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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3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방송인 김제동씨와 함께 청소년 만민공동회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방송인 김제동씨와 함께 청소년 만민공동회가 열리고 있다.ⓒ 이희훈


분명한 사실 앞에 수많은 가정법은 무의미한 법이다. 3년 전 4월 16일, 세월호가 가라앉은 이후 최근에야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다. 1089일 만이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가 있고, 그들의 가족이 있다.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이들은 분명한 사과는커녕 자리에서 승진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이 가운데 정작 들었어야 할 목소리는 묻히기도 했고, 엉뚱한 이들의 외침이 증폭되기도 했다. 2017년 4월 16일 오전 11시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엔 1000여 명의 청소년이 모였다. 방송인 김제동은 "제가 오늘 가타부타 얘기할 자린 아닌 것 같다"며 "여러분들에게 마이크를 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그렇게 전국 청소년 만민공동회가 시작됐다. 서울, 부산, 광주, 목포 등 전국 각지에서 이른 새벽 버스를 타고 올라온 이들이다.

"세월호 참사는 톱니바퀴다. 그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그들이 돌아올 수 없는 길 위에 내렸다. 벌써 세 번째 봄이다. 꽃향기가 가득하고 새들은 지저귀는데 그 많은 꽃이 져 버린 돌이킬 수 없는 4·16의 아픔을 떠올리면 먹먹할 따름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시계라고 말하겠다. 초침은 분침을 움직이고, 분침은 시침을 움직이며 이 모든 건 시간을 움직인다.

톱니바퀴를 사회구조, 나라의 기둥이라 말하겠다.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하며 시곗바늘을 돌린다. 부정부패, 경제라는 이유를 들며 이 톱니바퀴가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초침을 분침을 그리고 시침을 멈췄다. 세월호 사망자 295명, 실종자 9명의 시간이 그렇게 멈췄다. 이젠 알아야 한다. 다시는 시간이 멈추지 않게 톱니바퀴 하나씩 곱씹어본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시계를 멈춘다." (경기도 이천, 김예찬)

처음으로 마이크를 든 김예찬 군에게 다가간 김제동은 "초침, 분침, 시침은 시계를 움직이는데 거기에 있는 하나라도 제 기능을 멈추면 시계가 멈춘다"며 "경제적 이익 부정부패 때문에 우리의 시계가 멈췄다고 말씀한 것"이라 정리했다. "(안산으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내용을 정리했다"는 예찬 군이 "말하면서 울지 않으려고 했다"고 하자 김제동은 "꼭 안 울어야 하는 건 아니다. 울 때 울고 웃고 싶으면 웃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죄송하다" 말하는 청소년... 어른 꾸짖은 김제동

발언하는 청소년들의 표정과 발언은 다양했다. 춘천에서 왔다는 천영돈 군은 "중2 때 참사가 일어났고, 잠깐 슬퍼하다가 지나갔는데 어느새 고 1이 됐다. 2주기 추모 캠페인 때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를 들으며 참사를 되돌아보고 기억하기로 했다"며 "참사를 슬퍼하는 분들을 비난하는 분들께 신화 김동완씨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모두가 살 만한 나라, 아이를 기를 만한 나라가 되려면 모두가 기억하고 노력해야 한다'라는 말이다. 꽃다운 나이 열여덟 살에 시간이 멈춰버린 선배, 이젠 내가 열여덟 살이 됐다. 친구들과 추억을 한창 남길 나이다. 그날 슬픔을 잊지 않겠다." (천영돈)

안산으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뭘 했냐는 김제동의 질문에 천군은 "말하기 좀 그런데 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랜덤게임을 했다"고 답했다. 멋쩍어하는 그에게 김제동은 "16일은 게임을 하면 안 되는 날인가. 이곳에 오는데 웃어도 되나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웃어야 (오래) 갈 수 있다"며 "괜찮다. 웃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나면 생각하고, 그러면 된다. 숨 쉬듯이"라고 격려했다.

"괜찮아요. 여러분들. 아직 많이 경험하지 않아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상갓집에 오는 친한 친구들 있잖아요. 구석에서 고스톱 치며 떠들고 그래요. 어른들 일부는 손가락질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런 친구들이 장례식 3박 4일 내내 밤새고 돕다가 장지까지 따라갑니다. 웃으면서 가는 겁니다. 이 아저씨도 버스 타고 오면서 <클래시 로얄> 하다가 왔어요(웃음). 하늘에 있는 선배들 입장에서도 여러분들이 웃는 게 보기 좋겠죠? 자! 박수 부탁드립니다." (김제동)

한창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 유원지 곳곳에서 또 다른 행사로 소음이 나자 김제동이 주최 측에 반복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오늘은 어른들이 말할 자격 없다"던 김제동은 "누가 지금 노래하는지 확인해서 좀 조용히 좀 해달라고 하라"고 요구했다.

