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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북한 요원과 찌질한 남한 형사, 분단영화의 변천

코미디에 멜로가 중심...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에서 본 분단 영화

22.09.13 17:10최종업데이트22.09.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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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추석 흥행 1위를 차지한 <공조2: 인터내셔날> 한 장면 ⓒ CJ ENM

 
올해 추석 연휴 극장가 흥행 경쟁에서 1위~3위를 차지한 영화는 <공조2: 인터내셔날> <육사오(6/45)> <헌트>였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남북한 문제가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저자 영화평론가 강성률 광운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이들 영화는 '분단 영화'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 말 펴낸 저서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 : 한국 영화 속 분단이야기>(아래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에서 "분단으로 발생한 모든 상황을 그린 영화를 분단 영화로 부르고 싶다"며 예전 "반공 영화는 분단 영화라는 개념 안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분단 영화가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르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분단의 현실과 이로 인해 분열되고 파편화된 우리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현실과 밀접한 장르"라며 "해방 이후 가장 큰 사건이었고, 여전히 진행 중인 분단의 현실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미래를 진단하고 예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분단 영화"라고 강조했다.
 
<공조2: 인터내셔날> <육사오(6/45)> <헌트>는 이 기준에서 전형적인 분단 영화다. 이들 영화에는 남북 간의 적대적 또는 비적대적 연대가 포함돼 있고, 여기에 미국까지 포함한 것도 특징이다.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는 1960년대 이후 분단 영화의 변천을 분석하고 있는데, 추석 흥행을 이끈 세 편의 영화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민군 인간적으로 그려 구속되던 시대
 
한국전쟁 이후 남북 간의 대결의식이 고취되던 1960년대는 반공영화라 불리며 체제의 우월성을 부각했다. 이 시기 인민군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감독이 구속되기도 했다. 1965년 < 7인의 여포로 >를 연출한 이만희 감독이 반공법으로 구속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공군에게 겁탈의 위기에 처한 여군을 인민군 병사가 구해준 뒤 귀순하는 내용 때문이었다. 인민군이 여군을 돕는다는 설정이 말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이념대결이 한창이던 시절 북한사람은 동물이나 짐승과 비슷하게 재현하던 시기에 인간적으로 그린 게 죄가 된 것이다.
 

강성률 평론가가 쓴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 한국 영화 속 분단 이야기> ⓒ 열린책들 제공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에 따르면 분위기가 바뀐 것은 1980년대 민주화 투쟁 이후였다. 유신정권과 신군부를 겪으면서 대결의 원인이자 분단의 뿌리로 돌아가서 갈등 상황을 분석한 작업의 대표적인 결과물이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이나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이었다.
 
두 영화는 빨치산들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냉전 시기를 탈피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지영 감독의 경우 1987년 6월항쟁 당시 영화인들의 시국선언을 주도하며 숨겨왔던 색깔을 드러낸 것이었고, 임권택 감독은 1980년대 젊은 영화인들이 따르던 진보적이고 의식 있는 감독이었다.
 
강성률 평론가는 저서에서 "두 영화에는 친일과 반일, 지주와 농민, 외세와 자주 등의 이항대립이 등장하는데, 남북을 이항대립 구도 속에 위치시키면서 분단과 한국전쟁 시기를 살피려 한 것은 이전 한국영화에 전혀 볼 수 없었고, 이후에도 등장하지 않았다"며 "투철한 이념을 갖고 빨치산이 된 이들을 객관적이면서 내재적으로 이해하려 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 들어 6.15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생겨난 변화는 경제였다. 이념적 대결이 끝나고 경제적 대결에서도 패배해 인민들이 굶어죽는 북한을 옹호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분단 영화는 남북 관계를 이념과 체제가 아닌 경제와 윤리 문제로 접근한다. <간첩 리철진>(1999) 남파 간첩이 공작금을 강도 당하고,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에서는 고정간첩이 공작 활동 대신 학생들에게 불량식품을 팔고,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식이다.
 
