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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팬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 '마블'에 열광했다

[리뷰]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 새로운 팬들에겐 '진입장벽'

19.05.21 18:00최종업데이트19.05.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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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는 전 세계적인 인기 시리즈 영화다. 1977년 영화 <스타워즈>로부터 시작된 시리즈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어린 시절 <스타워즈>에 열광했던 팬들은 자라나 이제 시리즈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를 본다는 것은 한 편의 영화가 주는 감동이 아니라 전체 세계관 중 보지 못했던 일부를 보거나 그동안 보던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해하지 못했다. <스타워즈>가 그렇게 재밌나. 시리즈를 모두 섭렵하기엔 영화가 너무 많고 알아야 할 정보도 많았다. 즉 진입장벽이 높았다. 최근까지도 그렇게 생각했다. 꽤나 시간이 흐른 뒤에 <스타워즈>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마음은 이해하게 됐다.

계기는 엉뚱했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였다. '엔딩 크레디트' 끝에는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1>에서 토니 스타크가 두드렸던 망치 소리가 들렸다. 당시 아이언맨을 처음 봤던 충격이 떠올랐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11년이 나의 11년으로 용해되는 순간이었다.
 
<아이언맨1>을 볼 때만 해도 특별하지 않았다. <아이언맨2>도 마찬가지다.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와 2011년 <토르: 천둥의 신>은 말할 것도 없다. 시작은 2012년 <어벤져스>였으리라. 개별 영화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어내면서 그 뒤에 개봉하는 시리즈에 커다란 밑거름을 제공했다. 개별 영화에서 '어벤져스', 또 다시 개별 영화로 캐릭터를 소개하고 '어벤져스'로의 반복은 기존 팬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객들도 MCU 세계관에 입성시켰다.

MCU의 11년이 우리의 11년으로 용해되는 순간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의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MCU의 11년은 어떻게 우리의 11년으로 용해되었는가. 우선 단순히 영화가 아닌 현실이 반영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성차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지적한다. <블랙 팬서>와 <캡틴 마블>은 이러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시리즈다. <엔드 게임>에서 여성 히어로들만 뭉친 장면 역시 이를 반영한다. MCU는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이슈를 놓치지 않고 영화에 녹여내면서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와 차별화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서로 다른 철학으로 부딪히는 모습은 마치 현실의 정치공방처럼 느껴질 정도다.

관객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는 점도 주요했다. 쿠키영상은 단순한 다음 영화의 예고편을 넘어 마블 팬들끼리의 약속이 되었고 다양한 떡밥(복선)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팬들끼리 대화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 당시 '스포일러 방지 캠페인'은 매우 영리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꼽힌다. SNS로 확산된 이 캠페인은 영화 내용뿐만 아니라 외부적 요소에도 팬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영화에 팬들의 의견이 반영된 경우도 있다. <엔드 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엉덩이에 대한 언급은 그의 엉덩이가 섹시하다는 이야기가 미국 팬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을 고려해 만든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팬을 위한 종합 선물세트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시 말해 <엔드 게임>은 팬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종합 선물세트다. 마블 히어로 총집합은 물론 그동안 던졌던 수많은 떡밥을 회수하고, 팬들이 기대했던 바를 충족시켜준다. 레스큐 슈트를 착용한 페퍼 포츠, 뚱뚱해진 토르, 묠니르를 든 캡틴 아메리카 등 히어로들의 새로운 모습까지 보여주며 신선한 즐거움도 보탰다. 마치 2015년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본 '스타워즈' 팬들이 올드 시리즈의 대사가 복기되거나 밀레니엄 팔콘, R2-D2가 등장할 때 환호했던 것처럼 마블 팬들도 지난 11년의 MCU 영화들을 떠올리는 장면과 대사가 나올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아쉽게도 <엔드 게임>은 새로운 관객들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동안 MCU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관객들은 어리둥절하다. 캡틴 아메리카가 "하루 종일 할 수도 있어"라고 말할 때 웃지 못한다. 과거의 캡틴에게 "버키가 살아있다"는 말은 왜 충격적인가. 블랙위도우가 호크 아이 대신 목숨을 바치는 이유도 이해되지 않는다. 하워드 스타크의 비서 이름이 '자비스'라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나탈리 포트만은 갑자기 왜 나온 건가. <엔드게임>으로 MCU영화를 처음 본 관객과 <인피니티 워>만 보고 온 관객에겐 의문 투성이다. <엔드게임>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진입 장벽만큼이나 MCU 역시 그들만의 울타리가 높아졌음을 시인한 영화가 돼버렸다.
 