손을 들면서도 말주변이 없어 죄송하다는 학생에게 김제동은 "괜찮다. 어떤 정치인들의 발언보다 더 훌륭하다"고 독려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했는데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 표현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아픔을 고백한 학생에겐 본인의 가정사 이야기를 하며 위로하기도 했다. 모처럼 듣는 어른의 자세가 빛났던 순간이다.



"투표권 학생들에게 줬으면..." 

눈에 띄었던 발언 중 하나는 "세월호에 가족이 타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는 이천 서예원 학생의 말이었다. "사고 당시 언니가 고2였는데 언니가 배에 타진 않았지만 있었을 경우를 상상하니까 너무 슬펐다"며 "그래서 세월호 추모식 와서 피해자분들만 추모하는 게 아니라 우리 언니나 오빠라고 생각하고 기도하며 가곤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김제동은 용기로 해석했다. "마음에서 꺼내기 어려운 말을 꺼내줘서 고맙다"고 운을 뗀 김제동은 "내가 안 타서, 우리 가족이 안 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죄책감이 들 때가 있다"며 "마음을 툭 꺼내놓고 얘기하며 여기에 모인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공감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목포에서 왔다는 김현우 군은 "왜 추모 행사를 진행하는 걸까 내내 생각해봤는데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우리가 기억하고 있으므로 진행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발언하는 분도 있고 앉아서 듣는 분도 있지만 다 그 참사를 기억하기에 이 행사가 진행된 거다. 그래서 세월호도 인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 환하게 웃던 김제동은 "저 같은 어른들 말고, 이런 친구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어떨까 한번 생각해봤다"고 화답했다.

"3년 전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부모님이 TV 뉴스로 보고 있더라. 참 황당했다. 모두 구조됐다고 하다가 사망자 수가 50명, 100명으로 올라가더라. 얼마 전 소수의 분들이 이 사건을 덮으려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부산, 소한결) 

짧고 강렬한 소한결 군의 말에 김제동이 빵 터졌다. "이 짧은 말에 언론의 오보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질책이 다 담겨있다"며 "제가 들었던 그 어떤 담화문 중에 가장 간결했지만 강렬했다.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 최현호 군은 "당시 2주 먼저 세월호를 타고 제주 수학여행을 마치고 왔던 터라 다 아는 구조였기에 많이 울고, SNS에 글도 올리고 했다"며 "자기 이익을 취한 사람은 잘못을 감추려 한다. 한국이 정의로운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우리의 말을 공감해주는 제동 형의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김제동은 "말해줘서 고맙다. 그런데 오늘은 여러분들 얘기 다 듣고 제 생각을 말하겠다"고 답했다.

어느덧 행사를 마칠 때가 왔다. 본래 예정된 시간은 1시간이었으나 50분을 훌쩍 넘겨 총 진행 시간이 2시간에 달하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발언하겠다며 손을 드는 학생이 이어졌고, 김제동은 최대한 배려했다. 한 학생이 말미에 겨우 발언권을 얻었다.

"세월호 참사를 한 명이 희생 당한 300여 개의 사건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이 말을 하고 싶어 열심히 손을 들었다."



이 말에 잠시 김제동이 침묵했다. "하나의 사건으로 보지 말고 한 명 한 명에 주목해주면 좋겠다는 말이죠?"라고 확인한 그는 "그래야 우리도 한 명 한 명 주목받는 사회에 살 수 있다"며 "학생을 학생이란 이름으로 퉁치지 말아 달라. 학교에 가는 학생도 있고 아닌 이도 있는데 청소년, 학생이라는 이름 안에 가두지 말고 개별적 존재로 인식해 달라는 뜻으로 이해하겠다"고 해석했다.

끊임없이 귀 기울이던 김제동이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들었다. "모든 시간을 드리고 싶은데 5분간 마지막에 얘기해야 한다더라"며 김제동은 조용히 무대 위에 올라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고맙습니다. 마흔 넘은 어른은 솔직히 여러분과 눈 마주치며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과해야 할 어른들이 사과를 안 했기에 여러분이나 살아남은 저희들은 죄책감의 칼날을 겨눠야 합니다. 죗값 하면서 살 거고, 입 다물고 닥치고 살겠습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말할 기회가 늘어나니까요. 제가 가진 마이크는 제 말이 아닌 여러분들의 말이 전해질 도구이자, 하늘에 계신 여러분들 선배들의 말이 전해질 도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뭘 하겠다' 감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장애물을 치워놓고 여러분께 방해가 되지 않게만 하겠습니다. 한없이 미안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여러분들과 여러분들의 선배들이 대신해서 해주기에 한없이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밥 잘 먹고 다니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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