동생으로 나오는 꽃미남 북한 요원
 
2010년 이후에는 인물에서도 변동이 생긴다. 강성률 평론가는 강동원, 하정우, 김수현, 공유, 현빈, 정우성, 주지훈 등 톱스타 꽃미남 배우들이 북한 요원을 맡은 것을 "기이한 현상"이라며 주목했다. 2008년은 이명박 정권이 북한과 대립하는 정책을 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2010년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강성률 교수는 꽃미남 톱스타 배우가 북한인으로 출연한 흥행작으로 하정우 <베를린>, 김수현 <은밀하게 위대하게>, 공유 <용의자>, 이병헌 <백두산> 등을 제시하며 이들 영화는 400만~800만 관객은 성공했지만 천만 영화는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립 관계는 남북보다는 북한인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것도 눈에 띈다. 악역을 북한 내부로 설정해 착한 북한인과 나쁜 북한인 구도를 만든다. <베를린>에서는 북한 고위 간부의 아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교관, <용의자>는 탈북자, <백두산>은 북쪽 백두산에서 폭발한 화산 등이다.
 

2022 추석 흥행 1위를 차지한 <공조2: 인터내셔날> 한 장면 ⓒ CJ ENM

 
2000년대 이후 분단 영화에서 남한은 형으로 북한은 동생으로 그려지는 것도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남성들 간의 '브로맨스'가 강조되는 것은 분단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향이다. 이때 남한의 형은 인간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찌질이다.

<의형제>에서 남한 요원은 이혼 당했고, <공조>에서 진태는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강철비>의 곽철우 역시 이혼남이다. 반면 카리스마 있는 북한 요원은 어설픈 남한 요원과 대비된다. 북한 요원들은 가족주의적 성격도 강하다. 하지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은 북한 요원은 살인병기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률 평론가는 분단 영화의 상당수가 코미디로 그려지고 있는 것을 또 다른 특징으로 지적하고 있다. 직설화법은 아닌 간접화법으로 "여전히 북한에 대한 재현은 부담스런 소재이고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닌 것을 풍자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또, 멜로가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멜로드라마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영화 속에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왕래와 만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는 현실에서 최적의 소재"라고 평가하고 있다.
 
불가능한 사랑의 결실
 
추석 연휴 흥행작인 <공조2: 인터내셔날> <육사오(6/45)> <헌트>에는 이런 특징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전형적인 브로맨스 영화인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는 북한뿐만 아닌 미국까지 동생이 된다. 악역도 북한 출신의 또 다른 인물이다. 코믹을 내세운 <육사오(6/45)>에서도 남북한 병사들의 연대를 방해하는 악역 역시 북한군 장교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헌트>는 꽃미남 배우들이 향연을 벌인다.
 
이들 영화에서 멜로도 필수적인데, 북한 요원과 남한 형사의 처제, 남한 병사와 북한 여군 사이에 애틋한 감정들이 올라온다. 다만 모든 분단 영화에서 영화적 상상력으로 넘을 수 없는 장벽은 멜로의 성사다. 이들의 사랑은 맺어질 수가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 명은 남한, 한 명은 북한이기 때문이다.
 

2022 추석 흥행 1위를 차지한 <공조2: 인터내셔날> 한 장면 ⓒ CJ ENM

 

남북 군인들이 어울리는 <육사오(6/45)>의 한 장면 ⓒ 싸이더스

 
2000년을 전후로 개봉한 21편의 분단 영화를 분석한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에서 저자는 분단영화의 방향을 이렇게 제시한다.
 
"분단 영화의 가장 진솔한 역할은 분단으로 인해 발생한 민족의 아픔과 상처를 진솔하게 보여줌으로써 분단과 전쟁, 반목과 대립을 넘어 평화, 통일을 지향하게 한다는 것이다. 분단으로 인해 발생한 독재의 핍박에 힘겨워하거나, 적어도 분단 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유린당하는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이들을 영화 속에서 재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분단을 넘어 평화를 지향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결국 모든 분단 영화는 분단을 넘어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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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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