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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2' 양지은의 감동 서사 삼켜버린 옥에 티

[리뷰] 종영한 TV조선 <미스트롯2>,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공정성 논란까지

21.03.05 10:59최종업데이트21.03.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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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오디션 음악 예능 <미스트롯2>가 양지은을 최종우승자로 선정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5일 방송된 <미스트롯2> 최종 결승전에서 양지은은 모든 무대를 마친 2라운드까지 중간 순위 2위였고, 1위였던 홍지윤에게 마스터 점수에서 뒤졌으나 대국민 문자 투표에서 기적적인 역전을 이뤄내며, 이전 시즌 송가인에 이은 2대 트롯 진(眞)의 영광을 차지했다. 홍지윤은 선에 올랐고, 김다현은 미에 호명됐다. 양지은은 우승자 혜택으로 1억 5천만 원의 상금과 조영수 작곡가의 신곡까지 받게 됐다.

MC 김성주가 우승자의 이름을 호명하자 양지은은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며 "미스트롯이 저에게는 첫 사회생활이었다.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다. 그 과정 안에 동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양지은은 "미스트롯에 참가한 모든 동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우승은) 팬들의 사랑 덕분이다. 앞으로도 진에 걸맞은 좋은 가수가 되어 여러분께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좋은 노래 들려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정성 있는 양지은의 서사
 

TV조선 오디션 음악 예능 <미스트롯2> 한 장면. ⓒ TV조선

 
양지은은 <미스트롯2>가 만들어낸 최고의 신데렐라였다. 제주 출신으로 중학교 때 판소리를 시작한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부가 이수자로 선정될 만큼 국악을 기반으로 탄탄한 노래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20대 초반에 당뇨 합병증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부친에게 신장을 기증한 뒤 슬럼프에 빠졌고 출산 및 육아 등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겹쳐 판소리를 포기해야 했다.

양지은은 시즌1의 '마미부'를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양지은은 "꿈을 다시 갖기에는 늦은 나이가 아닌가 생각했다"라며 둘째 출산 후 몸조리 할 당시 시청한 <미스트롯> 시즌 1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연들을 가진 기혼 여성 출연자들을 보고 설레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사실 양지은은 초반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마스터 오디션에서 올하트로 무난하게 통과했지만 본선 1차 팀미션에서는 마미부 팀원 중 유일하게 추가 합격자로 선정됐다. 이어 본선 2차 일대일 데스매치에서는 허찬미를 꺾고 생존했지만 이때만해도 다른 인기멤버들에 비하여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양지은의 본격적인 불사조 스토리는 본선 3차에서 빛을 발했다. 탈락 후 극적으로 패자부활에 성공하며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준결승에 진출했던 진달래가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이며 불명예스럽게 하차하면서 양지은이 추가 합격자로 선정됐다. 진달래 논란이 여러모로 파장을 일으켰던 만큼 덩달아 양지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제작진의 긴급 호출을 받고 돌아온 양지은은 불과 20시간 안에 낯선 두 곡으로 무대를 준비해야 악조건 속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우승은 양지은이 차지했다. ⓒ TV조선

안정감 있는 가창력에, 효녀가수이자 엄마로서의 미담, 불리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매 경연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똑순이 노력파의 이미지는, 양지은의 캐릭터에 '진정성 있는 서사'를 부여했다. 조금씩 팬층을 늘려가기 시작한 양지은은 급기야 7주차 대국민 응원투표에서는 처음으로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러한 시청자의 강력한 지지는 양지은이 최종 결승전에서 마스터 점수에서는 밀리고도 대역전극으로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대중참여형 오디션에서 출연자가 실력 못지않게 이미지의 호감도와 스토리텔링 또한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30% 시청률의 의미

<미스트롯2>는 꿈의 시청률이라는 30% 고지를 돌파하며 방송 내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성공한 전작들의 후광을 등에 업고 출발한 <미스트롯2>는 처음부터 역대 최다 지원 인원이 몰렸다. 현역 가수는 물론 배우, 아이돌 지망생, 방송인 등 다양한 배경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했고, 10대부터 30-40대를 아우르는 나이대의 출연자들로 볼거리가 넘쳐났다. 우승자가 배출된 최종회는 최고 시청률로 자체 최고 성적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닐슨코리가 기준 3월 4일 32.9%).

