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시상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달 10일(현지시간. 이하 동일) 진행된 73회 골든 글로브를 시작으로 내달 15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58회 그래미 어워드가 열리며, 24일에는 런던에서 36회 브릿 어워드가, 28일에는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어워드)이 열린다. 각 시상식은 속속 주요 후보 발표를 마무리한 상태다.

이 가운데 단연 화제가 되고있는 후보가 하나 있다. 바로 그래미 어워드의 '최우수 월드뮤직(Best world music album)' 부문 후보로 선정된 <난 더 이상 가진 것이 없다(I Have No Everything Here)>이다. 이 앨범은 '좀바 교도소 수감자 프로젝트(Zomba Prison Project)'의 결과물이다.

이 앨범은, 그리고 이 앨범이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로 선정된 사실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이 앨범의 배급사 식스 디그리스 레코드(Six Degrees Records)에 따르면, 그래미 수상 경력을 가진 음악 프로듀서 이안 브레넌(Ian Brennan, 이하 브레넌)과 아프리카 말라위의 좀바 중앙 교도소 수감자들이 만난 시기는 201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말라위 최대 교도소와 그래미 수상 경력 음악 프로듀서가 만나다

좀바 프리즌 프로젝트 좀바 프리즌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이 노래를 녹음하고 있다

좀바 프리즌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이 노래를 녹음하고 있다 ⓒ 좀바 프리즌 프로젝트 공식 페이스북

좀바 중앙 교도소는 말라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말라위 좀바 도시 내 살인범들과 절도범들 혹은 다른 도시의 교도소 탈옥범들을 수감한 교도소로, 19세기에 설립돼 가장 삼엄한 경비를 유지하기로 유명하다. 브레넌은 프로젝트에 적합한 장소와 사람들을 찾기 위해 르완다, 남수단, 나이로비 등을 방문했고, 마침내 이 교도소 수감자들을 적임자로 정하면서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하게 된다.

음반 제작에 참여한 수감자들은 살인과 절도 등으로 종신형에 처한 이들을 포함해 나이별로는 20대 초반부터 60세 이상까지 남녀 구분 없이 16명의 수감자들로 구성됐다. 녹음은 열흘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녹음 장소는 말라위 교도소 곳곳이다. 녹음된 음악의 믹싱 작업 또한 브레넌 자신이 직접 참여했다. 20곡에 달하는 트랙은 4분짜리부터 30초짜리 곡까지 다양하다. 곡은 말라위의 모국어인 치체와어로 녹음됐으며 일부 영어 가사가 포함됐다.

브레넌은 특히 "작업에 착수한 이후 여자 수감자들은 특별한 음악적 조언 없이 한 명 한 명 발전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죽이지 않을게요(I Kill No More)'와 같은 매력적인 곡을 완성해냈다"면서 "남자 수감자들 역시 정돈된 모습으로 밴드에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1년 6개월의 작업 끝에 2015년 1월 27일 앨범 <난 더 이상 가진 것이 없다(I Have No Everything Here)>는 세상에 나왔다.

1년 6개월만에 앨범이 나오고, 그 후 또 1년만에 빛을 발하다

<난 더 이상 가진 것이 없다(I Have No Everything Here)> 좀바 프리즌 프로젝트(Zomba Prison Project)의 앨범 커버

▲ <난 더 이상 가진 것이 없다(I Have No Everything Here)> 좀바 프리즌 프로젝트(Zomba Prison Project)의 앨범 커버 ⓒ 식스 디그리스 레코드


의미 있는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발매 당시에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약 1년 뒤인 지난해 12월 10일 그래미 어워드가 이 앨범을 '최우수 월드뮤직' 부문 후보 중 하나로 지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는 말라위 국가 역사상 최초의 그래미 어워드 후보 지목이었다. 또한 교도소에 수감중인 죄수들의 음반이 세계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의 후보로 지명된 것 또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의미 있는 작업에 대한 의미 있는 화답이었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The guardian)>과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악 평론지 <롤링스톤(Rolling Stone)> 등이 크게 다루기 시작했다.

브레넌은 현지 언론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브레넌은 "음악은 우주적인 것이며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영혼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며 "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믿는다, 또 음악적 재능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the people that under-heard)이라고 해도 음악적인 가능성을 내제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음악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단지 숭고한 의미만이 아니다. 앨범 <난 더 이상 가진 것이 없다(I Have No Everything Here)>의 그래미 어워드 후보 노미네이트는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베푼 알량한 아량이 아니다. 이들의 음악은 아름다운 선율과 역동적인 박자를 가지고 있으며, 아프리카 음악 특유의 여유로움과 위트 또한 품고 있다. 제대로 된 악기를 사용했는지조차 의심될 정도로 심플하고 아프리카 교도소 내의 소리는 메마르고 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는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대단한 음악적 퀄리티를 만들어냈다.

직접 한번 들어보시라(공식 사이트로 가기). 추천 트랙은 1번 '내 말을 들어봐(Listen to Me)', 3번 '제발 내 아이를 죽이지 말아요(Please, Dont Kill My Child)'(기사에 삽입된 바로 위 영상), 14번 '마지막 소원(Last Wishes)'이다. 매혹적인 박자와 베이스 기타가 돋보이는 2번 '오늘의 작업을 돌보는 여자(Women Today Take Care of Business)'도 일품이다.

좀바 프리즌 프로젝트 좀바 프리즌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감자들

좀바 프리즌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감자들 ⓒ 좀바 프리즌 프로젝트 공식 페이스북

좀바 교도소의 죄수들과 함께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는 예쁘고 화려한 테일러 스위프트, 타고난 천재성을 가진 켄드릭 라마, 전설적인 뮤지션 밥 딜런 등이 후보로 올랐다. 쟁쟁한 이들을 놓고 볼 때, 교도소 수감자들이 노래한 이 앨범이 최우수 월드뮤직상을 수상할 수도 있고, 그냥 후보 지목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좀바 교도소 수감자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앨범 <난 더 이상 가진 것이 없다(I Have No Everything Here)>는, 그리고 어쩌면 아무도 알지 못한 채 묻힐 수도 있던 음반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 지명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중 하나는 이것이다.
음악가가 되기 위한 자격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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