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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돈 버는 게 맞는 건지, 질문 던지고 싶었다"

[이영광의 '온에어' 118] KBS 1TV <시사기획 창> 오승목 기자

21.10.12 10:31최종업데이트21.10.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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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사가 아닌 사람은 병원을 설립할 수 없다. 다만 법인 혹인 재단이 병원 설립하는 경우 예외로 한다. 최근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해, 의사를 고용하는 방식의 '사무장 병원'이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사무장 병원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대체 사무장 병원이 어떻게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걸까.

지난 3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Mr. 병원왕을 찾아라' 편에서는 사무장 병원으로 의심받는 병원과 그 문제점을 짚고, 최근 12년 동안 적발된 사무장병원·약국 1701곳, 사무장 1247명 전수 데이터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취재 뒷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5일 해당 방송분을 취재한 오승목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오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

- 직접 취재하신 'Mr. 병원왕을 찾아라' 편 방송이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넉 달 동안 취재했는데 끝나니까 후련하기도 하고 아쉬움도 남아요. 고생 많이 했거든요. 방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주도도 가고 청도도 가고 밀양도 가고 많이 돌아다니는 취재였기 때문에 끝나니까 후련하네요."

- 어떻게 사무장 병원을 취재하게 되셨어요?
"제가 예전부터 의료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쪽 분야에 계신 분들과 대화할 일이 많았죠. 사실 사무장 병원 문제에 대해 과거에 기사를 쓴 적이 있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뤄봐야겠다는 생각을 2년 전에도 했었어요. 그런데 준비가 부족했던 이유로 바로 시작 못 했죠. 탐사보도부로 오면서 자유로운 시간이 확보되면서 취재할 수 있었어요."

- 사무장 병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려요.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의사, 의료재단이 아니면 국가 지자체나 공공성을 띄는 재단만 병원을 차리고 운영할 수가 있어요. 그 이유는 병원이 영리화되지 않고 공공성을 추구해야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리고 재단이 병원을 운영한다면 그 재단은 투명하게 관리돼야 해요. 모든 병원 운영과 관련된 결정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서 결정하고, 그 내용은 지자체에 보고하게 되어 있어요. 절대 사유화되지 말라는 의미예요. 하지만 사무장 병원같은 경우, 병원의 중요한 결정들이 사무장 이득에 맞춰서 병원이 운영되어요. 그래서 환자들 피해로 이어지는 병원으로 보시면 됩니다."

- 그럼 영리병원과 차이가 뭐죠?
"거의 같죠. 우리가 보통 영리화된 병원이라고 하는 건 우리도 그런 걸 수용해야 된다는 제도적인 관점에서 보는 거고, 사무장 병원은 애초에 불법으로 사유화되어 있고 영리 추구에 집중하는 병원인 거죠."

-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은 허용 안 되잖아요. 근데 왜 사무장 병원은 가능한가요?
"영리병원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사무장 병원도 금지되어 있지만, 사무장 병원은 정상적인 병원인 것처럼 꾸며서 설립한 다음에 사무장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계속 확장해나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병원에서 수익이 나는 곳들이 있잖아요. 대표적인 게 장례식장인데 그 운영권을 다른 데 넘겨준다든지 하는 거죠.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거나, 의결을 거친다고 해도 이사진들이 모두 가족들이라 쉽게 결정할 수 있는거죠. 장례식장 운영권을 얻은 회사는 또 사무장 이사진들의 친인척으로 구성이 되는 경우도 있죠. 그러다 보면 병원의 수익이 급속도로 장례식장을 통해 빠져나가게 되는 거고요. 그러면 결국은 그 수익은 사무장에게 가게 되는 거니까 그 병원은 사무장의 수익을 내는 장치가 되어 버리는 거죠."