TV조선은 <미스트롯>과 <미스터 트롯> 시리즈의 연이은 메가 히트로 국내 방송가에 '트로트 열풍'을 불러일으킨 원조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트로트 시리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장년층 위주의 올드한 비주류 음악장르 정도로 인식되고 있던 트로트의 가치와 잠재력이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송가인-임영웅 등 뛰어난 가창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트로트 스타들을 대거 배출하는 성과도 올렸다.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던 오디션 예능의 인기를 되살렸다. 

하지만 높은 인기와 별개로 트로트 시리즈를 바라보는 대중의 불만과 피로감 또한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한 번쯤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특히 <미스트롯2>은 역대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은 구설수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출연자의 과거사 논란에서부터 아동·청소년 출연진 가이드라인 위반, 심사위원의 심사평과 자격 논란, 경연의 공정성 의혹 등이 연이어 제기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미스트롯2> 제작진의 깔끔하지 못한 대응도 시청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단순히 프로그램에 쏟아지는 높은 관심에 따른 유명세로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개운치않았던 대목이다.

자극적인 연출과 한계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만 의식해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연출이었다. 학폭논란에 휩싸인 진달래의 하차 과정이 대표적이다. 통상적으로 본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프로그램을 하차하는 경우, 최대한 분량을 줄이거나 아예 통편집시키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진달래의 하차 과정을 방송에서 비중있게 묘사했다. 눈물 흘리는 진달래의 모습이나 다른 출연자들이 안타까워하는 장면, 노래 부르는 모습 등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학폭 가해자인 진달래를 오히려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작 제작진은 급하게 섭외되어 짧은 시간에 미션을 준비해야 했던 양지은이나, 진달래의 하차로 인하여 듀엣 미션에서 파트너를 잃고 피해를 보게 된 강혜연의 심경 등을 배려하는 모습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미스트롯2>에 도전한 출연자들 대부분은 저마다 절박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유독 화제성이 있는 몇몇 출연자들의 개인사를 지나치게 부각시켰다. 그리고 이는 노골적인 '감성팔이 마케팅'과 '출연자 차별 논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또한 공정성 논란은 심사위원들의 자격시비와 팬덤의 과열화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스트롯2> 중반부까지 유력한 우승후보이자 인기 멤버로 꼽혔던 전유진이 탈락하는 과정에서 당시 혹평을 쏟아낸 심사위원들은 누리꾼들의 비난 세례에 휩싸였다. 경연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문자 주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한 지역 단체가 특정 후보에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낸 사실까지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미스트롯2> 열혈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진상규명위원회'라는 모임이 만들어지며 '제작진이 경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진상위는 <미스트롯2>에 출연했다가 탈락했다는 참가자들의 폭로를 근거로 '예심부터 선곡과 콘셉트, 의상 등 거의 다 제작진의 의견이 개입했고, 모든 시스템이 제작진의 승인 없이는 진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미 지원자 모집기간에 방송에 출연할 명단이 확정돼 있었고,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제작진의 요구에 맞추느라 경연 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미스트롯2> 제작진은 이를 허위사실이라며 반박했지만 진상위는 이에 납득하지 못했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관련한 전수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한편으로 제작과정상의 논란과 별개로, 출연자와 경연의 질적 완성도 역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미스트롯2>에도 많은 실력자들이 등장했지만 이전 시즌의 송가인이나 임영웅 같은 독보적인 스타는 없었다. 트로트 시리즈 이후 비슷한 장르의 오디션/경연 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확실한 차별화 요소가 사라지면서 어지간한 무대는 식상하게 느껴지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트로트 장르와 해당 가수들이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음악 자체의 매력으로 시청자를 감동시켜야 한다. 현재 국내 트로트는 몇몇 스타들을 제외하면 '음악적 다양성과 퀄리티'로 승부하기보다는 방송의 후광이나 개인의 스타성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트로트 시리즈는 오디션의 특성상 기존에 성공한 트로트 히트곡들의 재해석 혹은 재탕이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고, 이는 심사위원들으로 참여한 기성 가수나 작곡가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트로트 시리즈의 인기가 만든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그저 한때의 유행으로 그칠 수 있다.

<슈퍼스타 K>나 <프로듀스> 시리즈 등은 한때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주도했지만 '공정성 논란'과 '악마의 편집' 논란 등 수많은 구설수에 휘말리며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당장의 인기에만 도취되어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과 시청자들의 비판을 외면한 대가였다.

<미스트롯2>의 놀라운 성공 이면에 가려진 과도한 노이즈마케팅과 매너리즘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향후 트로트 인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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