<어벤져스 : 엔드 게임>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기존 팬을 위한 영화라 하더라도 아쉬운 점은 있다. 그동안 개봉했던 시리즈와의 연결고리 혹은 세계관 문제가 아니다. 일종의 설정 오류다. <엔드게임>에서 '시간여행'은 이야기의 핵심 설정이다. 히어로들은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서 양자 터널, 양자 슈트, 양자 내비게이션, 핌 입자 등 4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한다. 특히 앤트맨은 핌 입자가 한정적이라며 실수할 경우 현재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수차례 경고한다. 그런데 마지막 전투에서 타노스는 수많은 아군들을 데리고 미래로 온다. 어떻게 된 걸까.

아쉬운 '시간 여행' 설정 오류
 

<어벤져스 : 엔드 게임>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과거의 네뷸라는 핌 입자를 타노스에게 전해준다. 타노스와 그 일당들은 핌 입자를 복사할 기술이 있던 걸까. 그랬다고 치자. 그런데 과거의 네뷸라는 바로 현재로 어벤져스를 따라갔다. 타노스는 어떤 핌 입자를 복사한 걸까. 타노스 일당은 양자 터널, 양자 슈트 없이 과거에서 어떻게 왔을까. 캡틴이  과거로 떠나 인피니티 스톤을 제자리에 두고 노인이 되어 돌아온 모습은 어떤가. 그가 페기 카터와 시간을 보냈다면 평행우주론에 따라 현재로 돌아올 수가 없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 영화 초반 세운 설정마저 파괴해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설정 오류는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 잠시 느껴지는 의문일 뿐이다. 영화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친다. 브루스 배너 박사와 헐크가 합쳐져 '프로페서 헐크'가 된 모습과 뚱뚱한 토르는 이 영화가 마블 영화임을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웃음을 공급한다. 마지막 전투를 보면 시작하면서부터 끝까지 감탄의 연속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묠니르를 들고 타노스와 싸우고, <인피니티 워>에서 사라졌던 히어로들이 모두 돌아오고, 아이언맨이 핑거스냅을 하는 순간까지.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의 퇴장
 

<어벤져스 : 엔드 게임>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엔드게임>은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의 퇴장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토니 스타크의 죽음부터 장례식까지의 장면은 MCU 초창기부터 11년간 고생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에게 바치는 헌사에 가깝다. <아이언맨1> 제작 당시 신생 제작사였던 마블 스튜디오에서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무거운 철제 갑옷을 입고 연기해야 했던 로다주는 "영혼 타버리는 느낌"이라고 할 정도로 아이언맨 슈트를 입는 일이 힘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된 <아이언맨1>에서 조연보다 못한 5억 원의 출연료 시작한 로다주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는 배우가 됐다.

11년이 흘렀다. <아이언맨1>부터 <엔드게임>까지 총 22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이를 '마블 인피니티 사가(Saga)'라고 부른다. 일종의 영웅 일대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세월 동안 팬들의 삶도 함께 흘렀다. 토니 스타크의 죽음은 왜 슬펐을까. 더 이상 로다주의 아이언맨을 볼 수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마블 영화와 함께 그만큼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것에 벅찬 마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어벤져스 : 엔드 게임>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타워즈>가 한 세대를 풍미했듯이 MCU와 함께 자란 지금의 세대에게 '마블 사가'는 남다른 의미다. 이런 마음은 로다주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는 최근 한국 팬들에게 "어벤져스 시리즈를 시작할 때 저는 젊었고, 여러분들은 어린아이였습니다"라며 "아름답게 자라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성봉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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