으니까요. 하하! 근데 버텼죠. 무조건 제 프로필을 많이 돌리며 지냈습니다. 연기를 공부하던 친구들이 그때 많이 포기했어요. 전 고집 피우며 버텼죠. 다행인 것 같아요." 

 영화 <부라더>에서 주봉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

ⓒ 권우성


지각 인생이라는 말에 이동휘는 뜬금없이 축구 스타 네이마르 이야기로 받았다. "챔피언스 리그였나? 한 경기에서 5골 넣어서 승부를 뒤집은 일"이라며 그가 말을 이었다.

"지고 있던 경기를 그 혼자 5골을 넣으며 뒤집었다. 이후 인터뷰 하는 걸 봤는데 남들이 전부 질 거라고 생각했을 때 자기 자신을 믿었다고 하더라. 뭐 네이마르야 대스타긴 하지만 그걸 보고 남들이 안 믿어준다고 내 스스로 날 안 믿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 믿자! 그러기 위해선 충분한 실력이 필요하니 갈고 닦자! 이 생각을 했다."

그가 보낸 기다림의 시간처럼 이동휘는 "급하게 알려지기 보단 저에 대한 좋은 평가가 점점 많아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여전히 이동휘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작품을 준비할 때 뭔가 답답한 날이면 마스크를 쓰고 대학로 일대를 걸어 다니며 대사를 되뇐다. "마스크를 안 쓰고 대사를 중얼거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봐"라며 그가 웃어 보인다. 버릇이자 의식처럼 남은 그의 산책이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그가 "언제 같이 산책하자"고 제안했다. 언젠가 같이 마스크를 쓰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볼 참이다.

 영화 <부라더>에서 주봉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

이동휘는 현재 차기작이 확정된 상태. "아직 저 혼자만 된 거라 조심스럽다"며 다소 말을 아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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