- 처음 취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셨어요?
"제가 제일 먼저 제보받은 거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처음 나오고 코호트 격리도 됐었던 청도 대남병원이었어요. 당시 사무장 병원으로 의심을 받고 있어서 공단에서 조사했고 경찰 수사 의뢰까지 접수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비슷한 사례들을 찾았고 또 한편으로는 공단에서 받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범죄의 성격을 파악해보자는 식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 문성규씨 사연으로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화재가 나서 많은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이 대표적인 사무장 병원 케이스로 꼽히더라고요. 그 사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유가족의 보상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요. 심지어 취재 과정에서 1심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문제가 해결 안 됐다고 하기에, 유가족분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무장 병원이라는 게 아무래도 시청자들에게 개념적으로 확 와닿지 않을 것 같았어요. 어렵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해서요. 그래서 피해자 스토리로 시작해야겠다. 그러면 시청자들에게 좀 더 쉽게 전달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 현재 밀양 세종병원이란 이름은 없어졌던데, 이름만 바뀐 건 아닌가요?
"거기는 아예 새로운 병원이 들어왔어요."

- 그렇다면 법적 보상이 가능할까요?
"판결문을 보면 병원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책임도 같이 묻고 있어요. 일단 피해자들이 보상해달라고 하는 대상은 밀양시와 경남도거든요. 유가족들이 경남도와 밀양시 상대로 소송을 한 거죠."

- 밀양 세종병원은 2층에 병상이 39개로 법적 기준을 초과했다던데 제재가 없나요?
"2017년 의료법이 개정됐는데, 소급적용을 못했어요. 기한을 주고 기존 병원들도 바꾸도록 했어요. 감독 기관들이 현장실사를 하면서 체크했어야 되는데 그 부분이 미흡했던 거죠. 특히 밀양은 관리 감독이 꼼꼼하지 못했던 것 같더라고요."

- 효성 의료재단 설립자 대표였던 김모씨는 바지사장인가요?
"맞아요. 바지사장이죠. 명의만 빌려주고 머릿수 채우려고 동원된 사람이죠."

- 명의를 빌려준 건데 대가가 있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구체적으로 거래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게 그 부분은 지금 환경미화원이고 당시는 이사진 부부의 가사도우미였어요. 집에서 근무하셨던 건데 가사도우미로 근무하시면서 명의를 빌려 달라는 식이었죠. 물론 어느 정도의 급여는 받았을 수 있겠지만 특별한 거래가 있진 않았어요."

- 탐사보도부에서 2009년에서 2020년까지 적발되고 폐업한 사무장 병원과 약국 데이터를 최초 입수해 전수분석 하셨잖아요. 공통점이 있을 것 같아요.
"운영 기간이 하나같이 다 짧더라고요. 평균 2.2년이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짧은 사무장 병원도 많았고요."

- 왜 짧았을까요?
"사무장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결과인데요. 병원 원장들만 바뀌어도 폐업이 돼버리거든요. 사무장 본인의 구미에 맞게 원장들 계속 바꾸다 보니까 병원 개·폐업이 짧아지는 거죠. 한 병원에 원장이 오래 있는 게 아니라서요."

- 특히 수도권에 사무장 병원이 많던데 왜 그럴까요?
"수도권에 의사들이 많이 몰려있기 때문에 의료인력을 구하기가 쉬워요. 그리고 사무장병원은 쉽게 말해 의사가 의사 스스로 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게 아닌,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 병원을 세우고 의사를 영입해 운영하는 형태로 시작해요. 의사 입장에서는 수도권의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돈이 많은 사무장의 힘을 빌리는 형태가 많죠. 자연스럽게 사무장병원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요."

- 사무장 병원은 불법인데 왜 단속이 잘 안 되는 거죠?
"아무래도 사무장병원이라고 했을 때 외관상으로는 구별하기가 어렵거든요. 그 병원에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지 따져봐야 되는데, 내부 결속력이 강하다 보면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죠.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이 병원이 사유화되어 있고 자금이 누구에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무장 병원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우리나라가 법적으로, 제도적으로는 병원에 수익화 영리 추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사람이 병원이라면 당연히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이미 많은 사람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지금 의료공공성이 개선되기 위해 다른 방법들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담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사무장을 맡았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병원 운영 경위를 들었어요. 물론 그중에 한 사람은 방송에 실리긴 했는데 방송에 안 나온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은 본인들이 억울해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동의를 할 수 없었지만, 그 억울한 면도 좀 다룬다면 문제를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부분이 좀 빠졌어요."

- 이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병원 문제를 다뤘는데 어떤 면에서는 '저게 왜 문제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과연 병원으로 개인의 사익을 추구해도 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이 방송을 다시 보신다면 다른 생각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승목 시사기획 창 사무장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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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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