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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나왔으니 술 사라' 하다가 내막 알려주면 깜짝 놀라"

[기획] 오디션 프로그램의 만행... "출연료는 물론 차비도 제대로 제공 안돼"

21.03.04 08:22최종업데이트21.03.0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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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의 <프로듀스101> ⓒ 엠넷


대한민국 TV 예능에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지난 2009년 Mnet <슈퍼스타K> 시즌1이 방송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생겨난 오디션 방송은 재야의 원석을 여럿 발굴해내며 명실상부 가요계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 빛에 비례하여 발생한 그늘이 얼마나 어두운지 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안타깝게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혜자인 우승자를 비롯해 가수로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수고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한 채 그늘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정당하게 지급되어야 할 노동의 대가는 '열정 페이'로 퉁쳐진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열정페이 역사'는 꽤 오래 이어져 왔다. 그 중 그나마 수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2016년 2월 <일간스포츠>의 보도에 담긴 사례였다. 당시 이 매체가 입수해 공개한 Mnet <프로듀서101> 계약서에 따르면 참가자들의 출연료는 0원이었다. 음원콘텐츠 수입은 지급했지만 이 또한 충분히 불공정해 보였다. 계약서엔 "엠넷이 기획해 발매하는 음원콘텐츠의 수익은 갑(씨제이이앤엠 주식회사)이 50%, 을(가요기획사)이 50%를 갖는다"고 돼 있지만, 음원콘텐츠 작업에 참여한 작품자들의 지분은 을이 배분하게 돼 있다. 

이렇듯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과 만난 지도 무려 10여 년이 흘렀지만, 상위권 진출자들 외에 다른 출연자들에 대한 처우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불과 1년여 전에도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불공정 계약서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제가 잘 된 줄 아는데... 내막 알려주면 놀라"

지난달 22일 오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꽤 높은 단계까지 진출한 한 참가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홍대에서 음악활동을 했었다는 A씨는 "아르바이트는 기본적으로 해야 음악활동을 할 수 있고, 다들 어렵게 생활한다"라며 "같이 홍대에서 음악 했던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다"라고 밝혔다. 

"방송사에서 그런 친구들을 전면에 내세워 이익을 올리지만, 정작 그런 노동을 한 뮤지션들에게 정당한 대가, 기본적인 처우를 해주진 않았다. 출연료는 고사하고 차비나 식비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계약서 내용에도 보면, 그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는 중에 다른 공연 같은 것도 못하게 돼 있다. 음악으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은 그걸 찍는 동안에 밥줄이 끊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상황은 더 안 좋은 상태다."

촬영은 대부분 오전 9시쯤부터 시작해 새벽 1~2시까지 이어진다. 촬영 시간 외에 경선을 준비하기 위해 별도의 시간도 투자해야 하니, 참가자에겐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이익을 얻는 것은 방송국뿐이란 걸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는 "주변에서 지인들이 방송 잘 봤다고 연락하면서 '이제 술 한 잔 살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말한다"라며 "제가 되게 잘 된 줄 아는데, 자세한 내막을 들려주면 다들 깜짝깜짝 놀란다"라고 밝혔다.

그에게 물었다. 또다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기회가 온다면 임할 것인지. 이에 "저는 안 할 것"이라는 답변과 함께 "내 앨범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고, 대가도 정당하게 돌아오지 않는 그 경험을 또 하고 싶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끝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작진에 전할 말이 있냐고 묻자 그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그것의 질은 결국 참여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마음이 모여서 향상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프로그램의 흥행을 바란다면 거기에 출연하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점이 앞으로 개선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수익 투명하게 밝히고 출연료 지급해야"
 

TV조선 <미스터트롯> ⓒ TV조선

 
같은날 기자와 통화한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래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참가자들에게 엄청난 갑질과 착취행위를 가했음에도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되지 않았다"라며 분노했다. 김 평론가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방송국은 수익을 올린다. 무명가수, 아티스트가 엄청난 착취를 당하고 있는데 방통위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대중음악을 무시하는 듯한 이 관점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배분이 응당 이뤄져야 한다. 특히 요즘은 온라인 시대이기 때문에 수익이 다변화 돼 나타나는데 그것을 참가자들에겐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해외에서는 그렇게 값싸게 대우하지 않는다"라고 일갈했다. 또 "사각지대에 있는 뮤지션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방송국 갑질'에 분노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공론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나 참가한 가수들은 이런 불만을 제기했다가 나중에 자신의 가수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출전자들의 음악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그걸 내걸어서 결국 프로그램이 반응을 얻는 것 아닌가"라며 "전형적으로 출전자들에 의존하는 방식인데도 그에 걸맞은 대가가 그들에게 지불되지 않는 건 상식적으로 접근할 때 한참 잘못된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TV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출연자)에게 고마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옛날 관점이고, 이 시대엔 더욱이 개인의 몫을 존중해줘야 한다"라며 "방송사 측은 광고 등으로 얻는 프로그램의 수익이 어떻게 되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그 일부를 출연자에게 지급하는 게 맞다. 방송사 자체 기준이 아닌 설득력을 갖춘 공식화된 기준을 마련해서 출연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연자들은 출연료를 받아야 다음 음악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것은 상식이다"라고 덧붙였다. 

각종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승승장구

한편 이런 불공정한 상황은 비단 오디션 프로그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음악 예능 프로그램 전반에도 불공정한 수익 분배 관행이 퍼져 있다. 2019년 9월 '공정한 음악생태계 조성을 위한 연대모임(공음연)'은 이러한 잘못된 생태계의 문제를 제기하며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관련기사 : "JTBC '슈가맨2', 음원 수익 편취... 피해규모 약 10억 원" http://omn.kr/1kyuu).

음악인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등이 모여 만든 모임인 공음연은 같은 해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2>가 가수들의 음원 수익을 편취하려 했다고 폭로했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멜로망스를 언급했다. <슈가맨2>에 출연해 멜로망스가 부른 '유'라는 곡은 지난 2018년 1월 음원 사이트에 공개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고 10억여 원의 음원 매출이 발생했지만 JTBC가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공음연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사건을 신고했고, 이에 JTBC는 멜로망스에 대한 수익 미정산을 사과했다.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에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눈물로 만들어지는 웃음이라면 과연 떳떳한 즐거움일 수 있을까.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스트롯2> 역시도 내정자 의혹, 음이탈 후보정 등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지만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겉으로 발설하지 못한, 떨어진 자들의 목소리에도 누군가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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