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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토토가, 4인조 중년 걸그룹의 재기 프로젝트

[당신을 위한 OTT 이야기] 글로벌 OTT 피콕의 <걸스파이브에바>

22.09.28 13:15최종업데이트22.09.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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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5에바' 시즌1의 한 장면. ⓒ WAVVE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파라마운트 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이름은 이제 모바일 기반 시청자들에게 무척 친숙한 존재다. 그런데 이들에 비해 아직까지 국내에서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 서비스도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피콕(Peacock).  

​지난 2020년 4월 출범한 피콕은 미국 NBC 유니버설이 만든 OTT로 미국 지상파 채널 NBC를 비롯해서 할리우드 간판 영화사인 유니버설 픽쳐스가 보유한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업체뿐만 아니라 같은 후발 주자 HBO 맥스와 견줘서 아직까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에 대응할만한 대작 오리지널 시리즈 및 영화의 부재가 발목을 잡는다. 또 한국 등 직접 진출 국가가 적은 것도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피콕은 파라마운트와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한국에선 2021년 8월부터 웨이브(Wavve)와 손잡고 시청자 확보에 뛰어 들었다.

지금 소개하는 <걸스파이브에바>(이하 '걸스5에바') 역시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피콕의 인기 시리즈 중 하나다. 

90년대 걸그룹의 재기 프로젝트
 

'걸스5에바' 시즌1의 한 장면. ⓒ WAVVE

 
총 8부작 구성으로 제작된 <걸스5에바>의 구성은 무척 단순하다. 과거 1999년~2001년 무렵 활동하면서 단 2곡의 인기곡을 배출한 '투 히트 원더' 5인조 걸그룹 걸스5에바가 우연한 기회에 재조명을 받고 이에 자극 받은 원년 멤버 4명이 우여곡절 끝에 재결합, 성공으로 향하는 과정을 그렸다. 19금 유머가 가미된 음악 코미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해질거야, 파이브 에바 / 포에버는 너무 짧아 / 유명해질 거야, 스리게더 / 투게더에 1명 더!"라는 가사를 담은 'Famous 5eva'로 승승장구할 것 같았지만 야심차게 준비했던 후속곡이 하필이면 9.11 테러 전날 발표되었고 결국 활동조차 못하게 되면서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

결국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식당 사장님, 공항 근로자, 유명 스타의 아내, 치과 의사 등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왕래조차 끊고 살던 걸스5에바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온다.  

​한 유명 래퍼가 그녀들의 노래를 샘플링으로 사용하면서 걸스5에바는 뒤늦게 재조명을 받게 되고 <투나잇 쇼> 등 유명 토크쇼 초대손님으로 불려 다니면서 그룹활동을 시작하려고 마음 먹는다. 하지만 이미 40대를 훌쩍 넘긴 걸스5에바의 음반을 누가 제작해 주겠는가? 더군다나 각자 다른 생각을 지닌터라 한 마음으로 뭉치는 것 자체가 버겁다.   

살짝 무리한 설정... 그래도 괜찮다
 

'걸스5에바' 시즌1의 한 장면. ⓒ WAVVE

 
사실 <걸스5에바>는 여러 면에서 약점이 두드러지는 시리즈물이다. 30분짜리 8부작 구성에, 웃음이 강조되는 코미디 물이다보니 극중 각종 설정과 이야기 전개가 어설프다.   

멤버 조합만 하더라도 사라 버렐리스(돈 역), 비지 필립스(섬머 역) 만 40대 초반 제 나이대의 역할을 담당한다. 60살을 앞둔 배우 폴라 펠(글로리아 역) 등이 동료 멤버로 등장하는 점부터 개연성이 떨어진다. 우연히 만남을 갖게 된 매니지먼트 업계의 거물 낸시(인기 가수 바네사 윌리엄스 분)를 만나 멤버들 각자 도움을 얻고 쇼 프로그램 MC, 작곡가로서의 기회를 얻게 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약점을 상당부분 상쇄시켜주는 것은 멋진 음악, 19금 입담을 자랑하는 유머 등이다. 그래미, 에미, 토니 어워드 등 각종 시상식 후보자로 지명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사라 버렐리스를 중심으로 4명의 출연진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은 귀를 즐겁게 한다.

1990년대풍 댄스 팝부터 요즘 취향의 힙합까지 다채로운 수록곡들이 또 다른 주인공 역할을 담당해준다. 종종 선을 넘기도 하지만 성적 표현이 담긴 19금 유머 등은 우스꽝스럽기도 한 극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린다. 

스스로 곡 만들고 제작하는 주체적 그룹으로 성장
 

'걸스5에바' 시즌1의 한 장면. ⓒ WAVVE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주체적인 자아를 강조하는 이야기 구성이다. 철없던 시절엔 그저 프로듀서가 받아온 곡을 노래하기에 급급했지만 식당을 운영하며 틈틈이 돈을 모은 사라 버렐리스가 이번 만큼은 자신의 손길이 담긴 작품을 발표하겠다고 다짐한다.     

유명 가수 출신 남편과 이혼을 선언한 섬머, 주 최초 동성부부 이혼 경력을 지닌 치과의사 글로리아 역시 수동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걸그룹을 통해 뒤늦게나마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게 된다.  

<걸스5에바>가 미국 현지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던 것 역시 이러한 내용들에 힘입은 바 크다. 한국으로 치면 마치 <토토가>(무한도전 특별 기획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연상케 한다. 1990년대 인기 그룹의 컴백이라는 향수를 넘어 오해와 갈등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따뜻함을 통해 재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한다.   

​한편 <걸스5에바>는 올해 5월 시즌2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다소 늦었지만 이달 30일 방영될 예정이다. 연말 특집 공연 '징글볼' 무대에 우여곡절 끝에 오르는 것으로 시즌1을 마감했다면 시즌2는 컴백 앨범 제작이 주된 내용이다.

20년 만의 만남이 순탄치 않았던 것처럼 새 음반 제작 또한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걸스5에바는 모처럼 발표하는 신곡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흥미진진한 4인조 중년 걸그룹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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