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일 처음 방송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아래 <컬투쇼>)가 10년을 넘어, 11년 차로 접어들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1등의 자리를 지켜온 <컬투쇼>가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지난 10년을 정리하는 '10년 정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화려한 입담으로 지난 10년, 라디오 청취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온 두 사람답게, 10년 진행 소감도 남달랐다.
"그만 두고 싶어도 1등이라..."
▲ '두시탈출 컬투쇼' 벌써 10년이라니! 1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10년 정산 기자간담회에서 정찬우와 김태균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정찬우는 "어떻게 하다 보니 벌써 10년이 흘렀다"면서 "10년 동안 마냥 즐겁다면 거짓말이다. 솔직히 이제 좀 지겹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지치고 힘들어 그만두고 싶어도 너무 1등이라 그만둘 수도 없다. 2등으로 내려오면 그만두겠다. 앞으로도 1등 하는 동안은 열심히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태균 역시 "그만두고 싶어도 우리 마음대로 그만둘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찬우)형이랑 제가 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라디오 말고도 공연, 방송, 행사 등 스케줄이 같으므로 늘 팀워크가 몸에 배어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1994년, 컬트트리플을 지나 오늘의 컬투까지, 약 23년 동안 함께 홛동해왔다. "부부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두 사람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쿵짝'은 <컬투쇼>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컬투쇼>는 기존 라디오의 형식을 파괴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편지, 문자, 인터넷 등으로 소통하던 청취자와 DJ. 여기에 더해 공개방송으로 진행되는 <컬투쇼>는 매회 방청객들이 직접 방송에 참여한다. 처음 라디오 부스 바닥에 청취자들을 앉혀놓고 진행되던 <컬투쇼>는 이제, 전용 오픈 스튜디오를 갖추고 매일 80명의 방청객이 방송에 함께 참여한다.
공개방송에 더해진 라디오의 친밀한 감성과 교감은 <컬투쇼>만의 독특한 현장감을 만들었다. 정찬우는 "<컬투쇼>의 형식 파괴가 특별하기는 했지만, 이런 패턴의 방송이 이토록 오래가게 될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김태균은 "<컬투쇼>는 라디오 방송이지만 TV 프로그램으로도 방송된다. 이런 것도 또 하나의 형식 파괴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컬투쇼> 1등 공신, 재기발랄 청취자들
▲ '두시탈출 컬투쇼' 벌써 10년이라니! 컬투 만큼이나 위트 넘치고 장난기 넘치는 시청자들의 재기발랄한 사연은 <컬투쇼> 10년의 1등 공신이다. ⓒ 이정민
보통의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그렇긴 하지만, <컬투쇼>에서 청취자와 DJ 컬투와의 케미는 남다르다. 초창기 <컬투쇼>의 인기를 견인했던 '사연진품명품'은 물론, 현장 방청에 참여한 이들이 만들어내는 돌발 웃음까지. 컬투만큼이나 위트 넘치고 장난기 넘치는 시청자들의 재기발랄한 사연은 <컬투쇼> 10년의 1등 공신이다. 물론 이를 받아 개그로 승화시키는 컬투와 제작진의 센스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일례로 개가 낮에 혼자 있는데, '밥 먹으라' 소리를 듣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시청자 사연에, 컬투가 매일 라디오에서 "밥 먹어라"라고 외쳐 준 적도 있다.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컬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청취자로 셀카봉을 만든 이를 꼽았다. 사는 게 힘들어 자살까지 생각했었다는 청취자는 <컬투쇼>를 듣다 유럽 여행을 가서 사진 찍어달라 부탁했다가 카메라를 도난당한 사연을 듣고 셀카봉을 개발했다고. 정찬우는 "<컬투쇼> 사연 때문에 세계인이 셀카봉을 쓰고 있는 거다. 얼마나 소름 돋는 이야기냐.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보람되고 힘 난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김태균은 "이혼한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분이 와이프가 우리 방송을 즐겨 듣는다며 사연과 함께 우리 노래 '사랑한다 사랑해'를 신청해 주신 적이 있다. 아내가 그 방송을 듣고 재혼해 행복한 모습으로 오셨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0년 <컬투쇼>, 컬투도 변하게 했다
▲ 정찬우, '두시탈출 컬투쇼' 맏형 정찬우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매력으로 "내 생각, 내 이야기를 매일 생방송으로 전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말하는 직업인으로서 마음껏 자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 이정민
이렇듯 청취자들은 <컬투쇼>로 인해 웃음을 얻고, 삶이 변하기도 했다. 10년 동안 <컬투쇼>를 진행한 두 DJ에게는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정찬우는 "직장인이 된 것 같다. 좋은 점은 성실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라디오는 매체를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TV는 편집하고, 나 말고도 여럿이 함께하니까 배려도 해야 한다. 프로그램에 특성에 맞춰야 하는 점도 있다. 하지만 라디오는 내 생각, 내 이야기를 매일 생방송으로 전할 수 있다. 말하는 직업인으로서 마음껏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태어나던 해에 <컬투쇼>를 시작해 아이를 키우는 느낌 같다"는 김태균은 "프로그램 안에서 함께 커나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컬투쇼>란, "10년 전에 사귄, 우정이 돈독한 친구" 같다고.
대통령 서거, 세월호... 국가적 위기에도 웃겨야 했다
▲ 김태균, '두시탈출 컬투쇼' 막내 김태균은 <컬투쇼>를 진행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로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나, 세월호, 메르스 처럼, 국가적인 비극이 있었을 때를 꼽았다. ⓒ 이정민
10년 시간 동안 위기도 있었다. 정찬우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10년을 하다 보니 웃기는 방법이 있더라"면서 "때로 알파고처럼, 패턴대로 웃길 때가 있다. 감정 없이 패턴대로만 해도 사람들은 웃는다. 하지만 그럴 때면 내가 웃기는 기계가 된 것 같아 슬프다"고 고백했다.
김태균이 <컬투쇼>를 진행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나, 세월호, 메르스처럼, 국가적인 비극이 있었을 때란다. 재미있게 녹음하고 지방 공연을 갔는데 갑자기 일이 터져 근처 지방 방송국에서 급히 재녹음해 보낸 적도 있었다고. 김태균은 간담회 초반 "전 국민이 힘든 상황인데, 직업이 직업인만큼 더 웃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우리 직업이 대한민국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웃겨야 하는 직업을 가진 그의 진솔한 고민과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작은 '파격'이었던 <컬투쇼>. 그리고 10년. 앞으로 <컬투쇼>는 또 다른 파격을 준비하고 있을까? 정찬우는 "다른 형식의 파괴는 어려울 것 같다"고 고백했다. 다만 그도 나이를 들면서 "청취자들을 자꾸 가르치려 할 때가 있더라"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새로운 세대와 그들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태균은 "라디오를 하는 동안 아들도 태어나고,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희로애락이 다 있었다"고 전한 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사회생활을 많이 못 해봤다. 인간관계에 익숙하지 못했는데, 라디오를 10년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자라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그 긴 시간 동안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 중인 <컬투쇼>.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로 2014년 S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기도 한 <컬투쇼>의 승승장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컬투쇼>는 매일 오후 2시 SBS 파워FM 107.7MHz에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