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잭 스나이더가 완성한 DC 영웅 서사, 짧았던 4시간

[리뷰]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21.04.07 13:54최종업데이트21.04.07 14:00
원고료로 응원
  

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로나19 팬데믹에 극장 개봉이 아닌 OTT 플랫폼 공개를 택했지만 전 세계 영화팬 사이에서 조용히 흥행하는 작품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DC 코믹스 대표 영웅들을 한데 모은 영화 <잭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도 그중 하나다. 

이미 2017년 극장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가 있었지만 당시 감독이었던 잭 스나이더의 이름을 새삼스럽게 넣은 이유는 알려진 대로 2017년 작품은 잭 스나이더가 아닌 조스 웨던의 인장이 강하게 찍혀 있기 때문. 딸의 사망으로 잭 스나이더가 작품에서 하차하고 <어벤져스> 시리즈로 인기를 구가하던 조스 웨던이 당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는데 잭 스나이더가 촬영한 분량 중 약 4분의 1만 활용하고 나머진 새로 찍은 결과물이었다.

HBO맥스를 통해 공개된 <잭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DC 코믹스 및 영화팬들의 강한 요구에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감응한 결과물이다. 지구에 흩어져 있는 일종의 유기체 무기인 마더박스를 모아 세상을 정복하려는 우주 빌런 다크사이드를 대항해 메타휴먼들로 이뤄진 팀을 결성하려는 배트맨(벤 애플렉), 그리고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초인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총 5개의 파트로 장장 4시간 2분에 달하는 긴 런닝타임이지만 서사의 완결성과 캐릭터 조합의 균형성 면에서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DC 코믹스의 후발주자지만 현재로선 강력한 경쟁자이자 업계 선두인 마블 코믹스의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에 항상 뒤처져있던 걸 만회하려는 듯 그간 흩어져 있던 DC 코믹스의 여러 영웅을 훌륭하게 재규합했다.

영화는 둠스 데이와의 결전에서 목숨을 잃는 슈퍼맨으로부터 시작한다.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던 슈퍼맨의 마지막 포효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며 잠들어 있던 마더박스가 깨어나고, 다크사이드의 수하 스테픈 울프가 마더박스를 추적해오면서 지구의 위기가 현실화하기 시작한다. 

초중반까지는 슈퍼맨의 죽음 이후 그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메타 휴먼을 규합하려는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갤 가돗)을 비롯해 그간 전사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플래시(에즈라 밀러), 사이보그(레이 피셔) 등의 주요 영웅들 과거 이야기를 적절하게 제시하는 데 집중한다. 교차 편집을 통해 이들의 사연을 넣음으로써 DC 코믹스 영웅들의 공통점인 어두운 과거들을 부각시킨다. 
 

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각자의 사연으로 지구를 지키는 일보단 세상을 외면하는 데 익숙한 메타 영웅들의 규합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결국 공통의 적 앞에선 함께 뭉치는 법. 배트맨과 원더우먼으로 이뤄진 저스티스 리그는 스태픈 울프와 맞서기 직전, 플래시와 사이보그, 그리고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까지 합세하며 그 면모를 갖춘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크래딧에도 올라와 있지만 상당 부분 원작자들의 설정과 정신을 존중하고 있다. 이를테면 <슈퍼맨> 원작자인 제리 시걸과 조 슈스터가 애초에 악으로 규정한 빌런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를 영화 말미에 배치시켜 또다른 이야기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 두었고, 밥 케인과 빌 핑거의 <배트맨>, 그리고 윌리엄 몰턴 마스터 박사의 <원더우먼> 등 원작 속 캐릭터의 특징과 서사를 훼손하지 않으며 곳곳에 연결지점을 만들어 놓았다.

가히 DCU에게 일종의 심폐소생술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픽 노블로선 최고였지만 영화에선 유독 빈약한 설정과 어설픈 이야기로 비판을 받기 일쑤였는데 잭 스나이더 감독의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또다시 팬들의 기대를 되살린 게 아닐까 싶다.

특히 이 작품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전매특허인 슬로우모션이 적절하게 쓰여 일종의 숭고함마저 들게 한다. 과거 지구를 삼키려 했던 다크사이드에 맞서기 위해 힘을 모았던 영웅들의 서사가 소개되는 장면, 마더 박스를 지키려고 목숨을 내놓길 주저앉는 아마존 여전사들의 모습은 감독이 보조적 캐릭터마저도 허투루 소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마냥 강렬하다.

음악 역시 <배트맨 대 슈퍼맨>, <맨 오브 스틸> 등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한 과거 DCU 작품 속 OST를 대부분 차용했다. 이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과거 작품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굵고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특유의 창법이 특징인 방랑 음유 가수 닉 케이브의 노래를 메인 테마곡으로 삼았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저스티스 리그의 첫 시작인 만큼 영화 말미, 배트맨의 꿈을 통해 후속작을 예고하기도 한다. 되살아난 슈퍼맨, 그리고 그와 대결해야만 하는 저스티스 리그 팀원들, 조커의 합류 등 여러 '떡밥'들이 있으니 그 이후를 충분히 기대해도 좋겠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가장 먼저 등장하는 '에이프릴 스나이더에게 바칩니다'라는 크래딧 또한 뭉클하게 다가온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